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은 남한 5배 크기의 넓은 나라로, 대부분 국토는 카라쿰 사막으로 덮여 있고 사람들은 남쪽 쾨페트다그산맥 자락과 북쪽 아무다리야강 유역의 오아시스 지대에 모여살고 있음. 이 오아시스 지대엔 고대부터 실크로드 무역로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다면, 소련 시절에는 자원 산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도시들이 발달하였음. 다만 투르크메니스탄은 도시화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고, 특히 추세를 보면 1989년 45.4%에서 2022년 47.1%로 거의 변화가 없는 편.

사실 이 나라에 몇 명이 살고 있는지는 미스터리인데, 2022년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자국 인구를 705만 명이라고 발표하였으나 美 RFA는 당국 내부 정보를 인용해 실제 인구가 300만에 못 미친다는 보도를 냈음. 근데 어느 쪽이 맞든 독립 이후 투르크메니스탄 인구는 주 단위까지만 공개되어 있으므로 각 도시에 대해 인용할 만한 통계는 따로 없는 듯 ㅋㅋ; 공식 통계가 맞다면 1989-2022년간 주별 도시화율의 변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 인구증가율을 그대로 대입해도 크게 차이나진 않을...지도.

사진: 케르키-케르키치 철교(위키미디어 재단)

케르키 Kerki

1989년 인구 19,747명 → (레밥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38,000명

투르크메니스탄 동북쪽 끝 아무다리야 강변의 소도시. 규모는 작지만 역사가 꽤 오래된 도시로 도시 근처엔 중세 셀주크 시대 영묘가 지금도 남아 있음. 1999년 니야조프 초대 대통령은 도시 이름을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을 딴 아타므라트(Atamyrat)로 개명했으나 니야조프 사후 원복되었음. 2009년 아무다리야강을 건너는 철교가 놓이면서 도시는 우즈벡 및 아프간으로 이어지는 철도 분기점이 되었음.

사진: 나즈뭇딘과 술탄 알리 영묘

쾨네위르겐치 Köneürgenç

1989년 인구 21,827명 → (다시오구즈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48,000명

투르크메니스탄 최북단 아무다리야강 하류의 평야 지대에 있는 도시. 도시의 이름은 ‘옛 우르겐치’란 뜻으로, 닉값대로 중세 호라즘 제국의 수도였던 우르겐치가 있었던 곳. 우르겐치는 14세기까지 중앙아시아 최대의 도시 중 하나였으나 티무르의 침공과 아무다리야강의 하도 변화로 몰락했고, 현재는 유적들만이 벌판에 흩어져 있음. 이곳은 19세기 관개 수로가 개통되면서 다시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사진: 마그단르 시내

마그단르 Magdanly

1989년 인구 22,613명 → (레밥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44,000명

투르크메니스탄 최동단 쾨이텐다그 산맥에 있는 광산도시로, 전반적으로 평평한 이 나라에서 드물게 산악 지대에 있음. 이곳은 1947년 고부르다크(Gowurdak, 현지 방언으로 ‘유황 산’)란 이름으로 세워졌는데 닉값대로 유황 광산이 있어서 사람들은 유황 채굴 및 비료 생산에 주로 종사한다고 함. 2002년에는 도시의 이름이 고부르다크에서 ‘광석이 풍부한’이란 뜻의 마그단르로 개칭되었음.

사진: 그즐아르바트 중앙 광장

그즐아르바트 Gyzylarbat

1989년 인구 33,388명 → (발칸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56,000명

서부 발칸주의 도시로 코페트다그 산맥 끝자락에 있는 도시. 이곳은 1881년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 내륙을 연결하는 카스피 횡단철도가 개통되면서 세워졌으며, 현재는 기차 정비공장과 면화·카펫 공장 등이 있다고. 도시의 이름은 니야조프 초대 대통령이 1948년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이곳의 고아원에서 살았던 것을 기려서 1999년 ‘지도자’란 뜻의 세르다르(Serdar)로 바뀌었으나 2022년 원복되었음.

사진: 테젠 바자르

테젠 Tejen

1989년 인구 40,149명 → (아할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67,000명

투르크메니스탄 남부 아할주에 있는 오래된 오아시스 도시. 도시는 테젠강변에 있는데, 이 강은 힌두쿠시 산맥에서 발원해 카라쿰 사막으로 흘러들어 사막에 오아시스를 형성하고 있음. 소련 시절에는 아무다리야강으로 이어지는 카라쿰 운하가 개통되면서 오아시스의 관개 면적이 매우 넓어졌다고. 이곳은 면화 및 섬유 관련 산업이 작게 있고, 멜론 산지로도 유명하다고 함.

사진: 메르브의 그즈갈라 요새

바이람알르 Baýramaly

1989년 인구 43,824명 → (마르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86,000명

남동부 마르주의 도시로 테젠처럼 힌두쿠시에서 발원한 무르갑강 주위로 형성된 오아시스에 있음. 이곳은 고대부터 중앙아시아의 중요한 도시였던 메르브(Merw)가 있었던 곳으로, 메르브는 셀주크 시기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으나 몽골 침입 이후 몰락했다고. 현재 도시는 19세기 철도 개통과 함께 형성되었으며, 옛 메르브 유적은 새로 형성된 시가지 북쪽에 위치함(북쪽 하얀 사각형과 그 주변).

