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2]: NUS 맛보기

[3]: 차이나타운

[4]: 에드 시런

[5]: 통근길의 재발견 (1) - 래브라도 공원

[6]: 통근길의 재발견 (2) - 페이버 산

[7]: 마리나 베이 남쪽


찬호박입니다. 지난 편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 옆 참신한 곳을 찾았다면, 이제는 한 달 간의 여정 중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찾았던 싱가포르의 명물 자체, 마리나 베이 샌즈를 어떻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 수 있는지 정리할까 합니다. 



2010년쯤만 해도 싱가포르 하면 머라이언 파크에 있는 분수나, 깨끗한 거리, 굳이 하나 더 넣자면 센토사 섬 정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리나 베이 샌즈가 완공된 순간부터 마리나 베이 샌즈가 곧 싱가포르가 되어버렸을 정도로 그 자리를 빠르게 꿰찼습니다. 심지어 마리나 베이 샌즈 측에서도 대놓고 "The World's Most Instagrammable Hotel"이라며, 인스타에서 가장 좋아요를 많이 받은 호텔이라고 자랑하는 곳이죠.


 


마리나 베이 샌즈가 그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특이하게 생겨서라기보다는 옥상에 세계 최대 수준의 인피니티 풀을 갖다놨기 때문이겠죠. 다만 풀장을 투숙객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놨기 때문에 마리나 베이 샌즈 측에서는 인피니티 풀 때문에라도 숙박비를 같은 수준의 호텔보다 훨씬 올려 받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예산을 아득히 초과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 숙박비에 놀라서 인피니티 풀장은 포기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갈 만한 가치가 있고, 방법을 잘 찾으면 거의 돈을 쓰지 않고도 마리나베이 샌즈의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답사기를 쓰는 저 역시 '숙박 빼고 다 해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있는 건 다 해보고 왔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에 붙어 있는 쇼핑몰은 당연히 마리나 베이 샌즈에 들어가는 것과 별개로 가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여느 고급 쇼핑몰과 아주 큰 차이가 안 보이는데, 



마리나베이 샌즈를 만든 샌즈 그룹의 모기업이 라스베가스와 마카오에 있는 베네치안 호텔을 운영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저런 삼판 보트가 다니는 길이 쇼핑몰 지하 2층에 있습니다. 당연히 삼판 보트 타는 건 유료...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시선강탈을 하는 두 번째 요인은 물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애플 스토어인데, 저렇게 다리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실은 실내 지하 2층쯤으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됩니다. 꽤 신기한 경험이긴 하니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수상으로 노출된 구형의 스토어 건물은 이런 모습을 띠고 있고,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온 복도/회랑까지 애플 스토어의 일부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모습이 보입니다. 



삼판 보트가 다니는 길과 쇼핑몰이 같이 있으니 역시 라스베가스 샌즈 그룹이 만든 티가 납니다. 




바깥에서 쇼핑몰 -> 마리나베이 샌즈 4층으로 가는 통로를 따라서 나가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출입구가 나옵니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통해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북쪽 입구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쪽 엘리베이터는 항상 사람들이 많아 타기 어렵습니다. 



호텔 로비입니다. 거의 3000개의 객실이 있다 보니까 이게 호텔 로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미어터집니다. 역시 부르주아들은 많습니다...



마침 갖고 있던 카드 중 하나가 3개월 동안 샌즈 라이프스타일 엘리트 멤버십을 쓸 수 있고, 그 엘리트 멤버십에는 '샌즈 스카이파크 전망대',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위에서 잠시 봤던 삼판 보트를 포함하는, 마리나베이 샌즈 내 어트랙션 티켓 최대 6장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싱가포르 입국 전날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입국한 바로 다음날 멤버십 업그레이드부터 받고 시작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큰게, 실제로는 샌즈 스카이파크 전망대와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에 1장씩 사용했는데 얘네들을 아무 혜택 없이 그냥 구입하려고 하면 각각 3만 원씩 깨지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 꼭 확인해서 멤버십 따고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 별거 아닌 것 같은 멤버십 카드가 실은 무려 엘리트 멤버십이라니... 

단점은 이렇게 샌즈 라이프스타일 엘리트 멤버십을 3개월간 쓰게 되면 다시는 못 쓴다고는 하는데, 사실 앞으로 한동안 싱가포르에 오겠나 싶긴 해서 있는 김에 최대한 사용하고 가려는 포석입니다. 




일단 꽃처럼 생겨서 항상 베이 건너편에서 볼 때 시선강탈이었던 아트사이언스 뮤지엄부터 갑니다.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바로 옆 연잎이 많은 연못도 꽤 시선강탈입니다.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은 겉모습도 특이하게 생겼지만 내부 전시도 꽤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질의 전시들이 많았습니다. 보통은 상설 전시로 추정되는 Future World: Where Art Meets Science가 유명한 미디어 아트가 많다 보니까 다들 꼭 가는 것 같더군요. 

이 모든 게 샌즈 멤버십 엘리트 등급이면 무료로 몇 장씩 얻을 수 있다니... 새삼 미리 리서치하고 간 제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초입부터 범상찮은 미디어 아트입니다.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의 미디어 아트 하면 여기가 가장 유명하던데, 그림을 그려서 이걸 기계에 인식시키면 얼마 후 저 화면에 내가 그린 게 그대로 표시되는 재미있는 미디어 아트입니다. 


