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계 사서 환생하고 3일 정도 열심히 달린 뉴비입니다.

스토리만 쭉 보고 접어도 이득이라길래 열심히 달려봤음.


여기 챈 사람들이 스토리 기대하지 말란 투길래 그렇게 별로인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래서 겜 하면 스토리는 무조건 보는 모바일 겜 유저 입장에서 브더 2 스토리(만) 리뷰 좀 해볼려고 함.


참고로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 반영된 리뷰라 공감이 안 갈 가능성이 높음..

쓰다보니 글이 굉장히 길어졌는데 진짜 할 거 없는 사람만 읽어보셈 ㅋㅋㅋ



장점


1.동기와 목표 의식이 확실한 주인공


 의외로 커뮤니티에선 주인공 라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듯? 나는 라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음.

절대 다수의 모바일 게임에서 주인공은 일단 기억이 없고, 주위에 이쁘고 귀여운 여자애들을 무조건적으로 도와주는 스윗남임.

아니면 정의감으로 무장해서 마왕을 무찔러야 한다는 영웅이거나.


 하지만 우리 라텔은 처음에는 마을의 약초꾼이었고, 1스테이지에서 동기 부여와 앞으로의 목표를 확실히 정해줌.


[자신을 거두어 준 양아버지가 사실은 사악한 흑마법사]


[그 양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양여동생?이 죽음]

[상대가 양아버지라서 생긴 망설임 + 충격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라텔.]




라텔의 죄책감과 증오는 이렇게 완성됨.

죄책감과 맹목적인 분노를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이 최근 나온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흔치 않자나?

그래서 1스테이지 할 때만큼은 몰입이 엄청 잘됐음.


+ 혈각인 이라는 정체 불명의 저주를 해결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까지 있음. 즉 스토리의 시작과 방향을 잘 다져놓았다고 생각함.



2.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등장인물들


 여동생을 잃었다고 해서 라텔이 바로 흑마법사를 죄다 찢어 죽이는 복수귀가 되지는 않음.

워낙에 선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라텔의 선한 마음과 흑마법사를 향하는 증오는 끊임없이 충돌함.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언덴드여도 데리고 다니자는 라텔 ㅋㅋ]


당장 작품 초반에 라텔은 여동생을 잃었어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음. 

라텔은 위글같은 언데드 뿐 아니라 전투가 끝난 후 흑마법사까지 살려주니까



반대로 라텔과 함께 다니는 유스티아가 오히려 단호하고 차가운 모습을 많이 보여줌. 

하지만 여러 사건들을 거쳐가면서 흑마법사에 대한 라텔의 증오가 점점 커져 그 선한 마음을 눌러버림.




[다들 살려주려는 상황에서 흑마법사를 죽여버리는 라텔 ㅠㅠ]


반대로 차갑고 냉혹했던(?) 유스티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순해짐.

이건 지나치게 사나워지는 라텔을 걱정하는 마음의 발로일 수도 있음. 하지만 라텔과 만난 후 유스티아가 따스함을 배운건 확실함.


그리 길지 않은 분량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게 너무 좋았음 (라텔은 좀 많이 변하긴 하지만;;)

특히 그레이. 나는 남캐이길래 그냥 분홍머리 자매처럼 잠깐 조연으로 스쳐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볼수록 그레이가 진국임.



유머도 책임지고 갈등 조장도 기가 막힘. 거기다 양파처럼 까도까도 남아있는 밑천까지.

잠깐 등장했던 그레이의 과거 회상이라던가, 리아트리체가 추종하는 모습에서 나타는 신비로움이 더욱 매력을 더하는 듯.

 딱 하나 있는 남캐 동료가 그레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음 (올슈타인이 동행이었으면 게임 망했다.)




3.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



처음에는 스토리가 풀 더빙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그래도 대사 옆에 나타나는 등장인물들 표정이 워낙 다양해서 스토리 몰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던거같음.

이거는 다른 게임들도 좀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을 듯? 화낼 땐 화내고 웃을 땐 웃으니까 얼마나 좋아 ㅋㅋㅋ



4. 감출 수 없는 천박함.


 이건 ㅋㅋㅋㅋ 게임 하는 내내 웃음 포인트였다.



용병단 단장 옷차림이 ㅋㅋㅋㅋ 그래. 더운 도시니까 그렇다치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유서 깊은 마탑의 탑주? 얘도 서큐버스니까 그렇다 치자.



