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공원의 원어민 교사였던 조지 윌리엄 길모어가 남긴 기록에서 일부 발췌함





"조선인들은 다치기 싫어한다. 마크 트웨인이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서 쓴 표현이 그들에게 들어맞을 것이다. '내 목숨을 아까워하는 게 뭐가 잘못된 일인지 모르겠어. 나한텐 딱 하나밖에 없단 말이야.' 그들은 그렇기 때문에 다투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나 확실히 하자면, 여행자들은 현지인들이 대화를 나누면서 목소리를 엄청나게 높이기 때문에 싸움이나 극도의 과열된 토론이 오고 가는 줄 알 것이다. 현지인들은 아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자주 표준 음높이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상인에게 땅콩 값을 물어보고 나서 나는 매번 내가 귀머거리가 아님을 강조해야 했다. 그러나 생활은 도시 안 뿐만 아니라 나라 어디서든 완벽하게 안전하다."


목청 큰 조선인들



"새로 입국한 외국인이 발견하는 가장 특이한 점은 해 진 후 도시 안의 완벽한 정적이다. 어둠이 깔린 후 들리는 소리라고는 가끔씩 개가 짖는 소리뿐인데, 어떨 때는 한 개 소리가 다른 이웃 개들을 함께 짖게 만든다. 아니면, 여름의 날카로운 개구리 합창 소리(2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에 개구리가 운다!), 또는 다음날 외출에 쓸 남편의 옷을 아내가 다듬이질하는 소리 정도다.


만약 이방인이 이 정적이 너무 답답해서 방 밖으로 외출을 하게 된다면 등불이 필요할 것인데, 이 도시에 단순히 빛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수십만 인구가 살고 있는 흔적조차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쳐 가면 마치 외출이 경범죄인 것처럼(*역주: 실제 시각에 따라서 곤장 대수가 달라지는 경범죄임) 몇몇 사람이 황급히 출입구로 쏜살같이 움직이는 것이나 혹은 과부를 볼 수도 있고, 또는 그들의 일행들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중 최소 하나는 등불을 들고 있으며 얼굴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잘 가리고 있다."


밤중에 데이트하러 몰래 야금을 어기는 사람들


"외국인은 순라군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머스킷이나 조선식 플린트락 총을 휴대한 두 명의 순찰조 말이다. 그들은 느슨한 태도로 순찰을 도는데, 너무나 도시가 조용한 나머지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벽마다 기분나쁘게 울려퍼지며, 외국인은 죽은 자의 도시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순라군은 쇠뭉치가 끈으로 느슨하게 묶인 막대기(쇠도리깨)를 들고 다니는데, 이것을 날카롭게 일정한 간격으로 두들기며 다닌다. 외국인은 곧 순라군이 이 막대기를 갖고 다니는 습관이 자신들의 접근을 알리기 위함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당연히 도둑은 거의 잡히지 않는다. 내게는 늘 이들이 막대기를 두들겨대는 이유가 순라군 스스로가 밤길에 겁먹지 않기 위함인 것으로 보였다."


군기 빠진 순라군(이미 옛날부터 순라군이 뺑끼쳐서 뒤지게 터지는 기사는 실록에 자주 나옴)




"대중들 사이에는 외국인들에 대한 반감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중국인들이 타국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과 같은 이름을 한반도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서양 귀신(foreign devil)' 같은 단어는 단 한 번도 귀에 들어온 바가 없을뿐더러, 현지인들을 대하면서 단 한번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비하적 용어를 들은 바가 없다. 그들은 우리를 우월한 힘과 기술이 있는 자들로 대한다. 실제 성능과 그 어떤 면에서도 전혀 같지 않은(역주: 아마도 마구 부풀려져 있는) 우리 함대, 군대, 대포의 이야기들은 듣는 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고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게 한다....조선인들은 무장한 외국인들에게 절대적 공포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흥분이 고조되면 잘 무장되고 용감한 한 사람이 아주 쉽게 대로변을 청소해 버릴 수 있으며, 큰 무리의 폭도들조차 도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원군 피눈물행




"또 하나의 기묘한 한국적 특질은 호기심이다. 이 반도에서 이 특질은 여성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이 특성이 심하다. 물론 외국인들은 아직 그 호기심의 대상이다. 특히 숙녀들이 더욱 그렇다. 그러니 외국인들, 특히 여성들이 함께 있을 때 관광이나 쇼핑을 나가면 그들은 10명에서 20명이 넘는 수까지 다양한 규모의, 악의는 없지만 다소 불편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서는 현지인들에게 둘러싸인다.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지적을 하며 조선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끄덕거리고 기뻐하거나 칭찬한다. 우리 여성들에게 주어진 자유나 남의 눈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지 않는 태도는 관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조선인들에게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무언가 사려고 할 때인데, 그들에게 있어 가치없는 것을 이 '미친 외국놈'들이 집어들 때이다."


이건 120년이 지난 지금도 좀 그래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