뭘 그릴지 고민하다가...




러시아 관광객들로 추정되는 바로 앞 사람들이 소련 국기를 그리는 걸 보고 질 수 없어서



인공기를 그려봤습니다. 




그려넣은 것을 기계에 인식시키면 잠시 후 수족관 화면에 아까 그린 해양 생물들이 그대로 헤엄치는 모습입니다. 아까 본 소련 국기, 바로 저기 있군요. 



비슷한 걸 비행기 템플릿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화성 관련된 임시 전시나 그런 것도 몇 가지 있었는데, 이런 전시들은 그때그때 바뀌는 것 같더군요.

사진은 Stable Diffusion으로 그린 화성의 우주인 그림들이 화성 전시에 그대로 등판한 게 신기해서 찍었습니다. 




아트사이언스 뮤지엄에 있던 것과 비슷한 게 마리나베이 샌즈 쪽 쇼핑몰에 그대로 있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실은 같은 날 가든스 바이 더 베이도 한번 갔었는데, 여기도 여러 번 갔기 때문에 추후 한 번 정리해서 돌아오겠습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바로 앞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를 제외한 싱가포르 도심의 스카이라인 대부분이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재미없으니, 아까 잠시 언급했던 샌즈 스카이파크도 한번 올라가 봐야겠죠? 



샌즈 스카이파크는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마리나 베이 샌즈 정상인 56, 57층에 걸쳐 있는 옥외 전망대입니다. 인피니티 풀이 56층에 있기 때문에 풀장이 아니라 그렇지, 사실상 같은 뷰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죠. 심지어 저는 무료 티켓을 확보했기 때문에 한 푼도 내지 않고 왔으니 이 얼마나 좋습니까. 



해질녘에 여기 온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인데, 여기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쯤 기다리면 주경, 야경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역시 땅거미가 질 때 싱가포르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위압적이군요. 



거의 정북으로 바라봤을 때 뷰입니다. 첫날 베이 건너편 내셔널 갤러리 옥상에서 마리나 베이 샌즈를 보며 인지부조화를 해소했던 것이 생각나는 뷰입니다. 래플스 시티, 오차드, 조금 더 멀리 싱가포르 최고봉 (166미터) 부킷티마 산(?)도 보이는군요. 



전망대는 실제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자리는 적어서 앉기는 어렵긴 한데, 그래도 넓다 보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기에는 충분합니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조금 더 멀리 앞서 에드 시런 공연을 봤던 국립 경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삼 서울과 달리 싱가포르가 얼마나 산이 없는 평지의 연속인지 체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남쪽 뷰입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굳이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한번에 망라할 수 있는 뷰입니다. 조금 더 멀리 바로 전 편에서 다루었던 마리나 바라지가 보이는군요. 



인피니티 풀이 보이는 서쪽 뷰입니다. 솔직히 좀 부러운 면이 있기는 한데... 나중에 돈 모아서 다음에 싱가포르 들어오면 ㅠ꼭 저 인피니티 풀 입수하고 맙니다.



해가 조금 더 지니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과 싱가포르의 저녁 모습이 잘 어우러집니다. 



야경이 펼쳐지기까지 계속 기다리기 심심해서 전망대 바에서 8 SGD짜리 음료수를 하나 주문해서 마시며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합니다. 



인내심이 빛을 발했습니다. 드디어 싱가포르 도심의 화려한 야경이 펼쳐지는군요. 

 


해는 완전히 지지 않았지만 불은 들어온 싱가포르의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도심. 솔직히 스카이라인 자체는 홍콩에 훨씬 밀린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들과 구분되는 질서정연하고 정갈함이 되게 특징적입니다. 






시간대를 기막히게 맞추면 스카이파크에서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트리 쇼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거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조금 더 넓은 뷰를 잡으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밤 모습과 더불어 일제히 불을 켠, 싱가포르 앞바다에 잠시 정박한 배들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뉴욕, 시카고, 홍콩이 있어 세계 최고의 야경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계 순위권의 스카이라인과 야경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의 모습을 스카이파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진짜 숙박 (+ 인피니티 풀) 빼고는 싱가포르의 상징 그 자체인 마리나 베이 샌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느낌이 듭니다. 특히 샌즈 스카이파크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면이, 파리에 가면 다들 에펠탑'에서' 보이는 뷰가 아닌 에펠탑'이' 보이는 뷰를 좋아하듯, 싱가포르 역시 마리나베이 샌즈'에서' 보이는 뷰가 아닌 마리나베이 샌즈'가' 보이는 뷰를 선호한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위치에 올라가 보니, 특히 구도상 마리나 베이 샌즈가 싱가포르 도심 대부분에 맞서 (아직까지는) 거의 홀로 서 있는 마천루다 보니 자연스레 싱가포르 도심 대부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숙박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비싼지라 하지 않는다 쳐도, 여력이 된다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보이는 뷰 정도는 한번쯤 직접 보는 걸 추천드리긴 합니다. 


여기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고, 이번 편을 시작으로 다다음 편까지 직접 올라가 본 싱가포르의 3대 전망대와 그 뷰에 대한 평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