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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는 민의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녀는 나를 이용할 대상으로 여긴다. 물론 그녀가 나에게 기대는 구석도 있다. 나 또한 마법세계에 동경하는 점이 있다. 마법사들은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려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더 우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우리는 우열을 가리곤 하잖아. 나도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민희는 요리를 썩 잘하지 못했다. 그녀는 생각을 읽을 줄 안다. 생각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녀는 기억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내 이름 '진석'을 먼저 알아맞추었다.

  민희는 민의가 아니다. 그는 그냥 한명의 마법사이다. 그녀는 자신이 살던 세계에는 익숙하다. 나와 그녀는 매일이나 하루걸러 카페에서 녹차나 유자차 등을 마신다. 민희는 테이블을 손으로 만지는 것 만으로 바로 전에 누가 왔었고 어떤 이야기를 하였는지를 알아낸다. 마력을 좀 더 사용하면 훨씬 과거로도 거슬러 갈 수 있다고 한다. 번개에 맞고 죽다 살아난 것이 아닌데도.

  마력은 그저 마력일 뿐이다. 세상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사람들은 여전히 싸운다. 내가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내 앞에 있는 것 뿐이다. 나 자신만 생각할 수 있다. 타인을 생각하는 것은 싫으니까. 내가 타인에게 경외감을 느낀다는 사실도 얼핏 기분나쁘다. 민희는 그나마 나의 말을 경청한다. "왜 그렇게 어려운 단어를 써?" 그녀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민희는 침묵한다. 그녀는 정답을 안다고 한다. 이전에는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이곳에 와서 그런 것들에 대한 실마리들을 많이 알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민희가 모든것을 알지는 못한다. "세상에는 우연도 있다. 우연은 선택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모두를 설득할 수도 없다. 우연과 선택의 세계니까. 그녀의 세계가 우리보다 더 위이긴 하지만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려우니. 둘이 선천적으로 다르다는 점으로 인해 발생할 분쟁도 그녀의 계산안에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될만한 길을 찾는 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피해는 최소화하고. 그녀는 나에게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잘될것.

  어느때처럼 카페 밖으로 나간다. 하늘이 어둡다. 빨갛게 노을이 져있다. 나에게는 말 못할 사생활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는다. 남녀간의 친한 사이니까. 우리는 비밀연애중이다. 그녀가 어깨를 맞닿는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었을 때 나도 읽는 법을 알게 된 것인지 나도 그녀의 기억과 생각을 읽을 줄 알게 되었다. 또 따지고보면 그녀가 그 사실도 알았겠지만 굳이 입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선택과 우연뿐인가? 나는 그런 우아하지 못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