제자 옷차림도 제정신이 아님. 진짜 나오는 여캐들이 하나같이 꼴리는게 정말 갓겜이다 싶었음.

이 게임은 결국엔 떡상하고 말꺼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해야되나.



특히 테레제 뒷태가.. 허.. 갓겜..


이렇게만 보면 브더2가 진자 스토리 갓겜인 것처럼 써놨는데,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님.

나는 재미있게 했지만 언제나 재미란 상대적인 거다보니.

당장 옆(윗?)동네 니케같은 게임이랑 비교해보면 그 단점들이 꽤 크게 다가오는데.

이 단점들이 워낙 커서 장점들을 싸그리 지워버리는 거 같음.


단점


1. 반복되는 식상한 전개.


 나는 스토리의 전체적인 플롯과 방향이 나쁘다고는 생각이 안듬. 막말로 모바일 게임에서 이 정도면 무난하게 잘 만든 이야기 아닌가?

문제는 이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은 사건들 하나하나가 지나치게 식상하다는 것. 


1스테이지를 재밌게 본 유저들 중에서도 2~3 스테이지 넘어가면서 결국 스킵을 누르게 된 사람들이 많을 거임. 

시작을 잘 다졌지만 당장 2스테이지부터 긴장감이 확  떨어지고 유치해지니까.


나는 그 이유가 비슷한 사건들의 반복과 갈등의 부재 그리고 고민없이 집어넣은 사이드 스토리들 때문이라고 생각함.


[전개 1. 왠지 모르게 어수선한 마을.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


[전개 2. 알고보니 마을의 이면에 흑마법사 or 코퀴토스와 내통한 세력이 악당짓을 하는 중]


[전개 3. 대충 해결하고 코퀴토스 단서 찾으러 다음 지역으로 넘어감]


이게 라텔이 납치당하는 8스테이지까지 무한 반복됨. 아니. 한 번쯤은 좀 꼬아도 되지 않나?

초반에 만나는 딱봐도 동료로 보이는 놈들은 무조건 착한 놈이고.

잡졸 1, 잡졸 2로 나오는 놈들은 진짜 90년대 악당들이 할 법한 대사를 하나도 안 틀리고 그대로 읇고.

단순히 사건들이 비슷한 걸 넘어서 대사랑 동선까지 복붙을 해놓은게 너무 아쉽다.


2. 갈등의 부재.


9 스테이지 전까지 제대로 된 등장인물 간 갈등이 없음. 

갈등. 그 중에서도 인물 간 감정적 갈등이야 말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게 없어. 


유스티아? 올바름 그 자체에다가 이쁘고 결단력도 있으니 아무도 못 건들임.

세헤라자드? 유스티아 바라기라 싸울 일도 없음. 그레이랑 티키타카하는데 갈등이 아니라 걍 개그임.

그레이? 샌드백임.


캐릭터 하나하나는 매력적인데 스토리가 그 매력을 전혀 못 살리는 느낌이야.


그나마 제대로 된 게 라텔인데. 문제는 라텔의 내적 갈등을 너무 대충 다룬다는 것.

나는 스토리 보는 내내 있지도 않은 내용을 상상해 가면서 라텔한테 몰입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라텔은 그냥 싸이코처럼 보임.

그만큼 라텔의 심정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적어.


특히 1부(분노의 천사까지)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아래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점점 과격해지는 라텔과 그걸 보며 이질감을 느끼는 동료들의 구도임. 이 부분을 기점으로 나는 기대감이 점점 올라갔음.

지금까지는 그냥 하하호호하는 파티였지만 이 구도야 말로 정말 흥미진진한 갈등들이 튀어나오게 될 갈림길이었거든?


 혈각인이라는 저주의 영향 때문이든, 반복된 흑마법사들의 추악함 때문이든 라텔은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음.

그리고 라텔에게 따스함을 배운 유스티아가 잔혹해진 라텔과 대립하거나 정상인 그레이가 라텔과 대립하는 거지.


특히 마탑 에피소드는 주제 자체가 '테라를 쓰는 자들은 모두 악한가?' 였잖아?

여기서 흑마법을 쓰는 이클립스를 보며 유스티아랑 라텔의 의견이 갈렸다면 어땠을까.


힘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어떻게 힘을 쓰느냐가 중요할 뿐 vs 흑마법사는 무조건 다 때려 죽여야 해. 같은 느낌으로

그로 인해 심지어 파티가 둘로 쪼개지고 각자 플레이가 발생했다면?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한 스테이지 정도 개 고생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거나 서로를 이해하게되는 스토리 같은게 있었다면?


