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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명문대를 가면 좋은 이유가 취업률이 높고, 취업의 질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취업률만 따지면 간호학과나 교대, 그리고 의대(지잡 의대까지 포함하여)가 훨씬 더 높고, 경희대 문과와 인하대 공대 중에서 누가 취업률이 높냐가지고 싸우기도 한다. 취업의 질의 경우는 명문대가 평균적으로 높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는 명문대를 가는 게 좋은 이유가 다른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명문대를 가는게 좋은 이유는 교양수업의 질이다. 대다수의 명문대들은 어느 학과든 취업률이 어느정도 보장되기 때문에 취업률에 연연하는 학교에는 없는 학과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요즘 취업률에 연연하는 중하위권 학교 중에서는 문사철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연대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교들은 물리, 화학, 생물학과는 있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교로 내려가면 이러한 기초과학과 들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회과학대의 경우에도 정치외교, 사회, 문화인류학과는 없고 사회복지학과와 그 아류만 있는 경우도 태반이다. 이러한 기초학문과들이 없는데 교양과 기초 교육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전공 교수의 수와 전공 교수의 질 그리고 전공 수업의 개수이다. 그러나 대구대나 계명대의 사회복지학과처럼 중하위권 학교에서도 전공 교육의 질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고, 서울대의 모 학과처럼 전공 수업이 안 열려서 학생들이 계속 따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공의 질은 대학 평가의 좋은 지표지만 아주 좋은 지표는 아니다.
하지만 기초교양은 온전히 순수학문의 전체 교수의 수로 결정된다. 독문, 불문, 서문 교수 없이 유럽 문화를 가르칠 수 있을까? 물리, 화학, 수학, 생물학과가 없는 채로 기초과학교육을 할 수 있을까? 문학, 철학, 사학과가 없는 채로 기초학문교육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심지어 더 잘 갖춰진 명문대는 골프, 테니스도 1학점짜리 체육 교양으로 가르치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중하위권 대학은 이런 인프라를 가지지도, 유지하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명문대를 가라.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학문의 질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봉준호는 사회 비판적 영화를(연대 사회학과 졸), 박찬욱은 철학적 영화를(서강대 철학과 졸) 만들지 않는가. 명문대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라. 물론 네가 귀찮아 하면서 안들을 수도 있지만 좋은 교양 수업을 아예 못 듣는 중하위권 대학 학생들보다야 기회는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