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서울대 대숲 글


위의 글을 읽고 소름돋았다. 내 행동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산만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한국말과 거의 동시에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영어는 쉬웠지만, 수학같은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면 집중력이 매우 나빴다. 사실 수학은 내가 잘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기 싫어했던 것이다.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서/논술형이나 에세이는 잘 쓰고, 객관식도 뒤쪽 배점 높은 문제는 다 맞으면서 항상 1번, 2번을 틀리고, 쉬운 주관식을 틀리곤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왔다.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는 너무 수준이 확 높아졌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성적 차이가 확 나게 되었다. 그 중 유럽사는 독일인 선생님이 가르치시는데, 독일식 수업이다. 한 학기마다 20쪽짜리 논문을 제출하고, 시험에서는 에세이를 5문단씩 써서 내야 했다. 그런 건 점수가 잘 나왔다. 근데 내가 싫어하는 몇몇 과목들은 - 과학이라던가 - 반도 못 맞췄다. 원래 내가 그런 성격이다. 좋아하는 건 밤을 새서라도 하는데 싫어하는 건 그냥 하기 싫고 귀찮다.


과학을 비롯한 이과 성적이 바닥을 기는 동안, 러시아어 실력은 현지인과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늘었고, 러시아 제국의 역대 차르와 소련의 역대 서기장의 이름을 줄줄 외웠으며, 전국 지자체의 이름을 기초단위까지 다 외웠고, 터키어 기본회화를 일주일도 안 되서 익혔다. 반면, 그럴수록 학교 성적은 계속해서 떨어졌고, 앞에서보다 뒤에서부터 등수를 세는 것이 훠우어ㅓㅓㄹ씬 편해지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온도차가 극명하게 심하며, 그러는 동안 인생이 추락하는 것 같았다.


정신과라도 한번 가보는 게 나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