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처마 끝에 매달린 것은 바람을 만나기 위함이고, 수금과 비파가 그토록 화려한 술을 달고 제 몸을 깎는 고통을 견딘 것은 저희들을 타줄 악사를 만나기 위함입니다.

풍경이 바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수금과 비파가 악사의 품에 안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허공의 쇳덩이로, 골동품 상인의 애물단지로, 찬찬히 녹슬며 늙을 뿐, 옛날의 청아한 그 목소리는 울림통 안에서 쇠잔해 갑니다.

제가 이 세상에 던져진 것은, 다만 굳세게 살아가는 것은, 당신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저는 당신이라는 바람 앞의 풍경, 당신의 품에 잠든 비파입니다. 당신의 손길을 노래하고, 당신의 그 산들거리는 숨결을 노래할 따름입니다.

아, 나의 사랑이신 주님, 참으로 저는 당신의 도구입니다. 참으로 저는 당신의 비파이며, 당신의 악사입니다. 당신의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