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58634?sid=101

항공사는 보잉과 빠르게 손절매 중이다. 국내 1위 대한항공은 지난달 “에어버스 중대형 항공기 A350 계열 기종 33대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18조원 어치를 모두 에어버스에 ‘올인’했다. 이전까진 보잉과 에어버스의 항공기를 적절히 나눠 구매하며 보잉 106대, 에어버스 56대 정도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해왔다. 미국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주문한 보잉 737 맥스 10기종의 출고가 늦어지자, 에어버스와 구매 협상 중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보잉에 주문했던 항공기 중 일부만 인도받을 예정”이라며 “맥스7 항공기는 아예 안 받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보잉의 실패가 항공기 제작사의 추락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잉이 몰락하면 세계 항공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어서다. 보잉의 위기가 항공기 공급망 붕괴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 항공권 가격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잉이 몰락하면 가격 전가력(Pricing Power)이 에어버스로 기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당분간은 에어버스가 독주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에어버스의 신형 비행기 수주 건수는 2319대. 직전 최대치(2014년·1796대)를 경신한 것은 물론, 보잉(1456대)보다 1.6배나 많았다. 1~2월 인도량도 에어버스(79대)가 보잉(54대)을 앞질렀다. 복도가 2개인 광동체 항공기 시장에서는 보잉이 여전히 앞서지만, 에어버스의 A320 네오와 같은 단일 통로 소규모 항공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에어버스 수주량이 급증했다. 여기에 보잉이 B777X를 빨리 출시하지 못한다면 광동체 시장에서도 에어버스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민항기 시장이 보잉의 오른쪽 날개라면 왼쪽 날개는 군수 시장이다. 군수 시장에서도 보잉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다. 1990년 후반부터 크게 뒤졌는데 당시 미 국방부의 3군 통합 전투기개발 사업에서 탈락한 영향이 컸다. 2001년 록히드 마틴이 X-35 모델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며 미래 전투기 시장의 축이 이동했다.


현재 보잉은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자로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상황이 좋진 않다.


보잉이 주춤한 가운데 민항기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던 이 시장에 일본과 중국이 뛰어든 것. 일본 정부는 실패했던 국산 여객기 개발에 재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민간 기업과 협력해 2035년까지 차세대 국산 여객기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0년간 정부와 민간 기업이 총 5조엔(44조원)을 투자한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대형 여객기 C919를 보유하고 있다. 164인승인 C919는 지난해 3월 첫 상업 비행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상하이-베이징 노선을 3시간 만에 주파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중국상용항공기회사(COMAC)는 C919 4대를 동방항공에 인도해 중국 국내 노선에서 상업 운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이고 보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