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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역입니다. AB역입니다.” 전자음이 열차 안에 울려 퍼진다. 창밖엔 이른 저녁임에도 불빛하나 안 보인다. 뒤돌아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갔다. 재작년 이맘때쯤 이 교수와 나는 이곳을 찾아 한 느티나무를 A시인의 나무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많은 자본들이 몰려들었고 AB시의 땅은 뒤집혔다. 이 교수는 시인의 길, 우체통, 박물관, 등 많은 사업 아이템들을 제시했고 이제 허가만 남은 상태였다. 이미 쓰레트 집이 있던 자리에는 콘크리트 상가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하루에 몇 번씩 관광버스가 오갔다. 그는 곧 초빙교수가 아닌 정교수가 될 예정이었고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실적주의와 질투가 난무하는 정글에서 이 교수는 살아남지 못했다. 곧 반론이 들어왔다. 반론의 주체는 이 교수의 라이벌인 권 교수였다. A가 노래했던 느티나무는 그 느티나무가 아닌 고향의 느티나무라는 것이다. 그 나무는 성산 안에 들어가 있어 보존되고 있었는데 그가 어릴 적 찍은 사진과 그의 시에 향수가 자주 담겨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의 느티나무는 AB시가 아닌 그의 고향 신의주 주변의 성산에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제출했던 사진 속의 사람은 A가 아니라고 판명 났다. 그 헤어스타일이 동시대에 또 있었다니, 그것도 도플갱어에 버금가는 외모를 가진 이가, 나는 믿기지 않았지만 이미 학회는 단정 지은 후였다. 게임은 끝났다. 세간의 관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산 앞마을은 신의주 못지않게 개발 붐이 일었고 땅값은 100배 가까이 올랐다. 시인의 길, A시인 문학관, 느티나무 산책길 등 이 교수가 생각했던 모든 아이템들은 그곳으로 넘어갔고 그곳을 발견한 권 교수는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런 신의주에 비해 사람들은 더 이상 AB시에 오지 않았다. 시내에는 덜 마른 콘크리트 냄새가 만연했고 거리에는 햇살과 바람만이 가득했다. 부동산은 폭락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령도시가 된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사무실에서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사람들 사이에서 주먹다짐과 굉음이 있었으나 곧 체념한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남쪽사람들은 포기한 채 다시 땅을 팔았고 여름에 땅을 판 자들은 다시 여름에 돌아왔다. 사상의 양이었던 그들은 자본의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서울의 환상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향수를 느꼈던 것이다. 그들은 다시 살아갔다. 그들은 1년간의 광기를 지우려고 했고 다시 평범하게 살아가고자 했다. 바뀐 것이 있다면 그저 그들이 쓰레트에서 살다가 아파트에 살게 된 것, 논밭이 불모지가 된 것, 그 정도일 뿐이었다. 남쪽의 기억을 물으면 그들은 이내 동무 그만하라우,’라는 말을 반복하곤 했다. 우리는 마을의 모든 변천사를 지켜보았다. 일어났다가 한순간에 쓰러져 버리는 도시라는 인간의 허무한 인생을 우리는 그것을 풀어놓았다가 다시 가져가야 했다.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산에 올랐다. 산은 여전히 느티나무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있었다. 이윽고 느티나무 아래로 햇빛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시인을 보았다. 시인은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니란다. 저것은 환영인가? 나의 착각인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시인은 느티나무 이파리 사이로 사라졌다. 이 교수는 아쉬운지 힘없이 중얼거린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무를 돌아봤다. 민둥산 위에 그것은 계속 존재했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쳐다 보다 교수의 부름을 듣고 네 갑니다.”라고 말하며 이 교수의 등을 따라갔다.

 

,,,, 그 나무 말씀하시는 겁네까?” 청년회 회장이 말했다. 머뭇거리던 그는 미안하다는 듯 그리고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사실 저희가 그 사고를 수습하느라 고생도 많지 않았습네까? 안 그래도 먹을 것도 없는데 폭설이 온 겁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네다. ... 땔감으로 썼습네다. 노인들이 많아 가지구 어쩔 수 없었습네다. 연구원 동지, 이 어정쩡한 동네엔 유니시푸인가 뭔가도 안 온단 말입네다.”

나는 당황했다. 나무가 보이지 않는 것은 겨울이라 나무가 눈에 덮여 안 보이는 건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 나무는 본디 성스러운 나무, 즉 김가의 마지막 유물이었고 그것이 생존한 이유는 단지 부조리한 지위 때문이었다. 그것은 원래 잘라져야 했던 것이었다. 나는 청년회 건물 밖으로 나왔다. 민둥산을 바라보았다. 눈 내리는 겨울날, 그것은 하늘과 하나였다. 건물 안에서 소리가 들린다.

연구원 동지, 마을 창고에 가면 그 때 쓰고 남은 땔감들이 남아 있지라요. 필요하면 한번 보시라요. 근디, 그게 그래 중요합네까? 어차피 그 시인의 것도 아니지 않습네까?”

청년회 회장은 밖으로 몸을 뺀 채 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창고에 들어가자 끝 쪽 모서리에 큼지막한 땔감들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그 느티나무의 잔해이리라. 나는 그것들 몇 개를 집어 들고 유심히, 그리고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것들에게서 시인을 다시 느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죽은 이는 말이 없다던가, 그것들은 그저 차가운 살덩어리들에 불과했다. 실망한 내가 일어 설려 했을 때였다. 그 때였다. 나무를 연구 조사할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이상한 흠집이 보였다. 나는 그 조각을 들어 흠집 사이를 봤다. 종잇조각이었다. 종잇조각은 거의 검다시피 했고 그 사이로 글자들이 보였다.

, , , 랑 소,,,, 리 도 뭐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며 눈,,, 을 맞,,,, 그 드,, 다는,, ,, 정한 느 티 나,,, 무를 생,, 하는 , ,,, 이다.”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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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 문학하는 커뮤니티는 없는 줄 알았는데, 나무위키에서 폐인짓하다 우연히 발견해서 가입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가 있다는게 신기하네요. 맨날 라노벨, 판타지 올리는 데만 있어가지고(문학이 아닌 것들이라고 생각.. 읍읍) 시도 쓰고 소설도 씁니다. 물론 둘다 ㅈㄹ 못 씁니다. 위의 <느티나무>라는 소설은 제가 작년 교지에 부장의 요청의 받아 쓴걸로 매우 어색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우짜다 보니 바탕체) 

그리고 이거 글자수 제한 없애주새요. 소설 같은 거 올릴려면 아주 어렵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