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4년 기준 독일 제국


https://arca.live/b/city/103492131?mode=best&p=1


위 글에서도 나왔듯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폴란드 선거에 구 독일 제국의 경계가 나타나는건 자주 나오는 얘기임.


사실이기도 하고.


(출처: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179v6uz/2023_polish_parliamentary_election_results_and/)


위는 폴란드 2023년 총선 지도에 독일, 오헝, 러시아의 1914년 경계를 투영시킨거고 실제로 상관관계가 나타나기는 함.


위 글의 댓글에서 이 분단의 원인 중 하나로 정체성을 꼽았음. 그리고 이건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원인이기도 하고.



1945년 폴란드의 경계가 역변하면서 독일계를 쫓아낸 서부 지역에 반대로 동부에서 쫓겨나 오는 폴란드계들이 정착했다.


그래서 대대손손 그 땅에 살아온 폴란드 (현) 동부 지역에서는 보수 성향과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발현된 한편 서부에서는 고향 떠나온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변화에 더 긍정적이고 좀 더 다른 이들에 열려있는 코스모폴리탄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뭐 이런 얘기인데, 물론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이것만으로 저 분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


단순히 대대손손 살아온 지역 vs 이주민 구도였다면 폴란드 서부 중에서도 2차대전 이전부터 폴란드계가 다수로서/상당수 살아온 대폴란드 (포츠난/포젠), 상실레시아, 폴란드 회랑 등지에서는 법과정의당 표가 그 외 지역들과 유의미한 차이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은 서부 폴란드와 동부 폴란드의 제반사정 차이, 즉 경제임.


폴란드에 독일 제국 국경이 되살아나는 통계는 선거 결과 뿐만이 아님.

(출처: https://www.reddit.com/r/MapPorn/comments/17zh6w5/the_age_of_housing_stock_in_polish_municipalities/)


이거는 지역마다 '몇퍼센트의 주거건물들이 해당 시기에 지어졌느냐' 를 지도로 나타낸건데.


볼수 있듯 1945년 이전에 지어진 주거건물들의 대다수는 폴란드 서부에 포진되어 있음. 


그리고 위에 영향받은 사소한 차이점 하나는 집 안에 화장실이 있는 가정들의 비율.



진할수록 집에 화장실이 없는거임.



그리고 건물들 말고 철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는데.


위는 현대버전.


현대에는 서부에 철도가 많이 폐선되기도 했고 동부에 새로 부설된 것도 많아서 차이가 좀 많이 줄어들었지만


1953년 버전으로 보면 차이가 더 확실하게 보일거임.


그래서 위에 철도와 건물 차이를 비교해 보면 폴란드 서부는 산업제국이었던 독일의 잔존한 유산을 (주거건물, 철도 등) 발판으로 전후 경제개발에 더 우위를 점할수 있었다고 볼 수 있겠지.


근데 구 독일 지역과 그 외의 차이는 유형자산에서만 그치지 않음.


아래는 폴란드 촌 지역별로 고령인구비율.


여기서도 상당한 차이를 확인해 볼 수 있음.


흔히 폴란드 서부지역에 대해 하는 오해가, 전후 폴란드 서부지역에는 소련으로 편입된 구 폴란드 동부지역의 실향민(만)이 정착했다는 건데


물론 그 실향민 중 다수가 새로이 폴란드에 편입된 지역에 재정착한 것은 사실임. 


아닌 말로, 고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멀쩡히 고향 남아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정착하는건 이상할 게 아니지.


근데 당대 폴란드 서부 지역은 실향민들에게만 내어준 땅은 아니었음.


실제로 2차대전 후 편입 영토에 동부 출신 실향민 비율은 절반밖에 안됨

(Cegielko, Karsznia. 2020)

1960년 시점 새로 편입된 폴란드 지역에서 구 동부 출신 인구 비율 지도.


