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나는 무엇을 잘못했지?

 

텔레비전은 그렇게 전부 부서진다. 순간이다. CRT였다면 더 멋있었을 텐데. 나는 슬로우모션으로 그 장면을 본다.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메세지를 전달하는 텔레비전 수십대가 동시에 무너져 내린다는 그 상징성이 주는 쾌감이 나쁘지 않다. 디지털 모래성인가? 나는 디지털을 도대체 어떻게 대하고 있었는가?

 

패널에서 연기가 난다. 화면은 팟 하고 검은색이 되었다.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 순간의 장면. 상황. 나쁘지 않다. 생각으로서 합리화하는 것은 어떤것이지. 그것을 단순하게 합리화라고 해보자. 메세지같은 것일까? 텔레비전은 메세지를 보낸다. 현실은 텔레비전 밖에 있다. 물론 텔레비전에서는 현실을 촬영한 영상이 나온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은 텔레비전 밖에 있다. 영상매체가 우리에게 풍요를 안겨주었지만 우리가 거기에 매몰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거기에 너무 많은 수고를 들였다간 피로함과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결국 컴퓨터도 배워야 할 대상이거니와 컴퓨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텔레비전은 쉽지. 그런데 요즘 스마트텔레비전이 등장했잖아? 사람들이 스마트기능을 얼마나 잘 활용할까? 우리는 기존의 행동방식을 버리기가 어렵다. 그것이 취미생활이든, 평소생활패턴이든.

 

현실과의 괴리는 나쁘다. 소수의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다수가 나쁘다. 유약함, 엇나감, 나태함이 나쁘다. 세상이 좋아지는게 나한테도 좋은것이니까. 현실속에서 살아야 한다. 삶의 완성은 현실을 사는 것에서 시작한다.

 

메세지들도 좋지만, 그것은 단순하다. 게임이 좋고 스포츠가 좋고 이성이 좋다. 음악이 좋다. 그런 것들의 세계관이나 예술관은 티비 속 장면이다. 그것도 좋지만 텔레비전은 부서진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존재로서. 그래서 방의 모든 텔레비전들은 부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