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27 - 2024.02.25

[1] 두 대양 사이로 가는 길

[2] NUS 맛보기

[3] 차이나타운

[4] 에드 시런

[5] 통근길의 재발견 (1) - 래브라도 공원

[6] 통근길의 재발견 (2) - 페이버 산

[7] 마리나 베이 남쪽

[8] 마리나 베이 샌즈 100배 즐기기

[9] 도심 속 공중정원 삼고초려


찬호박입니다. 3부에 걸친 대대적인 전망대 답사기를 정리할 때가 왔습니다. 



세 번째 전망대는 싱가포르 도심에서 서쪽으로 살짝 비껴가 있습니다. 지하철역도 약간 먼 감이 있는데, 그나마 가까운 역이 아우트램 파크 역이라 여기서 하차합니다. 저 멀리 차이나타운의 시작을 알리는 오래된 주상복합이 보이는군요. 



하여간에 스카이라인상 중간이 없는(?) 싱가포르답게 마천루 거의 바로 옆 블록에 자연스럽게 페라나칸 양식의 옛 건물들이 있는 거리로 들어갑니다. 



해질녘에 와 보니 뭔가 되게 상서롭습니다. 



페라나칸 양식의 옛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가의 끝에 오늘의 목적지인 Pinnacle@Duxton이 보입니다. 

Pinnacle@Duxton은 싱가포르의 HDB,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주공아파트 내지 LH 아파트인데, 2015년에 재건축되는 과정에서 디자인 공모를 받은 아파트라고 하더군요. 누가 MBS 있는 나라 아니랄까봐 7개 동이 꼭대기인 50층에서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50층을 6 SGD의 입장료를 받고 전망대로 개방해 놨습니다. 



Pinnacle@Duxton 바로 옆에는 이렇게 재건축이 되지 않은 구축 HDB (싱가포르판 주공아파트) 들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와 보니 아파트 같으면서도 곳곳에 디자인적 혁신들을 적용한 게 보입니다. 이게 대충 콘도미니움 수준의 아파트일 거라고 짐작했었지, 주공아파트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동별 배치도 ? 모양처럼 돌아가면서, 모든 동이 일관적으로 남향을 고수하지는 않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엘리베이터를 타고 50층에 올라갑니다. 국경사무소에 있을 것 같이 생긴 개찰구(?)를 통과하면 500미터 정도 길이의 스카이 브릿지로 7개 동을 이어주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뷰는 싱가포르 항만뷰입니다. 앞서 갔던 두 전망대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던 뷰입니다. 



조금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보면, 센토사 섬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쪽으로 시선을 틀어보면, 가장 왼쪽 끝에 바로 전편에서 다루었던 CapitaSprings Sky Garden이 보이고 싱가포르 도심 시가지를 서쪽에서 바라보는 구조가 나옵니다. 당연히 MBS는 이 빌딩숲에 가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시선을 조금 북동쪽으로 틀어 보면 옛 양식이 보존된 지역 바로 옆 마천루들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지는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익숙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에 이렇게 세련된 디자인의 주공아파트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싱가포르입니다. 



북서쪽 뷰입니다. 역시 싱가포르 시가지의 대부분은 고층 아파트들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차이나타운과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이 모두 들어오게 구도를 조금 바꿔봤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니 좀 더 어두워졌고, 싱가포르의 시가지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요, 고층 아파트건 어떻고 오피스 건물이면 어떻습니까... 결국 야경에서는 전부 화려한 불빛인데...



아까 북쪽 구도에도 불이 들어옵니다. 화려한 싱가포르의 세계도시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한데 솔직히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이 특히 홍콩이나 뉴욕 같은 곳과 비교하면 아직은 한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를 먹여살리는 항구에도 불이 들어옵니다. 싱가포르를 먹여살리는 항구인데 왜 이쪽은 컨테이너가 적느냐고 반문할 만한데, 여기는 재개발을 앞둔 탄종 파가르 항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이제 재개발하는 중인 부산 북항 정도의 느낌이군요. 



그렇게 주공아파트에서도 훌륭한 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Pinnacle@Duxton 전망대 편은 끝을 맺습니다. 


샌즈 스카이파크가 MBS'에서' 보이는 싱가포르 도심이었고 CapitaSprings Sky Garden은 MBS'에서' 보이는 전망이었다면, 이번 편에서 다루었던 Pinnacle@Duxton은 'MBS가 안 보이는' 전망대입니다. 위치상 MBS를 위시한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도심' 대부분이 안 보이는 점, 그리고 입장료 6 SGD를 받는다는 점이 다소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부분의 전망대에서는 잘 안 보이는 뷰들이 많이 잡힌다는 걸 생각해보면 꽤 참신한 전망대인 듯합니다. 다만 여기 전망에서 얻어 가는 게 있으려면 싱가포르 일대를 좀 알고 와야 하는 면이 있어서 1st choice는 되기 어려울 것 같고, 여기 근처를 지나간다면 가볼 만한 선지인 듯합니다. 

그와 별개로 싱가포르의 공공건축 (싱가포르판 주공아파트도 공공건축의 일종이라...)이 얼마나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지 역시 내다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게 공공주택단지라고 주장하면 믿을 사람이 있으려나 싶었습니다. 솔직히 근래 재건축되고 있는 한강변의 일부 아파트들보다도 미관상 더 나아 보이는 면도 있어서...


8, 9, 10편에 있는 전망대들은 3일에 걸쳐 1일 1전망대를 주중에 하면서 갔는데, 단순히 최고의 뷰 차원에서는 확실히 9편의 CapitaSprings, 정석적인 싱가포르 도심 뷰를 위해서는 8편의 샌즈 스카이파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절대 보러 가지 않는 참신한 뷰를 위해서는 10편의 Pinancle@Duxton이 정배라는 생각이 드는 전망대 스피드런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편에서도 싱가포르의 새로운 모습들을 하나씩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