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아니 봐바 언니야. 모든 광기가 예술혼으로 승화되지는 않는다니까? 귀자르면 고흐 시켜준다고 했을 때 제 귀든 남의 귀때기든 안가리고 자를 놈은 많지만, 그 중 몇 명이 귀가 잘렸다고 고흐처럼 그리겠어? 그냥 세상 미친 놈들이 가진 귀만 줄어드는 거지"

나는 또 잔을 가운데에 놓고 훈수 중이었다. 나사 하나 빠진 이야기를 제법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뿌듯하다. 거봐. 다들 내 기세에 눌려서 암말 못하잖아. 고래고래 주장해야 힐끔 돌아봐주는 세상. 심술이 난다. 돌이켜보면 주사바늘 앞에서 엉덩이에 힘을 빼기가 영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요샌 병원가서 엉덩이 깔 일이 없어봐서 알 수 없을테지만 지금에서야 축 늘어진 엉덩이가 무슨 소용일까. 자주 아프던 그 시절에 이미 한 평생 맞을 주사를 다 맞았거늘. 하지만 아직도 낮에도 밤에도 아플 때도 아프지 않을 때도 어려운 일들은 산적해있다. 아마 내가 용쓰면서까지 미간을 찌푸리는 이유는 내일 내일의 매타작 앞에서 긴장해있어서 일지도 모른다. 


"형, 그럼 허물 벗는 모든 것들이 아무런 댓가를 치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동석하던 개중에서 가다듬은 한마디가 날아와 내 심술의 맥을 짚는다. 허...

 

 

... ...


애둘러 돌아가야 이쁜 마음이 있다고도 했는데, 얼마나 이쁠 모양인지 한참을 돌아오는 모양이다. 미간을 찌푸린 채로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기다릴 수 있다면 낭만으로, 변해버린다면 인간적인 셈으로 치기로 하자. 술값은 내일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