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남교반 유원지 답사기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2022. 4. )

돚하! 문경새재 가려다가 이런 곳에 잘못 떨어진 돚붕이예요. 오늘은 그 후속편이니 재밌게 읽어주시와요.




 

문경에서의 이튿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재 가는 버스를 탔는데, 중간에 "진남교반"이라는 관광지가 있다길래 잠깐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진남교입니다. 사람 이름 같네요. 

한때는 3번 국도 본선이었으나, 이제는 신 국도와 진남유원지를 이어 주는 출입로로 쓰입니다. 




국도 나들목이라기엔 뭔가... 애매합니다. 

동네사람들은 주말마다 차 막혀서 홧병 좀 나겠네요.  


저 "진남 휴게소"는 대순진리회에서 운영하는데요, 국도 휴게소치고 손님들의 평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 후기에 따르면 샹들리에와 은식기로 장식된 그러나 왠지 고급 목욕탕 부대시설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화려한 양식당에서, 인공폭포와 수석을 감상하며 우아하게 양갈비 스테이크를 썰어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르고 보면 그냥 기와지붕 휴게소네 하고 말겠지만

알고 나니 do-mit 특유의 건축양식이 보입니다.




팔경 뽑아놓고 나머지 칠경이 뭔진 안 알려주는 게 

표지판 업계의 국룰인가 봅니다.




그럼 이제 "진남교반"을 이루는 진남교 & 프렌즈들을

하나씩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




일제시대에 지어진 1기 진남교입니다.

문경시에 의해 K-포토존으로 개조되었습니다. 




5세기 신라의 요새 “고모산성(姑母山城)”입니다. 

이모산성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돚 하 하 하 하 !

근데 고모부 산성은 근처에 있다고 합니다... 진짜루





박제가 되어 버린 문경선 철도를 아시오?




진남역 레일바이크는 오늘도 전기 중부내륙선의 꿈을 꿉니다. 





입장료 3500원을 내고 "문경 오미자 터널"에 들어가, 사과와 오미자를 먹으며 100일 동안 치성을 드리면 레일바이크가 KTX로 변한다고 합니다. 




터널 옆 둔덕으로 올라가 볼게요. 

여담이지만 진남교반 옆 “봉생정”에서 바라보는 

영강 강변의 솔밭 풍경도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16세기 조선의 관문요새 "석현성"입니다. 개인적으론 영남대로 진남관문이란 별칭이 훨씬 더 직관적인 것 같아요. 




양옆에 산을 끼고 협곡 지형에 건설되었으며

이런 식으로 고모산성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잇는 탕춘대성의 사례와 같이, 석현성을 고모산성의 날개성으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약간 마인크래프트 느낌 




재건수술 거하게 받고 새인생 살고 계신 고모님입니다.  

주민들은 “할미성”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할미라 불리다가 고모 소리 듣게 되었으니 회춘 성공하셨네요 




고모산성에서 내려다본 영강 물돌이입니다. 

봄에 이런 데로 책 한 권 들고 소풍 나오면

기분 끝내줄 것 같아요. 




"영남대로를 감제하기 좋은 위치"라는 진부한 설명이 단박에 이해됩니다. 고모님 무등타기 성능 확실합니다. 


그런데 저 사진에 영남대로가 대체 어딨느냐고요? 




저 벼랑 위에 있습니다. 





권신응, "봉생천" - 《모경흥기첩》 중에서, 1744.

ㅋㅋㅋㅋㅋㅋㅋ

그린이가 도로 상태를 보고 무척 감동을 받았나 봅니다. 

저렇게 그림을 따로 남길 정도면... 




이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경부축 주간선도로인 영남대로, 

그중에서도 가장 난코스인 토끼비리(명승 제31호)입니다.





10세기에 처음 개척된 이래 천 년 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길로 지나다녔기에 

바위가 저렇게 맨들맨들해졌습니다. 




노면 상태에 감동을 받은 것은 

비단 그림쟁이들뿐만이 아닙니다. 글쟁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악플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런 “주간선도로”가 

점촌 방면으로 2 km 정도 더 이어집니다. 




조망처에 도착했습니다. 

고모님은 언제 어디서 봐도 존재감이 대단하시네요. 




그나저나 봄 산 색감 진짜 예쁘지 않나요? 




이렇게 진남교반 유원지 탐방이 끝났습니다. 

터널 매표소에서 오미자 쭈쭈바를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주차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찍었을 땐 몰랐는데 흩날리는 꽃들 속에서

혼자 꿋꿋한 저 고깔콘이 매우 거슬리네요. 




그러면 저는 이제 버스를 타고 문경새재로 이동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쓰다 보니 길어졌는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덧: 이번주 토요일부터 문경새재도립공원 내 민속세트장에서 “2024 문경 찻사발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도예공방 인스타에 올라오는 예쁘고 비싼 다기들을 싸?게 get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문경새재는 당일치기 봄나들이로도 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1관문 앞 진입광장에는 사과꽃이, 




그리고 새재계곡에는 토종 철쭉이 만개했을 시기이기도 하니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진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