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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 찢어 붙인 부천…‘서울 면적 8배’ 강원 초거대 지역구

생활문화권 고려 없이 인구수 따라 구획…특례 합의도 불발

29일 본회의 앞두고 홍익표 “빨리 입장 정하라” 여당 압박


여야의 4·10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제출안이 최종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선거구별 의석수 증감을 놓고 2개월여 동안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원안으로 돌아갈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획정위 제출안을 살펴보면 행정구역을 기형적으로 조합하거나 생활문화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획된 선거구가 적지 않다. 여야 유불리 셈법을 떠나 기형적인 획정안 자체가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부천이 대표적 사례다. 획정위는 부천에서 한 석(4석→3석)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천 행정구역은 오정구, 원미구, 소사구 등 크게 가로로 삼등분된다. 현행 선거구는 행정구역에 맞춰 지정됐다. 오정구는 부천정, 원미구 좌측 지역(상동·신중동·중동)은 부천을, 원미구 우측 지역(부천동·심곡동)은 부천갑, 소사구는 부천병이다.

획정위는 부천 행정구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구를 구획했다. ①오정구 일부, 원미구 일부 ②오정구 일부, 원미구 일부, 소사구 일부 ③원미구 일부, 소사구 일부로 선거구를 나눴다. 같은 구인데도 선거구가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천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 대표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행정구역과 생활문화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경기 수원의 경우도 세류1동이 수원병에 편입돼 권선구라는 행정구역 안에 수원을, 수원병, 수원무 등 3개 선거구가 난립하게 됐다. 부산 북구는 지리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단됐다. 북을의 만덕1동과 화명1동 사이 금정산이 있어 동 사이를 이동하려면 북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산을 기준으로 맞은편에 있는 지역끼리 하나의 선거구로 묶어둔 것이다.

21대 총선에서 여야가 특례 선거구로 합의했던 지역도 문제다. 공직선거법은 자치구·시·군일부를 떼어내 다른 지역구에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을 선거구 획정원칙으로 삼는다. 여야는 지난 총선 당시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과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을 한시적으로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 선거구로 합의했다.

이번 획정위 협상 과정에서 특례 선거구 합의가 불발되면서 강원 춘천이 갑·을로 나눠지고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속초가 한 선거구로 묶였다. 휴전선 접경지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는 ‘공룡 선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속초의 면적은 서울의 8배에 달한다. 지역구가 넓어질수록 지역 대표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마다 선거구 획정에 논란이 이는 이유는 인구 편차가 최우선으로 고려되기 때문이다. 이번 획정위는 인구 편차 범위를 13만6600명 이상 27만3200명 이하로 설정했다. 인구 상·하한 기준에 맞추다 보니 주로 농산어촌 지역에서 기형적인 선거구가 탄생한다. 획정위 제출안에 따르면 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찢어져 주변 지역구에 편입됐다. 전북 남원·임실·순창도 지역구가 해체됐다. 경기 북부 지역인 포천·연천·가평은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또 다른 공룡 선거구가 됐다. 21대 총선에선 전남 순천이 논란이 됐다. 순천시(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서 해룡면만 떼어내 순천·광양·곡성·구례을에 붙였기 때문이다.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소원을 냈지만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는 기각했다. 이번 획정위는 순천시를 갑·을로 나누고 광양·곡성·구례를 하나의 선거구로 묶는 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