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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정보의 홍수. 물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단어이다. 성서. 성서는 훌륭한 알레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너저분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빛의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 빛의 세계는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다.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 세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쉬는시간 교실에 앉아서 멍을 때려본다. 내 친구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 자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눈을 뜨고 멍하니 비스듬하게 정면을 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행복한가? 잘 모르겠다. 행복하다면 행복하고 아니라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걱정이 없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해는 아직 높게 떠있다. 곧 지겠지만. 햇빛은 세상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교실에는 조명도 들어와있긴 하다. 햇빛이 자연이라면 LED조명은 인공물이다. 물론 그것도 자연의 일부이지만 분명하게 구분된다.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물체가 지구위에는 별로 없었다. 이따금 일어나는 화재랑 벼락, 반딧불이들 말고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벌레들. LED소자가 만들어내는 빛의 파장은 라디오주파수처럼 세상에는 생소한 것이었다. 이제는 불편하고 어색할지언정 그것들을 생소해하는 생물들은 없을것이다. 밤벌레들도 도시의 불빛을 알고 있을테니.

 모든 것이 내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것은 생각해보면 대결구도이다. 빛과 그림자의 대결. 상승과 하강의 대결. 한편 달과 태양의 대결은 어떠한가? 둘은 지구에서 보이는 직경도 비슷하다. 얼핏보면 마치 N극과 S극 같이 양극단에 서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과학적 시선으로 본다면 태양은 달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있는 것만큼이나 훨씬 클 뿐이다. 나는 99%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완전한 우연이다.

 이런 대결구도의 세계속에서 우리학교의 도서관은 아마도 대결구도가 담겨있는 책의 비중이 90%에 달할 것 같다. 또 자연광과 인공광의 대결. 자연적 대류와 선풍기 바람의 대결. 그건 조화라고 해야하나. 문제의 해소일까?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인지. 학교 끝나고 밖에 나가서 카페에나 가고싶다. 커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나는 이렇듯 멍을 때리고 있다. 하지만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지구인들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어! 어떻게 해야할까. 자연이 망가지게 내버려둬야 하나? 환경을 중시하는 사이비종교에 가입해야겠다.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내 신념을 그들에게 맡겨보겠어. 지구인들은 결코 2100년을 보지 못할 것이니까 말이야. 오늘은 하늘이 맑으니 저녁에 이쁘게 진 노을을 6교시에 지구과학 실험실 뒷 창문으로 보이는 나뭇잎들이 가까스로 달려있는 플라타너스의 나뭇가지들에 가려져서 수많개의 조각으로 찢어지는 것을 볼 수 있겠지만 백년 뒤에는 못보게 될 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혹자는 말한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과장된 것이라고. 나는 그 주장에도 일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과학적 지식이 어느 한편을 들기에는 충분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한계이고 잘못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 위를 날아다닐 수는 없는거잖아? 그러니 이렇게 교실 의자에 무겁게 앉아있는 것이고.

 

그래도 언젠가는 나만의 빛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