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는 것 같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건, 20대의, 30대의, 젊은 날의 내 시간이니까
너무 과하지는 않게, 현재를 즐기면서 살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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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뭔가 날씨도 꾸리꾸리하고...
뭔가 꼰대글도 많이 올라와서 비공먹고하는데

분위기를 타서 그냥 내 생각이나 한번 정리해보려고 해.

뭐 별로 관심 가질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원래 온라인 공간이 그냥 똥 글 싸지르기 좋잖아?
뭐.. 사실 어디다 풀기도 뭐한 그런 썰 한번 풀어보려구

뭐랄까. 주제는 서른을 조금 넘긴 지금
지난 날을 돌아보는 정도?


ㅋㅋ 그냥 어디선가 보고 한번 따라 해보는거야.
기억을 더듬어볼게.


**이왕 감성팔이한거, 제대로 팔아보자고 음악도 추가해 봄!

어울릴만한 노래 찾아옴. 그냥 틀어놓고 쭉 읽어보면 좋을 듯 








13세

개인택시를 하시던 아빠가 교통사고. 누가 봐도 상대방 잘못이었는데,
'뇌물'크리로 보상금 하나도 못탔어. 정말 죽지 않은게 다행이었지.
덕분에 아버지는 허리에 철심을 박고 2급 장애 판정을 받았어.
일? 일은 당연히 못했지. 큰 수술과 회복시간 때문에 1년 넘게 치료비만 깨졌어



14세


수입이 없으니 집안 꼴이 막장이 될 수 밖에.
이때 엄마가 쥐꼬리만한 회사에 취직하셔서 가족 먹여살렸어.
난 그즈음 나름 컴터 영재였었는데 (컴퓨터 경진대회 같은거 나가서 상타고)
해킹도 해보고, 게임도 만들어보고, 프로그래밍도하고..
뭐 암튼. 다 접었지 뭐.



15세


작은아빠라는 사람이 아빠를 꼬드겨서 보증서줬는데 사업이 망했어.
그나마 개인택시 번호판을 팔아서 연명하고 있었는데...
집이고 뭐고 다 날라 갔지.
결국 작은아빠라는 사람은 경제사범으로 철창행.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졌어.



16세


엄마가 월급이 밀리니까, 회삿돈 50만원을 억지로 가져와버렸어.

세달쯤 월급이 밀렸었는데, 그 50만원이 아쉬울정도로 힘들었었으니까.
그때 사장이 칼 들고 집으로 쫒아오더라.
그나마 꼴에 남자라고 내가 대치했었는데, 엄마가 50만원 그냥 줘버렸어.
나 다치면 안 된다고..
그날 누나랑 엄마랑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지


17세

결국 엄마랑 아빠는 이혼했어.
마침 또 내가 질풍노동의 시기라서.. 방황하기 시작했지.
그때 춤에 빠졌었지. 믿지 않겠지만 한때 TV도 나올뻔 했었고 ㅋㅋ
그리고 연습실은 훌륭한 탈선의 장소였어.
같은 팀 형들이 술담배 다 공수해주고, 빠순이들있으니까 뭐... 여자도 안고팠지.
담배, 술, 여자, 가출, 외박.... 다 이때 배웟어.
집에서 자는 건 일주일에 하루이틀정도만



19세


그렇게 문제아로 고3까지 실컷 놀았지.
근데 여름 방학이었을 거야. 생일 즈음해서 어두운 방안에서 엄마가 발톱을 깎고 있는데
그 뒷모습을 보다가 뭔가 울컥 한거야.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 등이 참 작고, 왜소하게보였던 것 같아.
그때부터 대학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안했던 공부를 시작했지. 수능 d-6개월.



20세

내신은 최하위인데, 그래도 수능을 그럭저럭 봤어.
덕분에 인서울 4년제를 들어갈 수 있었고.
입학금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데, 엄마가 조용히 등록금을 마련한 봉투 내밀더라.
없는 살림에 모은 것도 아니고 빌린거였어 ㅋㅋ
그 와중에 아빠한테 연락와서 핸드폰이랑,
이것저것 명의 빌려줬지. 결국 나중에 나한테 빚으로 돌아왔지만
한학기만 다니고, 결국 돈없어서 군대를 갔어.
가난하면 공부하기도 힘들더라구.


20세 - 22세 : 군대. 그냥 군대 뭐 없음. 형들도 다 알잖아?


22세

학교에 복학했지.
이때 진짜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이렇게 살았나 싶어.
평일 저녁에 알바 + 주말 금토 피씨방 야간알바 + 21학점 수업듣기
그렇게 미친듯이 일해도
1년에 한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어.


24세

갑자기 아빠가 됐어. 조금은 두렵고 무섭고.. 자신없고...
술 처묵처묵하며 방황하다가 여자친구한테 낳자고 했지.
학교 그만두더라도 내가 노가다를 해서라도 부양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당시 여자친구가 나몰래 지워버렸어. 가난한 내 사정을 아니까. 아마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땐 원망보다 능력없는 내가 싫었어. 진짜 자연스럽게 현실도피를 하게되더라.
내가 정신 못차리는 사이 여자친구 공무원 7급 공채 붙은 선배와 양다리를 걸쳤고..
그냥 뭐. 누구탓을 하랴 하면서 깔끔하게 헤어졌어.


