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싱가포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도망가지 말레이

두 대양의 진주 (예고편): 동방의 진주 (진)

두 대양의 진주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두 대양의 진주 [2]: NUS 맛보기

두 대양의 진주 [M1]: 쿠알라룸푸르로의 북진

두 대양의 진주 [M2]: 쿠알라룸푸르에서의 하차

두 대양의 진주 [M3]: 페낭으로 가는 길


찬호박입니다. 지난 편에서 설날 아침에 무사히 페낭에 도착했으니, 본격적으로 페낭 이야기를 해 봐야겠죠. 


임의의 한국인에게 페낭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어디?'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고, 여행 유튜브를 좀 보시는 분이라면 백종원이 한번쯤 간 곳 내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공혁준과 함께 먹방 투어를 간 적 있는 곳 정도로 알 것입니다. 물론 페낭이 '말레이시아의 음식 수도'라 불릴 정도로 식문화가 발달한 곳은 맞지만, 절대 식문화가 전부인 것은 아닙니다. 싱가포르, 믈라카와 더불어 영국의 해협 식민지를 구성하는 3대 거점인 만큼 역사적 근본도 잘 갖추어진 곳이죠. 조지타운을 포함해서 대외적으로 알려진 페낭의 대부분이 섬에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해협 건너편 본토에 기차역과 또다른 시가지, 컨테이너항이 있는 등 은근히 홍콩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페낭에 다녀온 일주일 동안 여기를 '언럭키 홍콩'이라 부르고 다녔던 기억이 이제 새록새록하군요. 



페낭의 인구 거의 절반이 중국계인 것을 반영하듯, 중국 색까링 물씬 나는 사원들이 페낭 곳곳에 있습니다. 



원래 아침에 조지타운 구시가지를 가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이날이 설날인 점을 감안해서 페낭 힐이 더 늦게 올라가면 미어터지겠다 싶어 페낭의 남산 같은 페낭의 터줏대감 산, 페낭 힐로 가장 먼저 향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페낭 힐이 원래 인도의 심라처럼 영국인들의 피서 동네로 시작된 꽤 고지대의 동네라, 동남아시아 최장의 푸니쿨라 열차가 있습니다. 세 세대에 걸쳐 열차들이 저렇게 바뀌었는데, 이 날씨에 에어컨은 2011년부터 운행된 3세대 푸니쿨라에 처음 생겼다 하더군요. 

아직 홍콩에 가진 않았지만 홍콩에 빅토리아 피크 트램이 있다면 페낭에는 페낭 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망은 당연히 홍콩 쪽이 훨씬 낫겠지만)



조금 기다리다보니 푸니쿨라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합니다. 페낭에 매일 한 척꼴로 크루즈선도 입항하다 보니까 그 크루즈에서 내린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푸니쿨라 열차에서 본 선로는 이렇습니다. 진짜 좀 더 자연친화적인(?) 빅토리아 피크 트램이 이건가 싶더군요. 



700미터 정도 위라 그런지, 확실히 페낭 섬 동쪽과 해협 건너편 본토까지 꽤 잘 보이는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외롭게 서 있는 건물이 페낭 최고층인 콤타르 타워고, 그 서쪽으로 거니 드라이브와 신도심이 있군요. 저 사이 조지타운 구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바람에 개발제한이 꽤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동쪽으로 뷰를 틀어보면, 조지타운 남쪽 신도시와 더불어 정주영 회장 위인전에서 1986년에 현대건설이 지었다는 페낭 대교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이 다음날 저 다리를 통해 본토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조금 근경에는, 이따 저녁에도 볼 말레이시아 최대의 불교 사원인 극락사가 있습니다. 이날부터 페낭 극락사에 밤마다 불이 들어온다는데, 그 모습이 죽여준다는 이야기가 있어 가보려 합니다. 



식민지 시절에는 영국인들의 별장, 지금은 벙갈로우로 대여해주고 있다는 별장들이 산 곳곳에 박혀 있습니다. 확실히 이런 뷰를 보면서 피서하고 있으면 살맛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확실히 '동방의 진주'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페낭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페낭'이라는 이름은 실은 저 동방의 진주 기념물 초석(?)에 그려진 저 나무를 지칭한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해협 건너편 본토까지 전망할 수 있는 곳을 찍고 다시 내려갑니다. 



내려오는 길도 꽤 정취있습니다. 



시간이 꽤 되었던지라 숙소에 얼리 체크인을 노리러 숙소로 향합니다. 

몇 년 전부터 여행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것 중 하나가 '여행을 가거든 로컬 문화를 온몸으로 만끽하고 오자'는 것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 특히 페낭 쪽은 중국 문화와 현지 문화가 식문화뿐만 아니라 주거, 의복 등 전반적으로 어우러진 페라나칸 문화가 특징적이라는 걸 일찌감치 접해서, 페라나칸 문화가 물씬 풍기는 곳에서 숙박하면 어떨까 싶어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페라나칸 양식으로 지어진 옛 가옥들을 매입해서 페라나칸 방식으로 복원한 부티크 호텔들이 몇 군데 있던데, 그 중 한 곳에서 숙박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고택 숙박 같은 느낌이겠군요. 



