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일본에서 지금과 같은 전국 광역철도화가 성립된건 그다지 오래 전(?) 일은 아님.


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국철은 도쿄권과 오사카권에서만 광역철도를 굴렸음. 심지어 3대 도시권이라는 나고야마저도 이 시절에는 장거리 열차 위주의 시간표로 굴러갔음.


그러면 나고야권 주민들은 뭘 타고 통근했느냐? 바로 지역 사철인 메이테츠. 그래서 메이테츠는 저 시절이 오히려 장사가 더 잘됐다고 함.


그러다가 일본이 고도성장기를 맞고 신칸센도 뚫리면서(산요 신칸센 1975년 완전개통, 1982년 도호쿠 신칸센 모리오카까지 개업, 같은 해 죠에츠 신칸센 완전개업) 교통문제가 심각해지자 신칸센이 뚫려 감편된 장거리 열차를 없앤 자리에 광역철도 차량들을 투입하자라는 방안이 나오게 됨.


이러한 당시 국철의 프로젝트는 '시티열차'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음.


1. 열차의 증차와 패턴다이아화(=출퇴근시간대를 제외하고 매시 5분, 25분, 45분 출발 등의 규칙화된 시간표) 도입.

-> 굳이 시간표를 보지 않아도 시간표를 외워서 충분히 탈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장치.


2. 광역철도 차량에 걸맞는 고가감속 열차 투입.

-> 다만 재정이 막장에 다다른 국철인지라 모든 열차를 신차로 찍어내진 못했고, 때로는 419계 같이 막장 개조차도 등장하기도 함(...). 요약하자면 신칸센 개통으로 쓸모없어진 특급용 차량을 광역철도 차량으로 개조했는데, 이게 원판이 특급용 차량이라 개조를 했어도 입석 수용에 적절하지 않은 형태라 이내 호쿠리쿠 등의 한적한 구간으로 밀려났다고.


3. 단편성(1편성 3~4량)화.

-> 양대도시권과는 다르게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를 고려한 단편성을 적용했음. 대신 일시적인 수요증가시에는 중련열차로 수송력을 확보.


4. 증속 ->

열차 순환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열차의 속도를 향상.


5. 다른 노선과의 연결성 증대

-> 직결운행의 도입 또는 패턴다이아화, 승강장 배치를 통해 환승을 용이하게 함.


6. 역 증설

-> 역세권 접근성을 향상


7. 지역밀착형 마케팅 -> 지역 이미지를 딴 고유의 마케팅을 함. 실제로 시티열차 도입 당시 각 지역마다 다른 캐치프라이즈로 홍보하고, 이에 맞춘 기획승차권 발매도 진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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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침은 1982년 히로시마 지구에 처음 시범적으로 적용되었고, 80년대 중반 순차적으로 후쿠오카, 나고야, 시즈오카, 니가타, 센다이, 삿포로, 호쿠리쿠 등에 적용됨.


그리고 JR화 직후인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리오카, 아키타, 야마가타, 후쿠시마, 우츠노미야, 와카야마, 시모노세키, 코치, 도쿠시마, 쿠마모토, 오이타, 카고시마 등의 중소도시에도 적용되기 시작함.


이를 벤치마킹하여 2000년대에는 대만철도관리국이 대만고속철도 개통을 전후해서 '전국 철도 첩운화'(첩운은 대만에서 도시철도를 부르는 명칭)를 진행했음. 다만 일본과는 다르게 대만의 경우 여전히 우등열차의 빈도가 높아서 광역전철격인 구간열차도 배차간격이 불안정하고 운행거리가 김. 대신 70km 이동시까지는 우등열차 입석과 구간열차 요금이 동일해서 우등열차가 정차하는 역이 목적지라면 우등열차를 떠나보낼 필요 없이 타면 됨.


한국의 경우에도 KTX 개통 이후인 2000년대 들어서 (정확히는 ktx 도심구간 전용선로가 개통된 2010년대에 들어서야) 지방도시 광역전철 계획이 나오기는 했으나 깔린 철도망의 양도 빈약하고 그 이전까지 도심 선로 교외이설이 계속된데다가 일본/대만과는 다르게 기존선이 고속철도와 호환된다는 장점을 이용해 대만과는 정반대로 '전국 철도 고속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형편이라 철도의 도심 접근성이 영 좋지 못한 편이기도 하고, 저렴한 운임으로 발생하는 손실의 보조를 지자체와 국가가 어느 정도로 분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문제+장래 인구감소로 인한 이용수요 감소 문제로 진척이 느린 형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