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2] NUS 맛보기

[3] 차이나타운

[4] 에드 시런

[5] 통근길의 재발견 (1) - 래브라도 공원

[6] 통근길의 재발견 (2) - 페이버 산

[7] 마리나 베이 남쪽

[8] 마리나 베이 샌즈 100배 즐기기


찬호박입니다. 8편부터 10편까지는 (전부 싱가포르 여정을 마무리하는 주에 갔던) 주요 전망대를 보며, '싱가포르 최고의 전망'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편에서는 MBS 옥상에 있는 샌즈 스카이파크에서, 'MBS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의 정석적인 뷰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싱가포르 스카이라인 한복판에서 뷰를 찾아보는 여정입니다. 이번 편과 다음 편 전망대 모두 샌즈 스카이파크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매우 떨어집니다... 아마 도지챈 전체에서 여기 올라가 보는 사람 1호가 저일 것 같군요. 



싱가포르의 금융 CBD의 한복판인 원 래플스 플레이스 거의 바로 옆이지만 동시에 차이나타운과 멀지 않은 곳에, JP 모건이 들어온 건물이 있습니다. CapitaSprings라는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싱가포르 내 여러 건물들 중 하나인데 중간쯤, 그리고 정상에 뭔가 녹지가 있는 게 범상찮습니다. 

중간쯤 (17-20층), 그리고 정상 (50층)에 있는 두 녹지 공간이 오늘의 목적지인 CapitaSprings Sky Garden입니다. 



로비층입니다. 왼쪽에 있는 QR코드로 CapitaSprings Sky Garden (20층, 50층 모두)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이유이자 여기 대외 인지도가 바닥인 이유 중 하나로 이 건물 자체가 오피스 건물이다 보니까 전망대/정원을 여는 시간이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예 열지도 않고, 그나마 주중에도 오전과 오후 특정 시간대, 즉 오피스 건물이 돌아가는 시기에 한하여 전망대/정원 예약 슬롯 (들어가는 정원이 한정되어 있는 걸로 압니다) 이 나오고, 그날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당 예약 횟수의 제한은 딱히 안 두고 있다는 점... 다만 시간 슬롯당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중에 비는 시간대를 잘 찾아서 예약하고 맞춰서 가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갈때는 모르고 가서 당일 예약을 못하고 왔기 때문에... 올라가는 것도 2회차입니다. 



전망대/정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을 또 이렇게 미디어월로 해놨습니다. 공공 디자인에 이런 소소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가미한 부분이 참 한달 내내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2회차 방문했을 때에도 딱히 완전한 방문은 아니었던 게, 조금이라도 날씨가 안 좋으면 50층은 아예 출입 통제를 해 버립니다. 그래서 2회차에 갔을 때는 17-20층 중간에 있는 전망대/정원만 보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17-20층 4층에 걸쳐서 나선형으로 빙 돌아가면서 정원이 잘 마련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20층이라 해도 싱가포르 도심에서는 아주 높은 편은 아닌지라 전망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남서쪽으로 보이는 뷰 일부입니다. 원경에는 센토사 섬,비교적 근경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싱가포르종합병원 (SGH)와 싱가포르 보건부 시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쪽이 아우트램 파크 방향이더군요. 



정반대 방향입니다. 왼쪽에 마리나 베이 샌즈 빼꼼샷과 별개로 싱가포르의 빌딩숲 한복판에 와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집니다. 



날씨가 좀 별로고 높이도 낮아서 주변 건물에 많이 가리지만, 마리나 베이 샌즈가 그래도 꽤 보입니다. 꼭대기층에서는 얼마나 잘 보일지 기대가 되는 뷰죠. 



각 코너는 이렇게 누가봐도 자연친화적인 건물처럼 보이도록 잘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이게 한 건물의 부속정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잘 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서울로 7017보다 나은 것 같은...



차이나타운 초입이 보이는 남남서 방향(?) 뷰입니다. 빌딩숲 바로 옆에 보존지구처럼 페라나칸 양식의 숍하우스들이 이어지는 그림이 한편으로는 스카이라인의 중간이 없는 느낌이 조금 있습니다. 



아까 잠깐 봤던 남서쪽 뷰입니다. 20층이라 주변에 많이 가리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보일 곳은 다 보입니다. 