사진: 튀르크멘바시 항구

튀르크멘바시 Türkmenbaşy

1989년 인구 58,854명 → (발칸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88,000명

서쪽 카스피해에 맞닿은 항구도시. 도시는 1869년 러시아에 의해 크라스노보츠크(Красноводск)란 이름으로 세워졌으며, 이곳을 기점으로 중앙아시아 내륙으로 향하는 철도와 도로망이 건설됨. 투르크메니스탄 독립 이후 도시는 니야조프 대통령의 칭호를 딴 튀르크멘바시(‘튀르크멘의 우두머리’)로 개칭되었고, 남서쪽 해안에는 리조트 단지가 새로 조성됨. 현재 이곳은 투르크메니스탄 최대 항구이자 정유산업의 중심지.

사진: 발칸주 주립도서관

발카나바트 Balkanabat

1989년 인구 86,314명 → (발칸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129,000명

투르크메니스탄 서부 발칸주의 주도로 카라쿰 사막 한가운데 솟은 발칸산 자락에 위치함. 도시의 역사는 짧은 편으로, 1933년 유전 개발 목적으로 카스피 횡단철도가 지나는 사막 한가운데 네비트다그(Nebitdag, ‘석유 산’) 시가 세워졌고 독립 이후 발카나바트(‘발칸 산의 도시’)로 개칭되었음. 처음 세워진 목적에 걸맞게(?) 도시는 지금도 투르크메니스탄의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 중심지라고.

사진: 하즈 구르반굴르 모스크

마르 Mary

1989년 인구 92,290명 → (마르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182,000명

동남부 마르주의 주도로 앞서 봤던 바이람알르와 함께 무르갑강 유역 오아시스에 위치함. 도시의 이름은 고대 실크로드 도시 메르브에서 유래했지만, 현재의 마르는 1884년 러시아군이 통치 거점으로 세운 새로운 도시. 소련 시절 마르는 카라쿰 운하의 개통으로 면화 생산의 중심지가 되었고, 1960년대 이후론 도시 주변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되어 현재는 천연가스도 도시의 주요 산업이라고 함.

사진: 다시오구즈 중심부

다시오구즈 Daşoguz

1989년 인구 111,406명 → (다시오구즈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247,000명

투르크메니스탄 북부 아무다리야강 하류의 평야 지대에 있는 도시로, 쾨네위르겐치처럼 역사적 호라즘 지방에 속함. 이곳은 원래 행상이 머무는 여관(카라반사라이)이었다가 편리한 교통 덕분에 지역 중심지로 발전하였고, 현재는 우즈벡 국경에 위치해 양국 간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소련 말기 도시 인구 상당수는 우즈벡인이었는데 니야조프 시기에는 우즈벡인에 대한 강제 재정착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고 함.

사진: 중립 투르크메니스탄 대로

튀르크메나바트 Türkmenabat

1989년 인구 160,799명 → (레밥주 증가율 대입시) 2022년 인구 316,000명

투르크메니스탄 제2의 도시이자 북동부 레밥주의 주도로, 옛 이름은 채르제브(Çärjew)였으나 1999년 튀르크메나바트(‘투르크멘의 도시’)로 개칭됨. 아무다리야 강변의 도시는 고대엔 아물(Amul)이라 불렸으며, 19세기 말 카스피 횡단철도 개통으로 강을 건너는 철교가 놓이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고 함. 소련 시기 도시는 면화·섬유·화학 등 다양한 공장이 세워졌고, 현재도 투르크메니스탄의 제조업 중심지라고. 

사진: 대통령궁 광장

아시가바트 Aşgabat

1989년 인구 401,135명 → 2022년 인구 1,030,063명 (연평균 +2.9%)

쾨페트다그산맥 북쪽 자락에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고대에는 파르티아의 도시 니사가 있던 자리로, 1881년 러시아가 투르크메니스탄을 정복하고 도시를 설립한 이래 통치 중심지 역할을 해온 곳. 도시는 1948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재건되었고, 60년대에는 카라쿰 운하의 개통으로 수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독립 이후로는 도시 남쪽을 중심으로 과시적 건물로 가득한 신규 개발 구역들이 조성되었음.

사진: 구르틀르의 신축 아파트

아시가바트 북서쪽의 뷔즈메인(Büzmeýin) 지구는 소련 말기 1989년 인구조사에서 인구 3만의 도시로 식별되었는데, 2002년 이 도시는 번영하는 곳이란 뜻의 아바단(Abadan)으로 개칭되었음. 이곳은 아시가바트의 위성도시로 카펫 공장과 발전소 등이 위치했으며, 2011년에는 군 무기고에서 대폭발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기도 하였다고. 2013년 도시는 아시가바트에 편입되었고 이름 역시 원복됨.

사진: 아르카다그 시 전경

2019년 구르반굴르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수도 아시가바트를 둘러싼 아할주의 새로운 주도 건설을 명령했고, 2022년 구르반굴르의 공식 칭호를 딴 아르카다그(Arkadag, ‘후원자’)란 이름의 신도시가 경마장이 위치한 뷔즈메인 서쪽에 건설되었음.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아르카다그가 7만 인구를 수용할 투르크메니스탄 최초의 ‘스마트 시티’라고 홍보하였는데, 막상 도시에 입주할 엘리트층의 반응이 좋지 않아서 이들에게 아파트를 강매(...)해야 했다고 카더라.

마지막은 투르크메니스탄 도시들의 이런저런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