25세

미친듯이 공부를 시작했어. 능력없는 내가 싫었거든.
근데 뭐 내가 시키는 공부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좀 특이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수업 제끼고 강연회 같은거 쫒아다녔었고
이런저런 공모전도 참가하고, 물론 평일 저녁과 주말 야간알바는 언제나 나와 함께였고.
한비야가 말했었지? 2일에 하루씩 잔다고. 그게 가능하더라고 진짜.
근데 결국 몸에 탈이 나면서 휴학했어.


26세

주 3일 일하는 조건으로 한 시민단체에서 일하기 시작.
남는 시간에 모자른 학점을 채워 겨우 졸업했지.
최종 졸업성적. 3.5
공모전 입상 : 4~5개.
빚(학자금 약 2천만원)


27세

대학 졸업장이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
졸업장 + 이런저런 입상과 스펙들과 좋게보던 교수 추천으로
모 경제연구소를 갈 뻔 했었는데, 그냥 걷어찼어.
그리고 일하던 시민단체 쪽이랑 같이 지방으로 내려갔지
20대의 젊은 내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지방에서 일을 해보겠냐며... 어린치기였지 뭐.
지금생각하면 참 아까운데, 또 후회는 안해.
덕분에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거든
그렇게 2년 가까이 일했는데, 당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ㅈ됨.
사업 없어지고 망했어. ㅋㅋㅋㅋ 정치가 무서운거더라.


28세

어찌저찌, 경기도로 돌아와 다행스럽게도 바로 일을 시작.
뭐 더 자세히 표현 할 말이 없어. 미친 듯이 일했고, 그게 운 좋게도 누군가의 눈에 들었고,
마침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도 새로운 분야라 전문가가 없었고.
이런저런 많은 과정을 통해 정책관련해서 공공기관에 특채로 들어왔어.
급여수준도 좋아졌지만, 일단 처음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됐음...
그래봐야 월세 나가고, 엄마 빚값고, 내 빚값고.. 보험비 내고..
옷 한벌 사는것도 덜덜 손을 떨던 시기였지.


29세

생일을 맞이해서, 은행에 갔어.
생일 선물 대신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남아있는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버렸음
근데 웃긴 건, 여전히 나에겐 빚이 있더라구
타지 생활을 하며 집이 필요하니 보증금을 위한 빚
어머니 건강이 안좋아지면서 생긴 병원비 등등...



30세

누나가 결혼을 했어.
누구한테 뭘 바랄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보탰어.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고 모았던 돈이지만
후회없이 누나 시집보내는데 보탰지.
여전히 나에겐 돈은 없고, 여전히 나에겐 빚은 있음


31세

몇 년 만에 끊겼던 아버지의 소식이 들려왔어.
경찰이더라. 교통사고가 났는데, 신원확인해달라고.
그래도 핏줄이라고 몇 년 만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얼굴인데도 상한걸보니 울컥하더라.
여차저차 수습하고, 장례 치루고, 알아보니 빚이 산더미라 상속포기하고...


그러던 중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어.
“‘악성종양’이 의심된다.... 정밀 조직검사를 해보자“
신난다 시발. 이제 겨우 만서른인데. 암이래. ㅋㅋㅋㅋ

사고방식이 바꿨지.. 개같이 일해서 돈모아서 뭐하냐. 인생 한방에 훅 가는데...
아버지도 그렇게 가셨고, 나또한 어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뭔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한달 정도 혼자 유럽을 갔어.
공공기관이 그런건 좋긴 좋더라구. 연가 몰아서 쓰면 쓸 수 있는거.


무튼 뭐 그렇게 서른하나를 넘기고, 여행을 다녀오니.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어.
다행히 악성 암은 아니었어. 그냥 물혹 같은거?

그래도 그게 충격이었는지, 이때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어.


~ 현재

어짜피 집에 손벌 릴 수 없는 내 상황에서 나는 그냥 결혼을 포기했어.
결혼을 포기하니 큰 집도 필요 없더라. 
국민임대를 통해 임대아파트 살고 있고...

더 큰 욕심 안내고 그냥 너무 미련하지 않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기로 마음먹었지.

아직도 빚은 남아있지만, 적당히 조금씩 갚아가면서
현재의 내 감정과 욕심에 충실하게, 그렇게 살고 있어.

혼자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보드도 배우고, 자전거도 타보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컴퓨터도 사고, 내 상황에서 분수에 맞게 즐기며 살려구.
남자 혼자 사는데 300정도 버니까 더 욕심낼 필요도 없고. 부족함도 없더라고.

그냥 내 상황이 이랬다보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 것 같아.

물론 버는 대로 다 술먹고 놀고, 그렇게 헤프게 쓰라는 이야기는 아냐. 
배우고, 즐기고, 하다못해 뭔가 물건이 남는 것에 쓰는게 좋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분수를 알아야해. 그 바운더리를 넘기지 않는게 중요해

그래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는 것 같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건, 10대의, 20대의, 젊은 날의 내 시간이니까

나는 내 젊은 날을 돈 모아보겠다고 허리띠를 졸라 메는 기억으로 남기는 것보다는
“아 그때는 그래도 참 좋았었는데”하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30대가 되서도 아직 고등학교때 친구들을 만나면 밤새 이야기를 하고...

그 시절, 그렇게 즐겁게 지냈던 순간들이 하루를 이겨내는 힘이되곤 하거든.
원래 사람이란 추억에서 힘을 얻고, 나아가는 법이잖아. 그치?





오늘 이야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