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 https://www.fmkorea.com/5786197234

에서 최신환율로 개정


최근 지하철 요금 인상과 관련하여 여기서도 우리나라 교통비가 너무 저렴해서 옆나라 일본처럼 급행과 같은 서비스가 부실하고 저수익으로 인해 교통비를 현실화해야 된다는 글이 간간히 올라오는데 지하철 기본운임만 놓고 본다면 현재 수도권 전철 기준 1,400원으로 엔화로 환산하면 2024년 4월 기준 약 160엔 정도가 됨.


이 정도면 도쿄메트로 기준 178엔(약 1,710원)과 비교해봐도 90%고, JR 3사(동일본, 서일본, 도카이) 간선 기준 150엔보다 더 쌈. 게다가 연내 150원 추가상승이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이것까지 계산하면 기본요금 면에서는 일본과 비슷하거나 회사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저렴함.


문제는 장거리 요금인데 우리나라의 통합요금제는 기본운임 범위가 10km인데다 km당 요금이 20원(수도권 외는 km당 25원)으로 일본 JR 3사의 기본운임 범위가 3km대에 임율이 km당 180원 정도로 형성되어있음. 다시 말해 한국의 거리비례요금은 일본의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는 거.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처럼 거리당 요금을 km당 100원대로 올리거나 적자의 근본 원인인 통합환승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수 있느냐?


만약 통합환승제 폐지 또는 거리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순간 그 순간 경기도와 인천의 1600만 인구가 들고 일어날 가능성이 100%에 가깝다고 봐도 됨.


실제로 예전에 서울시에서 환승횟수를 5회에서 3회로 축소한다고 했다가 경기도와 인천의 거센 반발로 유야무야되었고, 최근에는 거리요금을 km당 150원으로 올리는걸 고려했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유야무야됐는데 km당 100원대로 올린다는건 어불성설



게다가 한국은 일본과 달리 수도권도 철도 밀도가 매우 낮음. 즉 어딜 가든 역이 있는 일본 수도권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신도시 개발에서도 평촌, 일산, 분당신도시 정도를 제외하곤 철도 계획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철도의 수송분담률이 50%를 못 넘는 수준임.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있는 지하철도 급행화 등의 설계가 미비해 서울로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임. 이로 인해 수도권의 신도시들은 느리고 접근하기 불편한 지하철보다 빠르고 편리한 광역버스에 상당부분 의존하게 되었음.


최근 서울이랑 경기도 신도시에서 지하철 연장 관련해서 얘기 나오고 온갖 핌피질로 멀쩡한 노선을 비트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음. 이런 상태에서 만일 철도 요금만 올라가면 경기도 신도시 주민들은 지하철 대신 여전히 광역버스를 탈 것이고 광역버스만 터져나갈 건 불보듯 뻔함.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신분당선조차 요금을 일본 수준으로 받음에도(환승 고려하면 일본 지하철보단 당연히 혜자) 적자니까.


그리고 이런 현실화를 국민들이 받아들이려면 일본처럼 알바한테도 교통비를 주는 문화가 있어서 그렇기도 한데, 안 그래도 불경기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그걸 할수 있을지는 심히 회의적임.


표 신경 안쓰는 정권이 어떻게든 요금현실화를 해냈다? 아마 우리에게 기다리고 있을 미래는 수도권 신도시의 유령도시화와 서울 인구 재상승, 그리고 그 결과는 안 그래도 폭등한 서울 집값의 또 한번의 폭등이 될 가능성이 높음.



일본 치바의 호쿠소선. 일본에서도 고액의 요금으로 악명높던 노선으로 30km를 가는데 도쿄메트로는 314엔(약 2,770원, 단 도쿄메트로가 일본에서도 유달리 거리비례요금이 저렴하다는 건 감안해야 할듯.)이 든다면 호쿠소 철도는 821엔(약 7,250원)으로 2배 넘게 비싼 요금을 받았음.


안 그래도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신도시 개발이 잘 안되는 상황인데 요금문제마저 겹치니 10년도 더 전인 2007년부터 한국에서 뉴스로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음. 결국 비싼 요금에 지친 주민들이 돈을 모아 전세버스를 빌려 통근버스로 쓰는 일도 있었으며, 지자체와 주민들이 모회사인 케이세이 전철을 상대로 운임을 내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패소하긴 했지만 사측에서 마지못해 2022년 10월부터 요금을 10% 정도 내렸음. 



고베 북부의 사철인 호쿠신 급행전철도 비싼 요금 때문에 타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적자가 심해지자 모회사인 한큐 전철과 고베시가 협상한 끝에 고베시가 사들였고 고베 지하철에 통합되면서 요금이 내려갔음.


결과적으로 그 교통비 비싸다는 일본도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운임 인하를 요구하거나 공영화되는 사례가 있었음.



한국에서 신도시 개발의 실패사례로 잘 알려진 타마신도시(사진)도 만일 한국이었다면 평촌이나 일산 정도는 되었을 거임.

(※ 다만 타마신도시는 도쿄 도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꽤 먼 거리로, 강남까지의 거리가 16km, 도심까지의 거리가 30km 정도인 일산과의 비교는 다소 적당치 않은듯.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있는 곳이라면 강남까지 약 40~44km 떨어진 김포한강신도시, 도심까지 약 40km 떨어진 운정 정도가 적당한 사례로 보임)


왜냐하면 교통 자체는 나쁘지 않아 지하철과 직통하는 철도(오다큐 다마선-치요다선, 게이오 사가미하라선-신주쿠선)가 2개 있고 신도시 내부를 다니는 모노레일도 있거든. 하지만 비싼 교통비로 인해 도쿄 도심에 사는 것보다 메리트가 없어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것임.


실제로 도심인 도쿄 23구의 인구는 2009년에 800만명 선이었지만, 이런 문제로 인한 역교외화로 현재는 978만명으로 서울을 추월한 상태임.


결론적으로 한국의 교통비가 저렴한 건 사실이고 이로 인한 문제도 많지만 교통비가 높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낮은 교통비로 인해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걸 감안하면 일장일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는 정도?


요약

1. 한국의 지하철 운임은 기본운임만 보면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은 편이 아님.

2. 다만 한국의 경우 장거리 요금이 싼데다 환승이라는 치트키(!)가 존재하는데 이를 없애기는 매우 힘듬.

3. 지하철 운임을 현실화할 경우 일본처럼 알바에게도 교통비를 주는 문화가 도입되어야 함.

4. 하지만 한국의 철도, 특히 광역철도는 일본에 비하면 미비한 편이며 사업주,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교통비를 줄 만큼의 여건이 안됨.

5. 일본에서도 비싼 요금으로 인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요금인하를 요구하거나 공영화를 추진한 사례가 있음.

6. 경기+인천 인구가 1600만명을 차지하는 한국의 정치적 환경을 감안해보면 요금현실화를 추진하기 힘듬.

7. 다만 낮은 교통비가 복지 및 서울 집중화 방지 측면에서 장점도 존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