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채널
현실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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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해? 아니면 불행해? 행복하지 않아?
대답이 없는 당신
그렇다는 것은 당신이 감옥에 같혀있다는 것을 의미.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당신
창밖으로 하늘과 구름이 보이지만 당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벽을 바라볼 뿐이다.

흐르는 물을 바라볼 뿐이다.
작년에 헤어진 그녀를 생각해보며 나 스스로가 잘못되었다고
약간의 자괴감에 빠져들 무렵
어렴풋이 물고기를 본 듯 하기도 하고
집에 깜박하고 켜놓은 거실 형광등이 떠오르기도 하고
낮인 이상 전혀 쓸데없는 전력소모이니.

휴대폰의 배터리가 없다
나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
아마 이 궁금증 때문에 헤어진 것이 아닐까.
궁금해하지 말아야 할 것을 궁금해하고 또 생각이 많아서
하지 말아야 할 생각에까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미치고
그러니 겉으로는 생각이 많은 척 하면 안되겠다
라고 나는 생각한 것이다

나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찬 공기가 들어왔다. 그러자
당신은 고개를 돌아본다. 하늘은 지구를 광활하게 뒤덮고
있는 거대한 지붕이다. 그러니 우리는 지붕이 없는 것을 소유할 수 없다.
"비가 줄줄 새는 것이 지붕이냐" 당신은 되묻는다.
그건 나도 모르겠고. 그래서
나는 당신을 위해 지붕이 이미 있음에도 새로운 지붕을 만든다는 '이중지붕'이라는 개념을 창시해야만 했다.
그것 참 재미있네.

악마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옥도 없다.
잘못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만으로 충분하다.
가로수의 종류만큼이나 사람들의 것도 그러하지만
그렇게 해서 당신은 TV속 드라마와 일상의 일부와 완전히 유리되었다.
그저 가끔 창문을 열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서 그 들어오는 찬바람과, 바깥으로 보이는 수중기가 이루는 풍경을 보면서
그렇게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