이따 돌아오겠지만 확실히 숙소 중정부터 뭔가 심상찮습니다. 타일부터 지붕, 전반적 마감이 중국과 서양 그 사이 어딘가 느낌이 납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숙소를 만끽하기 전 페낭 페라나칸 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실제로 중국계 부호가 살던 저택을 거의 그대로 보존해서 박물관화한 곳이죠. 바닥에 떨어진 건 꽃잎이 아니라 설날 자정의 폭죽 잔해(?)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매우 화려한 중국식 저택 같으면서도, 



위의 샹들리에가 여기는 중국이 아니라는 점, 서양 물이 꽤 들어왔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여기 살았던 부호들인 모양입니다. 솔직히 좀 부러웠습니다. 




특이하게 저렇게 중국풍의 식탁과 진짜 서양식 식탁이 전부 하나씩 있더군요. 그만큼 사정이 여유로웠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사당이 있는데 그 사당에 샹들리에를 걸어놓는 건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겠지요. 



그랜드피아노를 응접실(?)에 둔 것은 이들의 부를 짐작케 합니다. 




재미있는 게 침실 또한 서양식, 중국식 하나씩 모두 있어 다양한 문화적 특징들이 혼재하는 페라나칸 양식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계단 방면조차 고급스러운 티가 물씬 납니다. 



페낭에 이런 페라나칸 양식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여기 말고도 Cheong Fatt Tze 맨션 (이름 그대로 벽이 푸른색인 옛 중국인 저택) 이나 그런 곳들이 몇 곳 있지만, 이쪽은 예약이 필요한지라... 이만 스킵하고 조지타운 구시가지 탐방을 이어갔습니다. 




조지타운이 생각보다 벽화로 유명하다고 해서 인력거 투어들 중 저런 벽화들만 골라서 투어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걸어가면서 다 보이더군요.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곳곳에서 이런 벽화들이 꽤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다 보니까 찾는 맛이 있습니다. 




무지개빛 우산들을 위에 걸어놓은 걸 관광 책자에서 본 것 같아 지나갔습니다. 여기가 아르메니아 거리로 유명하더군요. 



이런 원색 도색을 한 페라나칸 양식의 집들이 즐비한 것이 조지타운 구시가지의 한 모습이라면 




조금만 더 걸어가서 관공서가 밀집한 곳으로 가면 꽤 정갈한 화이트톤의 관공서와 교회가 모여 있는, 재미있는 곳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숙소를 만끽하러 돌아옵니다. 




중국풍이면서도 서양 숙소 느낌이 있는, 그러면서도 꽤나 고급진 복층 숙소였습니다. 아까 페라나칸 박물관에서 봤던 저택을 적당히 현대화한 곳에 사는 느낌이 나더군요. 심지어 여기 말고는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 보니까 굉장히 추천하는 곳입니다. 





숙소에서 무료 오후 티타임까지 제공한다길래 옳거니 하면서 로비로 왔습니다. 꽤 정갈하고 좋더군요. 




티타임을 끝내고 잠시 저녁을 먹고 다음 목적지로 향할 준비를 합니다. 마침 한시간쯤 뒤면 해가 지니, 슬슬 극락사를 보러 갑니다. 



극락사가 산 중턱에 있고 조지타운 도심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 보니까, 생각보다 이쪽 길이 좁습니다. 그에 반해 다들 설날이니까 극락사에 가려는 사람들은 많으니, 교통체증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아마 전세계 관광지면 비슷한 것 같군요. 



조금 떨어진 곳에 일행과 주차를 하고 걸어가기로 합니다. 역시 길이 막히는군요. 



해가 거의 다 질 무렵 극락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벌써부터 화려하군요. 



극락사 특유의 거대한 불상이 있는 주탑과 옆쪽 탑이 모두 보이는 모습입니다. 






화려하게 불이 켜진 극락사를 오르는 인파 속에서,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싼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습니다. 



큰 불상이 보이는 주탑은 올라가려면 5링깃을 더 내야 해서, 옆쪽 탑을 올라가기로 합니다. 




아까 저를 감싸던 화려한 조명들보다 조금 위에서 바라보기로 합니다. 역시 화려한 건 마찬가지군요. 



극락사에 오기까지 지나온 길입니다.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불상이 있는 저 탑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분명히 다른 감상들이 많았지만 지금 보니 불야성 그 자체라는 생각과, 역시 중국계에서는 설날을 진짜 각잡고 한다는 생각이 들며 극락사를 내려왔던 날이었습니다. 



그 뒤로 붉은 등에 불이 들어온 숙소로 돌아와서 설날을 마쳤습니다. 페낭에서의 설연휴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다음 답사기로 돌아오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