그렇다면 2부에서 유스티아 일행이 라텔에게 가지게 되는 애뜻함이나 그리움이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거 같음.


그런데...



3. 급전개.



 내가 생각하는 브더2 1부 최악의 장면. 최악의 전개. 

라텔이 엠버를 흡수하고 흑라텔(난 그렇게 부름) 되는 순간 팍 식었음. 까고 말해서 이 시점에서 얜 걍 라텔이 아님. 


선한 마음과 흑마법사를 향한 분노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발 근데 고민하는 장면이 제대로 나오기나 했나..?)

.. 어쨌든 선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텔은 걍 뒤져버렸음. 그리고 갑자기 목소리 확 깔고 상의탈의한 싸이코 새끼가 주인공이라네.


이게 내 기준에서는 너무 갑작스럽다보니까 도저히 적응이 안 됐음. 이건 나 뿐만 아니라 그레이나 세헤자라드도 마찬가지였을 듯.

개들도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지 대화도 제대로 안하더라 ㅋㅋㅋㅋ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오기 시작한 돌발싸이코 행동들.

그게 타락해가는 라텔이 저지른 일이었으면 나도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겠지. 

근데 테라 흡수하고 완전히 다른 사람된 라텔이 그러고 있으니까 공감보다는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이런 생각만 들더라고.


대량의 테라를 흡수해 폭주했으니 그게 당연한거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애초에 이런 전개를 택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음.


[공감 능력을 상실하고 쓰레기가 된 라텔.]


아.. 옷이라도 좀 입고 있었으면 그나마 거부감이 덜했을 것 같기도 함. 넌 여캐가 아니잖아 라텔아..



여기서 유스티아가 내리는 라텔에 대한 평가도 조금 의문. 

라텔이 약초꾼이라 전투력이 좀 떨어지고 띨한 부분은 있었어도 그 누구보다 강하고 따스한 마음의 소유자 아니였던가.

테라의 영향으로 그 마음이 꾸준히 깍여내려간 거라면 모를까. 왜 얘를 갑자기 심신미약 잼미니 취급을 하는 건지..


결국 이런 급전개들의 남발 때문에 8스테이지 마지막에 유스티아의 눈물이 조금 뜬금없이 느껴진 거 같음. 

그 부분이 현재 브더2 스토리의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봐야하는데 전혀 슬픈 느낌이 안 들더라고. ㅠㅠ




4. 메인 스토리와 큰 연관 없는 사이드 스토리들.


이건 진짜 불만인데. 게임을 하다보니 메인만 쭉 밀기가 애매해서 중간 중간 캐릭터 팩도 같이 진행하게 되자나?

애초에 뉴비패스 미션에도 스토리팩 플레이가 있고.

근데 이 스토리팩 스토리가 진짜 가관임.


이게 코스튬 팔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행세계(맞나?) 스토리를 만드는 거 같은데, 

그냥 딴 겜들처럼 메인 스토리의 서브 에피소드로 구성해주면 안됐을려나;;?


같이 하고 있는 게임이 니케다보니 니케를 예로 들면, 

니케 이벤트 스토리들은 평행세계가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과거 이야기가 주로 나온단 말이지.


브더2도 메인이 아닌 캐릭터들 과거사 같은 걸로 캐릭터팩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 같음.

- 이클립스의 스승이 어쩌다가 이클립스를 거두고 마탑에서 키우게 됐는지

- 루와 올슈타인의 만남

- 온천을 처음 경험하는 실비아 루비아 자매 등등


이번에 나오는 반주년 역대급 천박함 이벤트도 이런 식이면 이벤트 스토리는 다 스킵할 거 같음ㅠㅠ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스토리가 기대가 된다.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철가면 에피소드에서 돌아온 커여운 라텔과 유스티아 일행의 새로운 여행은 굉장히 좋았음.

라텔 본체를 구하겠다는 확실한 목적도 있고, 티키타카 바리에이션도 좀 더 색달라져서 재밌었음.

어쩌면 제작진도 흑라텔 오래보기 싫어서 1화만에 골로 보내버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ㅋㅋㅋ

스토리 팀 기대 만땅이니까 화이팅 했으면 좋겠음.


쓰다보니까 길어졌는데 어쨌든 결론은 재밌었고 기대 된다.


그래서 이제 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