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도지챈러들. 요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어제 자전거 타고 인천공항에 다녀와봤어.

이 시국에 무슨 공항이냐 할 수 있는데, 공항 청사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어^^ 거기는 너무 위험해...

사실, 내 목적은 공항 청사 내부를 가는 게 아니라 인천공항 하늘정원으로 들어가는 거였어.

하늘정원 내부를 인천공항 자전거도로가 가로지르는데, 하늘정원이 아주 예쁘게 잘 되어 있거든. 특히 코스모스 피는 철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하늘정원은 안 가고 중간에 공항화물청사역으로 빠졌어. 체력소모가 심한 상태에서 하늘정원까지 가기는 무리이기도 했고, 어차피 지금은 코스모스 철이 아니라 가봤자 별 볼 게 없기도 했어.


이게 내가 간 경로야.(약간 차이는 있어) 

영종대로를 시점부터 종점까지 쭉 탄 다음에(...) 삼목1사거리에서 인천공항 자전거도로로 갈아타는, 아주 심플한 경로야.

거리상으로는 가장 빠르고 쉬운 경로이긴 한데, 막상 타 보니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고.


거리: 0km

위치: 중산동(영종하늘도시 동측)


출발지는 영종힐스테이트 아파트 앞 사거리였어. 

오전 11시 반쯤에 출발해서, 여기서부터 영종대로를 쭉 타고 공항신도시까지 갔어.

처음 2km 정도의 하늘도시 구간은 굉장히 쉬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

우선, 첫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자전거 핸드폰 거치대에서 핸드폰이 떨어졌어.

온갖 쌍욕을 해대면서 저 멀리 나뒹구는 폰까지 달려가 폰을 집어드니까, 액정에 금이 무수히 가 있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자세히 보니 보호필름만 부서진 거였더라고. 겨우 살았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본격적으로 출발해보려고 하는데, 내가 잊은 사실이 하나 있었어.

영종대로 하늘도시 구간은 순 오르막이었다는 거지.

그렇게 경사가 높지는 않았지만, 오르막이 꽤 길어서 업힐 밟느라 힘들었어.

2km 거리를 15분씩이나 걸려서 통과했던 것 같아.


거리: 3km

위치: 운남동(영종하늘도시 중앙)


20분 정도 지나 하늘교에 도달했어. 

여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어서 타기는 좀 수월했어. 맞바람이 엄청 불기는 했지만.

하지만 이쪽은 현재 아무것도 없는 곳이다 보니 자전거도로 노면이 관리가 잘 안 되어 있었어.

인도에는 점자블록이 다 박살나 있고, 곳곳에 잡초가 자라 있었어.

그래도 타이어가 펑크 날 만큼은 아니어서, 그냥 무시하고 빠르게 밟았어.

좋은 점은, 통행량이 워낙 적어 횡단보도 신호등이 대부분 꺼져 있었다는 거지. 덕분에 신호대기 안 받고 금방 통과했어.


거리: 6.5km

위치: 넙디 근방(영종하늘도시 서측)


별 탈 없이 운남동을 통과해 넙디 근방에 도달했어. 시간은 한 30~40분 정도 지났고.

나는 최대한 빨리 넙디를 통과해서 공항신도시에 들어가, 중간 보급을 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어.

그런데, 롯데리아 다음 횡단보도를 지나 자전거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웬 할배 하나가 튀어나왔어.

자전거도로 진입로가 급커브로 설계되어 있어서 맞은편에서 뭐가 와도 볼 수가 없는 구조였어. 원래 뭐가 와서도 안 되는 거였고.

할배 보고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브레이크 밟다간 박는다.'

그래서 그냥 옆쪽 바위에 박았어. 할배, 그 뒤에 오던 여자 한 명은 무사했고.

자전거가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는데, 체인이 풀려서 다시 끼우느라 고생했어.

체인을 끼우니까, 손은 흙먼지에 기름때 범벅이었고.

어쩔 수 없이 메가박스 건물로 빠져서 손을 세 번이나 씻고, 근처 편의점에서 물티슈를 사서 자전거 손잡이를 구석구석 닦았어.

이것 때문에 시간이 꽤 지체됐어. 그래도 다치거나 자전거가 크게 망가지진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지.

도지챈러들은 자전거도로로 걷는 미친 짓은 하지 말도록 하자.


거리: 8km

위치: 공항신도시


우여곡절 끝에 영종하늘도시를 전부 통과해 공항신도시에 도착했어. 

하늘도시가 가로로 길기는 하더라고ㅎㅎ

공항신도시 구간은 크게 어렵지 않았어.

구배도 없고, 자전거도로도 잘 깔려 있었어. 

