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11번째 계단을 밟고 올라섰을 때

지독한 우울에 빠져버렸다.

 

세상은 여전히 빙글빙글 돌고있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든다

 

그동안 수많은 걸음을 했다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려움을 수용한 걸까. 어려움과 함께한 걸까? 어둠에 물든 걸까.

 

견디기 힘들어서 도피해버리는 것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되뇐다. 다 알잖아. 전부다 알고 있으니까. 이제는 견디기 어려워서 잊어버리는 것인가?

좋아하던 것들이 싫어진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조금 더 상냥해지고 싶다. 다 차가웠다. 상냥해

 

따뜻함이 좋았지만 땀이 나버렸지

 

기억은 언젠가 잊혀진다. 혼돈 뒤에 질서 다시 혼돈 결국은 혼돈으로. 오히려 잡탕이 좋은건가. 과거의 것은 과거가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자. 바보는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할 뿐이다. 판단할 뿐이지만. 차갑다. 어렵다. 사랑하던 색깔은 어색하다. 과거를 싫어하다. 너무 실패했다. 다 실패해도 더 잘났는데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포기해도 될까? 하지만 충분히 실패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실패했다고 하는 것에는 끝이 없다. 실패는 실패니까. 실패를 실패해서 실패다. 그 감각. 삼각. 삼각형의 망각. 침잠. 물속으로 잠수. 그건 머나먼 이미지. 불가능한 이미지. 비일상적 이미지. 비현실적 이미지. 사진. 그림. 화면. 늦었는가? 늦었다. 버그는 일어났고 형형색색의 줄들이 가로로 그어졌다. 북극이 좋아. 얼음을 보았다. 그것은 고독의 이미지. 응고의 이미지이다. 충돌. 폭죽과도 같은 움직임. 로렌츠 운동을 하면서 나아가자. 나아가는 입자들이다. 침잠할 뿐이다. 그러다가 부유하는 입자들. 허공에서 사라진다. 허공에서 사라지다. 나뭇가지들 사이로 겨울 허공이 있다. 다시 바닥으로. 죽음으로. 죽음 또한 아직 머나먼 이야기. 계속 변형한다. 처절하게 이기적이다. 물속으로 잠수한다. 적절하게 꺾는다. 그 관성에 대해서. 얼음은 냉장고에 나온 순간 온도가 떨어진다. 점점 작아진다. 그 생각은 희미해진다. 다 조용해진다. 그건 우주일까? 대폭발 후에 우주의 배경은 온도가 많이 낮아졌으니까. 그것도 균일하게. 상냥하게. 그건 정말 무의미한 상냥함이다. 의미있는 존재이다. 그때 탁자에 놓여있던 얼음이 든 잔은 전부 녹아버렸을까? 멀쩡히 깨어있는 동료 여직원을 옆자리에 태우고 집에 대려다주던 남자는 단지 그녀를 얌전히 데려다주기만 했을까? 사무실에 기르고 있던 화초는 잘 자라고 있을까? 여름밤의 매미소리는 누가 알려줬을까? 안녕. 다시 안녕. 더 차가워진다. 그 의미는 알 수가 없어. 다 죽이려고 들 뿐인가. 그러면 나는 아 나는. 숨어버린다. 몸을 숨긴다. 숨겨버렸다.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시 보일까? 그럴까? 다다미는 왜 꼭 2분의 1장이 있어야 하는걸까? 아마 잘라낸 다음에 깔아놓겠지? 그냥 겹쳐 놓아버리면 더 두꺼워질 테니까. 그건 용납될 수 없으니까. 다시 올라간다. 비상한다. 그것은 비상이다. 노래방 문을 나선다. 올라간다. 다시 올라간다. 그 각도의 꽃잎을 나비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비는 꽃에게 갈 생각을 한다. 자기 짝을 찾을 생각도 한다. 나비는 공기중을 가른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나비도 있다고 한다. 나는 바다를 가로지를 수는 없다. 그건 슬픈일이다. 앞으로 간다. 뒤로 간다. 나는 갑자기 싫어졌다. 제멋대로의 세상에. 주변상황에. 그건 바보같아. 정말로. 완전히 바보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시끄럽다고. 다 조용히 좀 하라고. 다 조용히 좀 해. 차라리 위로를 받자. 민감한 부분. 조용히 있고싶은 마음. 실패. 단점. 불만. 그렇게 바깥으로 서서히 매몰렸던 것 같다. 매몰려 왔던 것 같다. 지금은 가장자리가 편하니까. 그것이 가끔은 위로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가끔은 통제 불가능한 세상에 불안을 느껴왔다. 그래도 나는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 따뜻함을 늘 찾아다녔다. 혼돈을 붙잡을 수는 없다. 소재를 어설프게 붙잡는다. 결국은 고립되었다는걸까? 토막글처럼. 금기를 지키는 것은 숨막힌다. 그래도 지켜야지. 뭐 어쩌겠어. 그것은 예술로 시작해서 예술로 인해 말렸다. LG TV처럼 말렸다. 그래서 그것은 이제 야외로 나가야한다.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 광장에서는 말이지.....

 

비로소 12번째 계단을 밟았다.

그리고 13번째 계단도 밟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여기에서멈추면불길하잖아

그리하여 14번째 계단도 밟아주었다.

 

광장으로 나서면 예술 때문에 말릴수도 없으니까 얼마나 좋아. 고통에 빠져서 나는 생각했다.

미로를 통과하자. 짜증나게 어려운 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