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동남부 여행 다니면서 크게 느낄 일은 없었지만 직접적으로 느낀 게 딱 두 번 있었음.


1.

다라 쭉 구경한 다음 마르딘으로 돌아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음. 나보다 몇 살 정도 어려 보이는 애들이 마르딘 갈 거면 자기들이 차 태워주겠다고 계속 권유했음.

처음에는 약간 의심스러워서 거절했는데 계속 그냥 타고 가라고 그러고, 그 일행도 보니까 특별히 나쁜 애들 같지는 않아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얻어 탔음.

10대 후반~20대 초중반 5명이었고 누사이빈 쪽 놀러 갔다가 다라 좀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음. 전부 쿠르드인이고 집은 미드야트인데 마르딘에 좀 들렀다가 간다고 함.

아무튼 뭔가 한국에 대해 되게 우호적이고 그래서(사실 이건 터키에서 본 거의 모든 사람이 한국에 우호적이긴 했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여행 루트 얘기가 나왔음.

나는 우르파에 한 일주일 있다가 마르딘으로 넘어왔다고 말하니, 운전하던 애가 갑자기 약간 흥분하더니 '우르파 사람들은 쓰레기다, 마르딘 사람들은 좋고 친절하고 미드야트 사람들은 더 좋다, 디야르바크르 사람도 괜찮다' 이러더라.


2.

디야르바크르에서 저녁 먹고 혼자 유유자적 걸어가고 있는데 웬 휠체어 탄 아저씨랑 그냥 걸어다니는 아저씨가 맞은편에서 옴.

휠체어 탄 아저씨가 대뜸 보자마자 나보고 한국인이냐고 영어로 물어봄. 이 아저씨가 차도 한국 차 탄다고 하고, 영어도 되게 잘했음. 그러면서 혹시 이 도시에 대해 궁금하거나 그런 거 있으면 물어봐라, 다 대답해 주겠다 이랬음. 그래서 터키 내 쿠르드 문제랑 뭐 그런 것들 잠깐 얘기함. 내가 이때 쿠르드 전통 바지를 시장에서 사다가 입고 다녔는데 그게 이 아저씨들한테 참 마음에 들었나 봄.

암튼 막 그런 얘기 하다 보니 그 다른 아저씨가 영어는 잘 못하는데, '여기는 터키 식민지다' 이런 식으로 푸념하고 '터키애들은 무슨 몽골인처럼 생겼다' 이런 부정적 표현도 함.

사실 나도 동양인이다 보니 맥락 없이 들었으면 기분 나빴을 법도 했지만, 대화 주제가 그런 거기도 했고 이 아저씨들이 한국에 대해서는 호의적이고 나한테도 친절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감.


딱 우르파까지가 터키인 위주 지역이고 마르딘, 디야르바크르부터 주 거주민들이 쿠르드인으로 바뀌다 보니 확실히 좀 서쪽 사람들, 특히 쿠르드인이 아닌 터키인들한테 좀 반감이 있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더라.

나한테는 터키인이고 쿠르드인이고 모두 하나같이 다 친절했어서 여행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국뽕 가득 채우고 왔지만..

아래 올라온 터키 지선 지도 보다 보니, 새복지당이 샨르우르파 먹고 그 동쪽으로는 대부분 인민평등민주당이 먹는, 바로 옆인데도 성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동네라 저 일화들이 떠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