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1

 

내가 어릴 때 만난 양복 아저씨를 만났을 때 그랬지 우린 언제쯤 다시 돌아갈 수 있나요 몇 밤을 자면.

 

반달 모양의 점괘를 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내가 반복해서 잠드는 걸 싫어해서, 그래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거라고 그렇게 내게 믿음을 주었다

우린 충분히 긴 여행을 떠나왔어요 이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같은 건 아무도 관심이 없지만 계속 이야기를 써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믿어요 그래요, 호접지몽이라는 말을 아세요? 전 그 이야기를 믿는데, 어쩌면, 우린……

 

습관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첫 번째 사람은 자기 이름이 불렸다고도 했고 알 길 없는 외국어가 들렸다고도 했다

그 점괘는 처음에 구릿빛이었다가 이젠 금색으로 변한다 

피곤한 플롯이 짜여졌고 겨를이 없단 말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이었기도 했지만 사실 완전한 거짓은 아니었으므로…….

 

우릴 맴돌던 하얀 색의 정체가 문득 궁금해지다가

어째선지 어금니가 찌릿해졌는데

그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네가 말했다, 너였던가 어쩌면 나비가.

 

걸리적거리는 이야기가 이어져서 그 첫 번째 사람처럼 뒤를 돌아봤다 

손에 찍힌 점 하나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흑(黑)이란 없었으며 빛이 검은색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겁니다

그게 처음으로 첫 번째 사람에게 받은 문자였다

 

2

 

어때요, 구미가 당기지 않나요?

문자는 그렇게 끝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검게 칠해진 나만의 시간을 회상하였다

 

어떤 사람은 금색인 점괘 카드를 잘라 버리고선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젊게 사는 법, 늙어 죽지 않는 법……. 어차피 차에 치이거나 총에 맞으면 그런 사람들도 결국 죽게 되는 법이야

 

그 사람은 어릴 적 내 손에 점을 찍고 도망간 두 번째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었습니다 책에는 그렇게 쓰라고 배웠었죠 누구에게 배웠더라,

우리가 잠든 사이에 산타할아버지가 오는 길을 막아 버렸던 건 그 사람이었던가요

 

발코니란 단어가 적혀 있는 책을 쓴 사람은 누구였나요 기억나는 건 두상이 예쁜 사람, 그리고 분명 내 편이 아니었던 사람…….

 

나는 이런 말을 할 여유가 없단 걸 깨닫고 만다

 

위화감이 느껴졌다

 

3

 

나는 말을 하다 말고 달렸다 쓰던 책도 어느새 내 손에는 없고 나는 그 세 번째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은 존댓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글로 쓸 때 만큼은 반드시 존댓말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고 했죠 어제의 저처럼 뜬금없이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에 치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너는 이십 년 전에 나를 만난 적이 있지요 내게 기울어짐이란 어떤 것일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도 했었고요 땅에서 금빛 무언가를 발견했지만 여유가 없었던가요  

 

4

 

두 번째 사람이 차에 치여 죽었다는 소식을 낯익은 양복 아저씨에게 들었다 또 너는 네 번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태어나 처음으로 흑(黑)을 본 건 우리 집 발코니 너머의 하얀 색이었다

그 안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고

눈 앞이 기울어짐을 느꼈다 

 

마지막 점괘가 검은색으로 물들은 후

 

이 시는 반말로 끝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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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로서도 간결체로서도 처음 쓴 거라서 미숙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가운뎃점 왜 밑점 되지 진짜 꼴보기싫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