문학 채널

나와 그대 사이 간격은

한 웅큼만큼 쥔 애증 정도가 아닐까

 

놓지도 펴지도 못하고

손에 든 까슬한 것들을

입에 털어넣고

사탕수수같은 노을 한 대 꺾어 질겅질겅 씹어대며

화로처럼 달아오른 뱃속 부여잡고

나와 그대 사이 간격만큼

인생을 걷는다

 

이토록 쓴 줄 알았다면

하고 벌겋게 부은 손 보다가

이렇게 단 줄 알았다면

하고 노을 털어 남은 즙 빨다

어느새 밤이 오고

 

그대는 휜 달빛에 앉아

닿지 않을 곳에서

나를 바라보고 흐드러지게 웃고 있다

나와 그대 사이 간격은 얼마만큼 벌어진 걸까

손가락 사이로 달빛들이

비져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