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집이 가톨릭 성당 바로 아래쪽에 있음

그래서 이웃들이 성당을 많이 다니길래 할머니 할아버지도 성당을 다녔고, 나도 성당에 붙어있는 유치원을 다녔음. 당연히 신부님이랑 수녀님도 항상 보이고 앞뜰에 성모상이라든가 그런 것도 있고 그래서 잠재적으로 다른 종교보다 가톨릭에 더 익숙한 그게 있었음.

근데 정작 어렸을 때 나는 막 하느님 없다 그러고 성경은 내용이 빻았다 하고 다녔음 ㅋ


그러다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성당은 뭘 하는 곳이고 가톨릭은 어떤 종교인지 궁금해서 나도 성당을 다니고 싶다고 조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음. 그래서 세례성사를 받고 대충 고2 때까진 조부모님이랑 부지런히 주일미사를 다녔는데 그때는 신앙에 대해 별로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음. 그냥 성당이라는 장소를 느끼는 것과 조부모님을 만나는 것이 성당에 가는 목적이었음. 학생부 활동도 안 했도 고해성사도 해본 적 없었음.


대학을 오고부터는 대학이 성당에 가기 불편한 곳에 있어서 성당에 가지 않았음. 그러다가 코로나 시기였나 그때 여자친구가 냉담을 풀게 되고 성당에서 청년회원들이랑도 잘 지내고 그러는 걸 보니까 나도 성당을 다시 가고 싶어짐. 그래서 졸업 직전에 관할 성당에 찾아가서 고해성사를 보고 냉담을 풀고, 학교 가톨릭학생회에도 연락을 해서 다른 학생들(대부분 후배였음)이랑 같이 성당을 다니게 됐음. 독서봉사도 자주 했었고.

이때는 좀 더 가톨릭에 대해 잘 알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사실 졸업생 신분으로 가톨릭학생회랑 같이 하기가 좀 애매한 구석도 있고 해서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웠음. 그리고 다시 한 번 거처를 옮기고 나서는 통 성당에 안 나갔음. 완전히 새로운 본당에서 지인이나 동질적인 사람 없는 낯선 공동체에 참여하는 것이 살짝 두려웠거든.


근데 이제까지 성당을 다녔지만 알지 못한 게 있음.

바로 '신앙이란 무엇인가', '신앙이 현대사회에 왜 필요한가' 이것.

교회의 일원으로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하느님과 연결이 된다는데, 사실 나는 천성이 현세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그러한 영적 연결이 도통 느껴지지가 않음.

그리고 신앙의 주요한 부분인 신론과 내세론에 대해서는 교리와도 충돌하지 않고 현실과도 충돌하지 않는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낸 거 같은데, 아직까지 '그래서 신앙을 가지면 현대사회에서 뭐가 좋은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음.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가져서 좋은 것을 요약하자면 '천국 간다'인데, 나는 신을 믿으면 죽어서 좋은 곳에 간다는 이야기엔 그닥 관심이 일어나지 않음.

물론 현실적으로 좋은 것도 있음. 신의 아들이며 신의 또다른 모습인 예수는 사람들이 박애를 실천하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주장했음. 하느님을 믿는다고 자부하려면 예수의 뜻을 따라야 하고, 예수의 뜻을 따르면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근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인권 개념의 확립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대국가의 등장을 통해, 더이상 그리스도교만이 독점하는 영역은 아니게 됐음.

그래서 나는 신앙이 현대인에게 어떤 효능을 지니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함.


이런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종교의 영향력은 앞으로 계속 줄어드는 게 불가피한 거 같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의 특정한 주장이 과대대표되어가는 것이 너무나 희한해 미칠 정도로, 종교의 영향력은 앞으로 계속 줄어갈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