1950~70년대에 걸쳐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나 러시아의 시베리아 개척처럼 폴란드의 새로운 빈땅에는 구 폴란드 전역에서 기회를 찾아 이주하는, 주로 젊은이들이 정착했고 당연히 노년층의 부재에 따라 동부와는 투표 경향에 차이가 생겼다는 거지.


2011년에 65세 이상 고령층이라면 사실상 2차대전 종전 이전 출생자라는 거고 한창 서부 이주 열풍이 불던 시점에 되어서 고향 떠나 서부로 이주할 사람들은 대부분 20대 젊은층일테니 인구구조도 저렇게 된거지.




그리고 농촌의 구성도 동부와 서부에 차이가 많이 났음.


폴란드 서부 구 독일 지역은 융커들로 대표되는 대규모 농장들이 주를 이룬 반면 구 러시아 지역은 1861년까지 농노제가 유지되고 그 이후에도 미르 체제로 굴러간 지역임.


참고로 미르는 농촌 조합 비슷한건데 농토 상속에 자손들에 균등분배를 보장해서 후술할듯 폴란드 동부의 농촌구성을 만드는데 이바지함.


그리고 폴란드는 구소련과 달리 소련식 집단농장 체제를 도입하지 않았음. 50년대에 강력한 반발 때문에.

토지 소유자들이 독일인이었던 서부지역에서는 제한적으로나마 도입이 되었지만 동부에서의 토지 분배는 그래서 구 러시아 제국 시절과 크게 다를것 없이 유지가 됨.


그래서 폴란드 서부 지역에는 농장 개개인의 경작지가 넓은 반면 동부는 좁음.

(Rudnicki, Jezierska-Thole, Wisniewski. 2018. 10.7896/j.1728)


^ 폴란드 지역별로 50ha 이상의 경작지를 가진 농장 비율.


이거는 지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음.


위는 폴란드 서부 지역인 슈체친 인근 농장들.


아래는 폴란드 동남부 지역 라돔 인근의 농장들임.



서부는 넓직넓직한 반에 동부는 좁은 농장들이 뺴곡하지?



이러한 토지구성은 농장 개개인의 효율, 즉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음.


스탈린의 집단농장화에 대해서는 농촌지역 통제강화, 보복, 등 여러 원인들이 나오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는 농업생산성이거든.


위에서도 보이는 구 러시아 제국식 미르 체제에서는 농장 하나하나가 작다 보니 기계화 도입 등에서 애로사항이 있으니까.


마찬가지로 폴란드 농촌별 수입에 있어서도 동부와 서부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남


 

(Rudnicki, Dubownik , Biczkowski. 2016)


위 지도는 농토 대비 경제활동 단위를 나타낸 지도인데 이게 무슨 뜻이냐?


농업생산량이 부족한 동부 지역에서는 농업만으로 수입을 충당하지 못하기에 농업 외 다른 경제활동에 종사가 필수적이고 이 지도는 사실상 농업 외 다른 부업을 하는 농촌인구비율을 나타낸거지.



그러니 역사적 영향으로 폴란드 동부의 농토구성은 서부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되었고 이는 실질적인 임금격차로 발현되어서 정치적인 성향으로 이어졌다 이런거지.



위는 2016년 IMF 보고서 자료.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인당GDP, 실질 인당GDP 성장률, 빈곤위기인구, 장기실업률


그러니 종합하자면 폴란드 선거에 독일 제국 국경이 살아나가는 이유는

1. 이주민 위주 서부지역과 토착민 위주 동부 지역간 정체성 차이

2. 인구 구성의 차이

3. 동부 지역의 경제적 낙후

3a. 서부지역은 독일의 산업유산을 발판으로 동부보다 더 성장하였으며

3b. 동부보다 더 높은 비율의 노동인구의 수혜를 입었고

3c. 동부보다 더 효율적인 농업으로 수혜를 입었다.



번외로, 폴란드 통게 지도에 더 관심이 있으면 Szymon Pifczyk 이사람 한번 찾아보셈.


위에 내가 가져온 지도들 중 상당수도 그사람 통해서 처음 접한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