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은 나를 잘 아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사는 것이 지혜인 양 돌아가고 있다. MBTI를 위시한 여러 심리 검사부터, '자아 찾기' 등의 프로그램들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듯 자아가 전부인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스스로를 비우는 삶이나 가정을 포함한 타인을 우선시하는 삶 등은 어떠한 취급인가? 일견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받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삶의 중심에 본인이 없다는 것만으로 '호구', '멍청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삶의 중심이신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떻게 보이겠는가? 아직도 신이라는 걸 믿는 일자무식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빵과 포도주를 가져다 예수님의 몸과 피로 믿어 모시고는 "나의 모든 자유와 나의 기억과 지성과 의지와, 저에게 있는 모든 것과 제가 소유한 모든 것을 받아주소서." 성 이냐시오 로욜라의 봉헌기도 中 일부 라고 기도하고 있으니 집단적 광기가 아닐 수 없다.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 예수님께서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분'이 아니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잘라 쓸 수 있는 어록을 남긴 사회 운동가 정도이시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 지혜롭게 살기 위해 우리는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잠언의 다음 구절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혜의 시작은 주님을 경외함이며 거룩하신 분을 아는 것이 곧 예지다." (잠언 9,10) 주님을 아느냐 모르느냐,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셨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냐 아니냐가 지혜로운 삶의 시작인 것이다.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내 분수에 맞는 삶의 자리에서 적절히 살 수 있는지는 그 이후에 고민해도 충분하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