돚챈러 분들은 잘 아시다시피 미국 로키 산맥에서부터 애팔래치아 산맥까지 그 사이를 이르는 구간은 광활한 지평선이 펼쳐진 곳. 지면기 거의 경사지지 않고 평평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장애물 없이 뛰어난 접근성으로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급부로 땅에 기복이 없어 좀 심심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

구글 지도의 지형도. 대부분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아무리 평평한 땅이라 하더라도 경사지고 숲이 우거진 곳이 없지는 않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하이킹을 즐기기에 이름. 특히 멀지 않은 곳에 시카고라는 대도시를 끼면서 나름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일리노이 주의 Starved Rock State Park 가 되겠음.

하이킹에 고픈 일리노이와 시카고 주민이 많았던 덕인지 구글 지도 평점 개수가 웬만한 국립공원 뺨치는 곳...을 아무튼 방문해 보았습니다. 시카고에서도 한시간 반 떨어진 일리노이 다운스테이트 지역에 위치해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 지도에 몇몇 주립공원들이 더 보이지만 자연환경은 다 비슷비슷한듯?

보통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처음 들르게 되는 방문자 센터.

안에 들어가면 Fort St. Louis 라는 표지판이 나옴. 사실 이 지역은 원래 아메리카 원주민이 살던 곳이었는데, 프랑스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면서 발견하게 되고 요새를 세운 곳임. 지금도 그를 기념하는 흔적이 주립공원 곳곳에 남아있음.

더 들어가면 이 지역의 역사와 함께 몇몇 박제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었음. 안내문에 따르면 이 동물 박제들은 차에 치여 죽었거나 밀렵당한 동물들이라고... 실제로 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로드킬 사체를 아주 흔하게 볼수 있음.

 이곳에서는 하이킹 코스가 크게 두개로 갈림. 일리노이 강 바로 옆으로 따라 걷는 River Trail, 그리고 캐년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는 Bluff Trail. 이번에는 Bluff Trail 쪽으로 가서 돌아올 때는 River Trail로 걸어보기로 함.

트레일 초입. 흔한 한국의 등산로 느낌도 나는데, 마침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한가득.

우선 이 주립공원의 이름의 유래가 된 Starved Rock을 올라봄.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한 전설이 재미있는데, 오타와 원주민과 일리노이 원주민의 전투에서 일리노이 원주민들이 패배하고 이 바위에서 굶어 죽었다는 얘기가 있음.

다른 바위에서 바라본 Starved Rock. 생각보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서 바위라는 느낌은 크게 안 듦 ㅋㅋ

바로 이쪽에는 수력발전 댐이 설치되어 있어, 강물이 댐을 통과해서 흐르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음. 댐 왼쪽에 펠리컨 (American white pelican) 떼가 강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

아무튼 다시 한국의 뒷산을 보는 듯한 하이킹 코스를 따라가보면...

캐년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구간이 나옴. 이게 꽤 높아서 밑의 사람들이 성냥개비만하게 보이더라는..

아무튼 더 길을 가보는 걸로. 여기는 표지판에 마일과 함께 무려 "킬로미터" 단위가 병기되어 있었던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음.

다음 캐년인 Wildcat Canyon에서는 밑을 내려다보기 더 좋게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캐년의 폭포로 물이 떨어지는 것도 볼 수 있었음.

암석 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돋보임. 이 지역에 드러난 암석 층을 St. Peter Sandstone이라고 하는데, 일리노이 뿐만 아니라 미국 중서부의 꽤나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사암층이라는 듯.

어느 순간 Bluff Trail은 River Trail과 완전히 합쳐지고,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LaSalle Canyon 이라는 곳이 나옴. 사실상 이 주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데, 캐년의 폭포로 물이 떨어지고, 그 물이 흘러서 연못을 이루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음. 마침 전날 비가 좀 온 탓에 폭포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음.

폭포 뒤에 공간 있어요! 폭포의 뒤쪽으로 넘어가서 물이 떨어지는 장면을 담아 보았음.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음.

돌아오는 길은 강가 따라서 걷고 옴. 강물 바로 옆으로 걸을 수 있는데, 수풀 사이로 살짝 보이는 갈대 군락이 꽤나 인상적이었음.

사실 비온 직후의 등산로는 걷기에 최악의 환경이라는 것. 몇몇 구간에서 바닥이 완전히 진흙밭이 되어 여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게 문제. 한번은 진흙밭을 피해가겠다고 옆의 풀숲으로 살짝 돌아갔는데, 여기는 그냥 바닥에 물이 고여있어 신발과 양말을 완전히 적셔버림 ㅠㅠ

지나가면서 본 이름모를 풀꽃들...

관광지에 낙서하는 건 전세계 공통.

사실 여기는 하이킹이라기에는 경사가 크지는 않고, 조금 경사가 있는 숲길을 따라 걷는다고 하는게 좀더 정확할 듯. 물론 시카고 빼고는 전부 옥수수밭이나 마찬가지인, 자연환경으로는 미국 최하위권을 달리는 주의 주민들에게는 이정도도 감지덕지할 것이지만. 오늘도 중서부를 탈출해야겠다는 마음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