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지난 답사기에 이어 통근길에서 반드시 환승해야 해서 익숙한 지명을 하나 더 찾기로 했습니다. 이번 목표는 NUS가 있는 켄트 리지부터 센토사 섬 바로 앞까지 이어지는 산맥...이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아무튼 싱가포르 남해안을 따라 있는 능선인 서던 릿지스입니다.
서울로 치면 약간 남산 같은 지위를 차지하는 곳인데, 시간적 여유는 있는 편이라 서쪽의 End Poind에서 센토사로 들어가는 길목인 하버프런트 MRT 역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쭉 갈 계획이었지만, 저날쯤부터 냉방병 이슈가 터지는 바람에 이만 단념하고 이번에도 래브라도 공원 인근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도심지에서 산 방향으로 조금씩 올라가야 합니다.
분명 이렇게 HDB 아파트가 많던 동네가 몇백 미터 뒤면,
내가 알던 싱가포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꽤 울창(?)한 숲에 왕복 4차선 도로만이 뚫고 지나가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굳이 여기서부터 능선을 올라가기로 한 이유기도 한, 헨더슨 웨이브 다리가 보입니다. 높이 36미터 정도 되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다리라고 하는군요.
날이 좋고 사진을 잘 찍으면 대충 이렇게 보인다고는 합니다만...
실제로 올라가면 대충 이런 전망입니다. 솔직히 막상 올라가 보면 다른 육교와 큰 차이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단지 능선 따라다닐 때 굳이 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수고를 덜어준 정도...?
그래도 지대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멀리까지 보이는 편입니다. 남쪽으로는 희미하게 바다, 그리고 전편에서 다루었던 케펠 만 쪽이 보이는군요.
북동쪽으로는 싱가포르의 도심 한줌과 함께 아파트 단지들이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도시국가다 보니까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수상할 정도로 남산 타워 올라가는 길처럼 생긴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남서쪽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도심 스카이라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가면 페이버 산 정상이 가깝단 이야기죠.
페이버 산 정상(?)은 뭔가 RPG 게임에서 퀘스트를 완료하는 지점같이 생겼습니다.
남서쪽 뷰입니다. 이쪽도 구름이 쫙 깔리고 날씨가 좋은 편은 주롱 섬 쪽에는 지금 스콜이 오는군요.
조금 더 먼 바다에는 인도네시아 바탐으로 추정되는 섬들이 있습니다. 근경에는 센토사의 리조트들과 골프장이 보이는군요.
페이버 포인트 북쪽으로는 알록달록한 싱가포르 아파트단지들이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약간 더 올라가면 센토사 섬까지 들어가는 케이블카의 출발점이 있습니다. 특히 센토사에서는 케이블카는 가성비가 심히 떨어지는지라 타지는 않았지만, 뷰가 꽤 괜찮을 것 같기는 하더군요. 당연히 남쪽으로는 센토사 섬, 조금 더 가까이에는 하버프런트 MRT 역세권이 있습니다.
이후로 하버프런트 MRT 역까지 내려가는 길은 정글 느낌이 납니다.
그렇게 하버프런트까지 내려오면 센토사로 가는 핵심 길목이자 센토사 모노레일의 시점(이자 사람들이 하버프런트 역에 오는 유이한 이유)인 비보시티 쇼핑몰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기는 아쉬우니 들어가줍니다.
비보시티 3층에는 해변을 모방한 풀장같이 생긴 무언가가 있는데 여기 입수는 위생상의 이유로 (?) 안된다고 합니다...
여기 이름이 '하버프런트'인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바탐이나 주변 섬들로 가는 페리들뿐만 아니라 크루즈선이 들어오는 항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리나 베이 남쪽에 마리나 사우스 피어라고 항구가 하나 더 있는데, 이쪽은 페리나 더 작은 배들만 들어오고 하버프런트로 대부분의 배들이 들어오는 모양이더군요.
센토사, 그리고 컨테이너항을 배경으로 센토사와 싱가포르 본토(?)를 연결해 주는 센토사 모노레일이 눈에 들어옵니다. 돌이켜 보면 저걸 타도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처음 비보시티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꿀꿀하던 날씨가 (오후 5시쯤, 실제로 이 사진 찍고 30초 뒤에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니까 거짓말같이 햇빛이 아름답게 비치고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날씨가 그만큼 변덕스럽단 이야기겠죠.
원래도 등산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 싱가포르에 있을 때도 최대한 산을 타 보려고 했었는데, 싱가포르 현지인들은 산 이야기를 하면 싱가포르에는 오를 만한 산이 없고 있더라도 실망뿐이라 하더군요. 사실 산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할 정도로 페이버 산도 아담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나름 싱가포르의 정체성을 여러 가지 의미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 이상은 아니라도 한 번 정도는 올라올 만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답사기를 봐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편으로 곧 돌아오도록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