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텔레비전이 수백개 놓여있다. 영화세트장인가? 아니면 배트맨의 방인가? 아니다. 이곳은 예술공간이다. 백남준의 다다익선처럼. TV를 좋아하는 사람이 TV를 수백대를 놓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 텔레비전들은 모두 얇잖아. 그거 그래서 전시물로서의 가치가 있을까? 옛날에는 육중한 CRT 텔레비전을 레고블럭 쌓듯이 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아참. 요즘 텔레비전들은 마치 카드탑을 쌓듯이 세워놓는 재미가 있겠다. 그건 생각못했네.

 텔레비전 속 화면은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돌의 무대장면. 골반 부분이 클로즈업 된다. 야하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 카메라는 아이돌의 몸을 클로즈업한다. 그들의 몸이 보인다. 그 몸의 윤곽이 화면에서 나와 뇌에 새겨진다. 그 장면을 어떻다고 해야할까. 황홀하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장면은 빠르게 스위칭된다. 적어도 정적인 연출은 아니다. 정신없이 다른 무대장면을 보여준다. 무대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0.2초. 그리고 SLEEP이라는 단어 레이어가 0.1초. 색깔있는 조명이 비추는 허공이 0.1초. 다시 어느 아이돌의 몸의 일부를 클로즈업. 이번에는 가슴이다. 무엇인지는 알겠다. 섹스어필이지? 수백년이 지나서도, 수백년 이전에도 먹히던게 이런 것 아닌가? 마치 배고프면 입으로 밥을 먹는 것과 비슷한 유행이다.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웃고있다. 관중을 보면서 시익 미소를 짓는다. 다시 여러 장면들이 스위칭. 연관된 장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장면도 있다. 이윽고 다시 클로즈업. 그녀의 다리만 보인다. 카메라가 다리를 쓱 훝었다. 이봐. 그건 우리 눈이 할 몫이야. 카메라는 다리만큼은 정적으로 잡아주면 어땠을까. 그 다리를 동공을 움직여서 쓱 훝는건 우리가 할 행동이라고. 아 우리라고 하지말라고? 그럼 내가 할 행동이야. 티비에서 나오는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 색상의 비율에 따라 방의 벽도 다양한 색의 빛을 띠었다. 활발하게 변하고 있는 색의 번짐이었다. 마지막으로 여러장면들의 스위칭 끝에 나는 카메라가 그녀의 손을 클로즈업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손. 가장 마지막으로 보고싶은 곳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다움의 상징 아닌가? 나는 그녀를 클로즈업하던 카메라가 보여주던 장면들을 마음속에 품으려고 했다. 이미 상당수는 내 기억 능력으로 인해서 희미해지고 있었지만.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손을 클로즈업했다는 것 정도는 알겠네. 훌륭한 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