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는 200번이라는 번호를 가진 버스가 있음. 

하루 10회, 소형차 한 대로 다니는, 어찌 보면 흔한 동네 마을버스 중 하나일테지만..

위 사진을 보면, 200번은 여수 시내에 있는 '구봉산' 언덕에 위치한 국동 여러 곳을 들어가는 마을버스임.

노선도를 보면 무슨 연립식 아파트 주차장을 한바퀴 돌고 나올 정도로 참 좁은 골목들만 쑤시고 다니는데..

작년 가을 쯤 직접 타봤는데, 버스가 겨우 들어갈 수준의 좁은 도로들도 잘 비집고 나옴.


그런데, 노선만 보면 사실 수요가 거의 안 나올 것 같았음.

그래도 노선이 재밌어보이길래 서시장에서 타려고 하는데,

 나를 포함해서 거진 30명은 넘어보이는 인파들이

이 조그만한 버스를 타러 몰려들고 있었음. 

그래서 단말기를 보니 32명이나 타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의문이 생겼음.

이 노선은 하루에 얼마나 많이 탈까?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15인승 소형차가 하루 275명이나 태운다는 것은, 현금승차를 감안했을 때

한 번 다녀올 때 30명 가량을 평균적으로 태우고 온다는 것인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나 많이 태울 수 있을까?

그건 바로 200번이 다니는 동네들이 모두 언덕에 위치한 곳들이기 때문임.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국동이라는 동네는 구봉산 언덕에 자리잡은 동네인데,

이 동네가 왜 생겼는가에 대한 내 추측으로는.. 

아마 과거에 이 근처가 바닷물이 범람을 하거나 하는 동네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있는 이 곳에 취락이 형성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차를 끌고 나가거나, 혹은 걸어다니기에는 다소 버거운 동네일테고

마침 국동 대부분의 아파트 정문에서 근처 거점지역까지 한 번에 이어주는 마을버스가 있다보니

10회라는 적은 운행횟수와 소형차라는 네거티브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간 맞춰 타는 국동 승객들이 이렇게나 많지 않을까?


특히 200번 같은 경우는 뭐 타 노선 수요를 주워먹기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가 없는 게,

노선과 정류장 대부분이 200번 단독구간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동 주민들 아파트 셔틀버스로서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우리가 지금의 시내버스를 바라보았을 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운수업이 수요를 창출하는 사업의 개념보다는

그저 복지의 한 개념인 교통복지체계로 넘어가는 시점이 아닐까 싶음.  




그렇게 교통복지의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충분한 배차간격(운행횟수)과 더불어, 

환승저항을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중장거리의 노선이

시내버스를 운행할 때 수요와 복지를 가장 고려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임.

나도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음


하지만 여수 200번 마을버스를 직접 타보고 

노선도를 살펴보고 승차량을 확인해보고 나서부터는

차가 많다고, 노선이 다양하게 자주 다닌다고 해서 

그게 수요가 좋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 같아.

그 조건을 다 갖춘 서울 버스마저도 95%가 적자니까 말임


오히려 자차 이용객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들을 간파해서

'자차 말고 편하게 버스 타자' 라는 목적에 맞춰

노선을 짜는 것이 옳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함.



우리 과의 교수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지금 운행되는 시내버스의 절반은 모두 감차시키고

집 앞에서 거점까지만 딱 이어주는 수준으로, 즉

마을버스 형태로만 굴려야 겨우 흑자를 보든 말든 할거라고 하셨음


이게 무슨 말같지도 않은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완벽한 조건인 서울은 지금 시내버스 적자가 연 1조원이나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 현재 시내버스의 비현실적으로 많은 운행댓수가 

과연 시민들의 만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내가 가고자 하는 인근 거점을 우리집 바로 앞에서 타서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마을버스 형태의 운행체계가 훨씬 중요한 것은 아닐지

점점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