비록 2회차 방문했을 때는 꼭대기층 전망은 없었지만, 높이로 보면 건물 중간쯤에 이렇게 4층씩이나 내어 정원을 구현한 게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특징이었기 때문에 매우 특이했습니다. 보통 건물에 녹지를 구현한다고 하면 옥상정원 정도를 생각하는데, 여기는 옥상정원도 만들고 동시에 중간에 이런 정원/전망대를 만들어 놔서,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싶었습니다. 



드디어 정상인 51층에 올라가 보는 것은 2회차로부터 또 2주 이상이 지난 날이었습니다. 



진짜 옥상으로 올라오니,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날씨도 훨씬 좋고 전망도 뭔가 범상치 않습니다. 



17-20층과 달리 여기는 전망대로서의 성격이 더 강해서, 2개 층에 걸쳐서 정원과 전망대를 곁들여 놓은 모습입니다. 공중정원 같은 느낌은 여전합니다. 



오후 4시쯤이라 그런지 날씨도 잭팟, 전망도 잭팟입니다. 지난번에는 건물에 가렸던 남서쪽 뷰가 이제는 별다른 막힘 없이 잘 보이는군요. 원경에 싱가포르 앞바다를 수놓은 배들과 센토사 섬의 모습이, 중경에는 싱가포르판 부산 북항/남항과 같은 기능을 하는 부두들이, 조금 더 근경에는 싱가포르 도심 스카이라인과 싱가포르의 옛 페라나칸 양식을 겉으로나마 간직한 숍하우스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 중간이 없는 스카이라인... 



차이나타운 중심으로 구도를 잡은 모습입니다. 오피스 건물들과 주상복합들 사이사이로 다소 갑자기 나타나는 옛 양식이 보존된 지구, 그리고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간 녹지가 어우러지는 싱가포르 시가지의 전경이 참 독특합니다. 한국이나 홍콩이었으면 대부분 산이었을 텐데...



북서쪽 뷰입니다. 조금 오른쪽에 ION 오차드를 제외하면 고층 아파트들이 스카이라인을 지배합니다. 한국처럼 비교적 비슷한 색들의 아파트들이 여러 겹의 벽을 형성하기보다는 비교적 색이 다양하긴 하지만, 아파트 숲이라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북동쪽 뷰입니다. 첫 날 감탄했던 내셔널 갤러리 앞 잔디밭, 짤막하게 부기스 방향이 보입니다. 한때 싱가포르 최고층이었던 원 래플스 플레이스의 얼빡샷(?)이 돋보이는군요. 마리나 베이가 짤막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렇죠, 드디어 '마리나 베이 샌즈가 보이는 뷰'를, 마리나 베이 샌즈보다 높은 포인트에서 제대로 건졌습니다. 저 앞 머라이언 파크나 다른 곳이었다면 저 밑에서 올려다보는 구조였을 텐데, 높이가 생긴 덕택에 드디어 MBS를 내려다볼 수 있죠. 저 멀리 가든스 바이 더 베이까지 잘 보이는 위치입니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만큼 MBS 단독샷도 잡아줍니다. 



2층에 걸친 전망대를 전반적으로 볼 수 있도록 잡아줍니다. 건물의 네 면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크게 계단을 의식하면서 오를 필요 없이 평지를 걸어다니는 느낌으로 돌아보면서 전망까지 방향별로 볼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많이 보는 뷰는 질린다던데, MBS가 이렇게 잡히는 구도는 참 언제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오후의 햇빛도 꽤 상서롭게 싱가포르 시가지를 비추니 느낌이 더해집니다. 


홍콩, 뉴욕, 서울이나 상하이와 달리 싱가포르 도심에는 아직 압도적인 높이를 가진 건물이 없다 보니 (대부분 고도제한이라도 걸린 건지 거의 다 280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원탑의 뷰를 가지는 전망대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개방 시간을 감안하면 야경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싱가포르 최고의 전망 중 하나로 감히 여기를 꼽아 봅니다. 무엇보다 예약만 잡을 수 있으면 전망대 자체는 완전히 무료이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죠. 


다음 편에서는 또다른 참신한 전망대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