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8~2024.03.10

1편: 리틀 빅혼 전투 기념비

2편: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P)


첫날은 몬태나 주의 최대도시 빌링스에서 사우스다코타 서부의 중심도시 래피드 시티까지의 로드트립을, 둘쨋날은 사우스다코타의 두 개의 국립공원 중 하나인 배드랜즈 국립공원을 보여드렸는데, 드디어 마지막날에는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러시모어 산(Mt. Rushmore)과 그에 비해 약간은 인지도가 떨어지는 크레이지 홀스(Crazy Horse)의 조각이 있는 블랙 힐스(Black Hills)로 향해봅니다.


실은 처음엔 둘쨋날에 배드랜즈를 먼저 갈지, 블랙 힐스+윈드 케이브 국립공원(Wind Cave NP, 사우스다코타 주의 또 다른 국립공원)을 묶어서 먼저 갈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는데, 마지막날 날씨도 첫날과 둘쨋날과 다를 거 없이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 예보되었기에 방점을 멋있게 찍고자 블랙 힐스를 마지막 날로 미루어 두었습니다.

윈드 케이브 국립공원은 시간상 사실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동굴 투어가 주 컨텐츠인 탓에 길어질 운전거리를 감수하고 향해야 할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던...


래피드 시티에서 러시모어 산까지는 약 30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입니다만 산길이라 좀 꼬불꼬불합니다.



가까이서 이 산지를 보니 왜 이 산지가 블랙 힐스라고 불리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블랙 힐스라는 명칭은 라코타어 Pahá Sápa(검은 언덕이라는 뜻)에서 번역차용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주변 원주민 민족들(라코타족, 크로우족, 북샤이엔족, 아라파호족 등)에겐 성산으로 통하는 신성한 산지입니다.


사실 실제로는 나무로 덮여있는 이 산지가 멀리서 보면 까맣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긴 합니다... ㅋㅋㅋ


사실 블랙 힐스는 북미 대초원/대평원 한 가운데에 외로이 서 있는 산지인데, 이 뜬금없는 위치에 이런 거대한 산지가 있는 연유는 다름아닌 블랙 힐스가 먼 옛날에는 옐로스톤과 비슷한 하나의 거대한 화산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굉장히 오래된 지괴인지라 구성 암석은 주로 화강암으로 되어있고, 그 유명한 러시모어 산도 화강암질 바위산을 깎아 만든 것입니다.






러시모어 산 덕분에 생겨난 관광마을 키스톤(Keystone).

서부 개척시대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 많은데, 지금은 이 건물들이 대부분 호텔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곳 키스톤에서도 블랙 힐스를 하늘에서 둘러볼 수 있는 헬기 투어가 있는데, 이때는 시즌이 아니었는지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배드랜즈나 래피드 시티 쪽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으니 자금에 여유만 있다면 한번 타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듯...?


본격적으로 러시모어 산 국가기념지에 진입.


여기서 러시모어로 바로 향하지 않고 잠시 딴 길을 새...


한 산등성이 쪽에 있는 터널에 왔습니다.

굳이 이 곳에 온 이유는...






터널 사이로 빼꼼 하고 보이는 러시모어 산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들 보는 러시모어 산의 구도는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신선합니다.


다시 산을 내려와


이번엔 원래 우리가 아는 그 구도의 러시모어 산을 보러가는 길에 보인 또 다른 구도의 러시모어 산.

이쪽이 좀 더 대통령의 얼굴들이 박력있어 보이는...?



러시모어 산 국가기념지 자체는 입장료가 없지만, 주차비 10불이 있어서 사실상 그게 입장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ㅋㅋㅋ

차를 타지 않고서는 올 수가 없는 곳인지라 입장료 무료가 정말 무색한...


드디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그 구도.



이게 바로 우리들이 여러번 봤을 러시모어의 그 구도.



크긴 한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보면 막 그렇게까지 엄청 큰 느낌은 아니긴 합니다...


뭐 대통령의 이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자 루이지애나 매입을 통해 초강대국의 기초를 닦은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러시모어 산이 자리하고 있는 사우스다코타 주도 이때 매입한 땅인건 안비밀)


미국의 제26대 대통령이자 국립공원의 창시자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Jr.),


마지막으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자 남북통합의 상징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이렇게 4명의 대통령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현재로써 46대까지 온 만큼 러시모어 산에 조각될 5번째는 누구인가에 대한 떡밥은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는데...

과연 누가 조각될지는 글쎄... 아무도 모르지 싶습니다 ㅋㅋㅋ


50개주 통합의 아이콘인 대통령이 조각된 러시모어 산에는 이렇게 50개주(+준주)의 깃발이 걸려있는데,



본인에겐 의미가 큰 두 깃발들...


러시모어 산을 조각한 자들의 명단입니다.

이렇게 보니 꽤 많은 사람을 동원해 오랜 시간 공들여 지었다는 느낌이 확 들긴 합니다.


