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분이지만 방 안은 증기로 가득 차는 중이었다. 나는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다.

 

방 안이 증기로 가득 차도 솔직히 숨을 쉬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증기는 계속 방안을 채웠다. 곧 피부가 축축해졌다.

 

바이브레이터가 울린다. 나는 바이브레이터를 손에 쥔다.

 

휴대폰이 주머니에서 울렸지만 무시한다.

 

나는 바이브레이터를 카운터에 가져다줬다. 여자 종업원이 친절한 목소리로 "받아가세요~" 라고 말했다.

 

어쩌면 한끗 차이의 다중우주에서는 종업원이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자기 할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종업원은 보기 드문 은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이 카페에 있었다.

 

나는 커피잔이 있는 트레이를 들고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내 남자친구는 계속 증기를 만들고 있었다.

 

"야. 이만하면 됐어."

 

남자친구가 나를 바라본다.

 

"야. 내가 더 좋아, 아니면 증기가 더 좋아?"
 

"질문이 거꾸로 됐는데."

 

"'나'랑 '증기'의 위치를 바꿔야 했나?"

 

"내가 너가 더 싫을까, 아니면 증기가 더 싫을까. 이걸로 바꿔야 해"

 

내 남자친구는 눈이 동그래지면서 큰 소리를 냈다.
 

"뭐라고?"

 

사람들이 사근대는 움직임으로 작은 소음이 울리고 있던 카페의 실내 안이 적막에 빠졌다.

 

증기가 열심히 만들어지고 있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카페사람들은 목소리가 난 곳을 짐작하여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울먹거리고 있었다.

 

"야...... 울지마."

 

"안울었는데."

 

"울려고 하잖아."

 

"아니야."

 

아무리 증기가 가득 차 있었다고 해도 테이블 너머의 그가 보이지 않는건 아니었다.

 

"내가...... 미안해......"

 

우리들에게서 사람들이 관심을 거두었고 카페는 소음을 되찾았다. 증기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다. 가습기 100개를 동시에 틀어도 이정도 양의 증기가 나올리는 없다. 증기가 커피 안으로 들어가서 커피의 맛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가방이 증기에 절여저서 눅눅해졌다. 아마 안에 들어있는 책까지 눅눅해졌겠지.

 

우리 둘은 카페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서는 석양이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