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그쪽 전공자가 아님. 


작게는 데스크테리어나 인테리어부터 크게는 도시나 국토개발까지 공간을 활용하는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있음.

공간은 분리되어야 한다. 


인테리어 관심 많은 친구들은 단번에 이해할테고, 도시 구조 등에 관심 많은 친구들도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 들을거라 생각함.




-가로로 도시를 나누는 커넬웨이 위주로 상권을 형성됨.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커넬웨이는 한칸 아래로 흐르는데, 아래쪽은 주로 술집 등과 같은 유흥 상권이 형성되고, 위쪽은 일상적인 상권이 형성되어 있음. 






-각 학교가 주로 위치한 블럭은 세로로 뻗은 공원과 연결되는데, 이 블럭은 저층 상가주택으로 이루어짐.

이곳에 형성되는 상권은 유흥요소가 없는 밥집이나 카페 위주.





통상 신도시 거주 만족도는 높은 편인데, 위와 같은 공간 분리가 적절히 이뤄진 도시계획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함.

이건 뭐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게, 자취하거나 방 구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유흥가랑 가까운데 집 구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번씩 들어봤을거 아냐. 

소란스럽기도 하고, 집 밖을 오가는 것에 불편함이 있으니까. 거주지가 안락한 느낌이 안나니까.


일산과 분당에 거주한 경험이 있고, 지금은 청라 신도시에 사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타 지역으로의 이동 등 도시 밖을 오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청라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함. 

더 신축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비교적 상업지역의 구분은 덜 되어 있는 일산이나 분당과 달리

상권도 분리되어 있는 경향이 짙은게 마음에 든다고.


즉, 우리가 주거지역이 상권에 인접하면 안락한 느낌이 안나는 것 처럼, 밥집과 술집이 얽혀있거나 카페와 술집이 얽혀 있는 것 보다는 술집은 술집 위주로 모여있고, 카페는 카페 위주로 모여 있는게 만족도가 더 높다는 말이겠지.


그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판교는 어떨까?



청라가 주로 수변공원을 통해 공간을 분리했다고 하면, 판교는 넓은 도로를 통해서 공간을 분리함. (캡쳐에 포함하진 않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판교와 서판교가 나뉨)

크게 봤을 때, 분당내곡간 도시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주거지역과 업무지역을 나눔.


청라는 커넬웨이를 통해 얇고 긴 상권을 형성하여 지역을 관통함. 이는 지역 내 어느 곳에서도 상권에 도달하기 용이한 장점이 있지만, 집적이익을 다소 포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음.

판교는 반대로 상권을 특정 지역에 몰았는데, 이는 업무지구의 크기가 크다는 점과 맞물려 집적이익이 극대화 됨. 하지만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겠지.




그럼 서판교는 어떨까? 

동판교가 주로 소위 말하는 성냥갑 아파트 위주로 이뤄졌다면, 서판교는 주로 단독주택 위주로 만들어짐.


당연히 고층 아파트가 없는 것은 아님, 마찬가지로 동판교도 아래쪽 판교힐스 이쪽 부근은 단독주택 단지임.

이렇다할 특징적인 부분은 없음. 동네 자체가 조용하고, 흔히 생각하는 판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멈.

도로를 중심으로 상권 - 주거지역으로 이어지고, 수변공원을 통해 서판교까지 이어짐.





특이사항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부촌인 운중동엔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음.

또 몇몇 친구들이 아파트를 비판하면서 이야기 한, 개성있는 주택이 밀집해 있는게 미관상 좋다고 했잖슴?

운중 디바인만 그런건지 아니면, 동판교 일대의 단독주택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여기는 주택을 짓고 분양하는게 아니라, 땅을 분양하고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똑같은 집이 거의 없음. 

모든 이가 주택에 관심을 갖는건 아니니까 기본형 같은건 있겠지.


실제로 가보면 신기하고 재밌는 건물 많음. 이런식의 주거지역이 늘어서 미관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나도 공감하는 편도 있음 그래서. 

전혀 현실적이지 않긴하지만, 저럼 이쁘고 좋지.


다른 한편으로는 담을 허문 주거지역을 만들고자 했지만, 중정을 만들면서 이를 피해간 동네이기도 함.

나 개인적으로 별로 동의는 못하겠음. 그게 미적으로 더 이쁘다는건 둘째치고, 기본적으로 내 주거공간은 좀 프라이빗한걸 선호하는 편이라.


아는 사람은 없어서 위 동네의 만족도는 모르겠음.

임장 가보면 재밌긴 함. 


마지막으로 신도시 중에 위 판교에서 실패한 그 전원주택 정경이 있는 동네가 있음. 

1기 신도시인 일산임.

일산에 대해서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면, 일산 구조는 판교와 비슷함.

주로 3호선 라인을 따라 상권을 형성하고, 위쪽으로 주거지역을 형성해놨음. 


당시 일산이 호평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위와 같은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했다는 것 그리고 그 위치가 정발산 주변이라는 것.

때문에 정경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지.



글이 길어져서 언급은 안했지만, 몇몇 친구들이 이야기한 자곡동도 청라, 판교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됨. 

그 동네 자체가 진짜 아---무것도 없었음.


통상 신도시에서 단독주택 등을 외곽을 빼는 반면, 자곡동-세곡동 가보면 단독주택 등 저층 주거지역이 상권과 함께 도시 중심부에 위치함. 

여기도 녹지가 매우 많은 동넨데, 때문에 상권에서 거닐다보면, 시야를 가로막는게 별로 없음. 

아파트를 외곽으로 빼놨거든. 애초에 지역 상권이 크지 않으니, 작은 공원 등으로도 충분히 분리되기도 하고. 



신도시 구조가 획일적이고 다 뻔하다? 그거 잘모르겠음 나는.

아파트 디자인 획일적인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고 있고.

아파트 실내 구조도 다 똑같다...?


시기 별로 유행하는 실내 구조가 있긴 한데, 같은 구조 안에서도 사이즈 차이에 따른 체감이 매우 큼.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알텐데, 동일한 평수여도 방이 한 평 더 크냐 작냐, 문이 어디로 나느냐 등등에 따라 엄청 다름.


도시 미관 상 성냥갑 아파트가 줄지어선 모습이 별로일 수 있음. 취향에 안맞을 수도 있고.

나 역시 운중동 등을 거닐어보면, 아파트 단지 늘어선 것 보다 이쁘다 생각함.

근데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가 좋지 않은 주거 공급 형태는 아님.


솔직히 말하면, 외관 상 보기 안좋을 수 있다는 측면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아파트보다 더 나은 주거 형태가 있나? 

나는 잘 모르겠음.


과거 천당 아래 분당, 천하 제일 일산과 같은 말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음. 

실제 분당과 일산이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신도시는 누구나 꿈꾸는 그런 동네였음.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냐? 아니지. 


분당 혹은 일산이 아닐 뿐이지, 지금도 신도시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임.

동탄, 광교, 판교 등등의 집값보면 알잖아.


그럼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 아파트 촌, 신도시 등이 객관적으로 안이쁜게 맞나?

주관적으로 취향이 아닐 순 있어도 말이야. 


정리해서, 위 신도시 등에서 따르는 문법과 구조를 요약하면 하나임.

공간은 분리되어야 한다. 흔히 그게 안되면 난개발이라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