바로 옆에는 방문자 센터가 있었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던건 라코타어로 된 음성 가이드도 있었다는 점...?

사우스다코타의 서부 지역은 확실히 원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는듯 했습니다.


러시모어는 이쯤 보고...


타슝카 위트코(Tȟašúŋke Witkó), 일명 크레이지 홀스(Crazy Horse)의 조각상이 있는 곳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이 이름을 벌써 잊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1편에서 나왔던 리틀 빅혼 전투(Little Bighorn Battle)를 대승으로 이끈 미국 원주민의 두 영웅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한명은 타탕카 이요탕카(Tȟatȟáŋka Íyotake), 일명 시팅 불(Sitting Bull))

하지만 이 전투에서의 대패 이후 제대로 빡친 미국이 육군을 더욱 증원해 원주민을 본격적으로 때려잡기 시작하면서 타슝카 위트코의 군세도 점점 약화되기 시작하고, 결국 미군 측에 항복하여 감금되었다가 한 미군에 의해 살해당해버리고 맙니다.

그는 그렇게 미국 원주민들(주로 수(Sioux)계)의 영웅이 되었지만, 백인 위주로 흘러간 북미대륙의 역사 탓에 그렇게 이때의 일은 잊혀진 역사가 되어가는가 싶었는데...


한때 러시모어에서도 몸 담은 적 있던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Korczak Ziolkowski)가 러시모어가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한 원주민에게 구구절절한 원주민 탄압의 역사와 함께 '원주민들의 영웅은 '크레이지 홀스'라는 자였다' 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되고, 그때부터 러시모어에 뒤지지 않는 원주민들의 영웅을 조각하자고 결심 후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완성되면 저런 형태의 멋진 마상이 되어야 하지만...

 


정부나 단체로부터 어떠한 일체의 지원을 받지 아니한 채 기부만으로 이걸 깎고 있다보니 아직은 얼굴과 손가락만 윤곽에 나온 상태입니다.

기부로 지어올리고 있는 만큼 입장료가 상당히 셌는데(35$), 어차피 앞에 간다고 더 가까이 보이는 것도 아닌지라 전 그냥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빠른 도시로 돌아와...


러시모어가 이 도시의 정체성이 되어버렸는지 아예 여러 대통령들의 동상이 전시된 길이 한 가닥 있을 정도입니다 ㅋㅋㅋㅋㅋ

(최근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동상까지 있었다는...)

사진의 대통령은 2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끈 대통령이자 한국전쟁과 연관이 깊은 해리 S. 트루먼의 동상.


일요일은 주차 무료인 래피드 시티 다운타운.



나름 도시의 중심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건물 따위는 보이지 않는게 조금은 신선(?)했다고 할까요... ㅋㅋㅋ


계속 버거, 피자, 치폴레같은 패스트푸드에 질려버린 저는 한 일본 라멘집을 찾았는데, 메뉴판에 왠 바이슨 고기를 쓴 쇼유라멘이 있다고 하길래 시켜봤습니다.

바이슨 고기가 굉장히 질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라멘이랑은 조금 안 맞는 고기의 느낌...


이걸로 사우스다코타 답사기는 마무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시간.



래피드 시티 공항(RAP)는 지역 공항(Regional Airport)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꽤나 훌륭했습니다.

미국은 이렇듯 공항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쾌적한 공항을 가지고 있다는 아이러니가...



게이트도 6-7개 정도밖에 없는 조그마한 공항.


이런 공항에선 시애틀로 가는 직항편 따위는 없기에, 델타항공 마일리지를 털어 미니애폴리스(MSP) 경유편을 선택했습니다.



이륙해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Middle of Nowhere.


사우스다코타 주 중앙을 흐르는 미주리 강의 상류.



노을빛이 멋드러지게 깔린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참고로, MSP도 ATL 못지않은 델타밭으로 유명합니다.

델타가 시카고를 허브로 쓰지 않음에도 중서부 지역에서 그럭저럭 버티는 이유가 바로 MSP와 DTW의 중서부 지역 허브 양분화 전략 때문.


그렇게 일단 중간 경유지인 미니애폴리스 공항에 당도.


미니애폴리스 공항 자체는 일체형 터미널이긴 하지만, 터미널 구역에서 구역 간 거리가 상당히 길어 이렇게 내부에 트램이 있습니다.



이것 덕분에 오랜 시간 걷지는 않아도 되겠군요.


미네소타 트윈스의 연고지답게 트윈스 테마의 바가 있군요.


MSP의 터미널은 미국의 대도시 공항 치곤 그럭저럭 깔끔한 편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밤 늦게 시애틀에 내리며 이번 여행도 종료.


사우스다코타 답사기까지 어찌어찌 다 올리게 되었는데, 아직 이번 달 초에 갔다온 따끈따끈한 답사기가 한 발 더 남아있습니다.

기대해 주시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