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오래 전부터 그것이 싫었다

스스로는 어떤 얼굴도 갖지 못하는 것이

그 앞에 서기 바쁘게

작고 못 생긴 추악한 괴물만 비춘다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순간부터

그 작고 못 생긴

괴물만을 비추고 있다


괴물이 보기 싫어 그것을 부수면

그것은 수십수백수천의 파편으로 갈라져

더 많은 그러나 똑같은 괴물을

작고 못생긴 추악한 괴물을 비춘다


그것이 비추는 작고 추악한 괴물에게서는

도무지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것은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불쾌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물결조차 동하지 않는 수면 아래서

히부죽이, 웃으며 올려다본다


지금 이 순간 마주하고 있는

그대의 하이얀 얼굴 위

그 얼굴 속 두 눈동자 속에서도

어김 없이 노려보고 있잖은가


빠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