다만 하늘도시와 달리 여기는 횡단보도가 자전거 횡단도가 아니라서, 내려서 자전거 끌고 건너야 했어.

사실 타고 건너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그냥 끌고 갔어.

아까 들른 편의점에서 물 사는 걸 깜빡해서, 미리 봐둔 아파트 단지 편의점에서 물도 한 병 샀고.


거리: 9km

위치: 삼목1사거리(운서동)


공항신도시를 관통해 삼목1사거리에서 인천공항 자전거도로로 진입했어.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삼목1사거리에서 그냥 길 건너 보이는 다리를 건너서는 안 된다는 거야.


이 다리 말고, 그 전전 사진에 있는 다리로 들어가야 해.

자전거/보행자 전용 다리라 매우 건너고 싶게 생겼지만, 건너면 안 돼.

그 다리 건너도 자전거도로가 있긴 한데, 그걸 타면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으로 들어가. 내가 정확히 그랬어(...)

거기서도 어떻게든 화물청사역으로 갈 수는 있겠지만, 나는 내부 지리를 몰라서 다시 자전거 돌려 나왔어. 덕분에 30분을 까먹었어.

그래도 이제 스태츠칩팩코리아로 가는 길을 알게 되었으니, 뭐 소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지ㅋㅋ

인천공항 자전거도로에 진입하면, 얼마 안 가 엄청난 다운힐을 한번 겪은 후, 그냥 평탄하게 길 따라 계속 나아가면 돼.

솔직히 이 구간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아. 옆의 유수지에 물이 차 있으면 한강 라이딩 하는 기분이 날 텐데, 유수지도 다 말라 있고 주변은 온통 갈대 투성이라 볼 게 별로 없어. 애초에 출퇴근용으로 조성된 도로니, 볼거리를 기대하면 안 되는 거지만.


그래도 옆에 면세점 물류창고가 서너 개 있기는 해. 사진에는 롯데면세점만 있는데, 신라하고 중국어 간판 면세점 창고도 있어.


거리: 12.5km

위치: BMW 드라이빙 센터(인천국제공항)


이제 인천공항 부지 내로 진입했어. 

인천공항 부지 내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시설은 BMW 드라이빙 센터야.

차들이 주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차가 한 대도 없더라고.

근처에 웬 떠돌이 셰퍼드가 한 마리 있던데, 물리기 싫어서 그냥 빠르게 지나쳐 왔어ㅋㅋ


거리: 14.5km

위치: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인근


만약 네가 이렇게 화물기들이 줄줄이 주기된 풍경을 보게 된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야.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직진해야 하늘정원 쪽으로 갈 수 있는데, 이쪽으로 가면 인천공항 물류단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돼.


즉, 이렇게 갔다는 뜻이지(...)

이것 때문에 한 20분 정도를 추가로 날려먹었어.

공항 물류단지를 보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다만, 딱히 볼 거는 없으니까 그냥 드라이빙 센터에서 직진하는 걸 추천해.


도로 자체는 꽃이 피면 예쁠 것 같긴 한데, 옆에서 지나다는 초대형 화물차들의 무시무시한 소음과 바람은 감수해야 해.


거리: 17.5km

위치: 공항화물청사역 


4km을 날려먹은 끝에 드디어 공항화물청사역에 도착했어. 

드라이빙 센터에서 직진하다 보면 자전거도로는 그대로 가고, 차도는 꺾이는 지점이 있어.

나는 슬슬 배도 고프고 시간도 다 되어 가서 화물청사역으로 들어갔지만, 계속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그대로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면 돼.

그렇게 가면 당초 목적지였던 인천공항 하늘정원을 가로질러 베스트웨스턴 호텔 근처로 나오게 돼.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자전거 승차를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실제로 1터미널역에서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 거기서 자전거 승차를 했다는 후기가 없어서...


하늘도시로 다시 돌아갈 엄두가 안 나서, 영종역까지는 공항철도를 탔어.

원래 평일에 자전거를 탈 때는 역무원한테 승차허가증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고.


영종역

내가 전철 탈 때 80% 정도 오는 영종역이야.

나머지 20% 정도는 청라역인데, 202번 타고 청라역 가는데 은근 시간이 걸리는데다, 청라역은 승강장으로 들어가려면 경명대로를 육교로 횡단해야 하기 때문에 꽤 걸려. 그래서 정말 시간이 남아돌 때만 청라역으로 가고 웬만하면 돈을 더 내더라도 영종역을 이용하는 편이야.

환승할인이 될 기미는 없지만, 공철-9호선 직결 시 영종역에도 9호선 급행이 정차하기 때문에 9호선을 타고 김포공항에서 갈아타면 공철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빨라야 2023년이겠지만ㅎㅎ


영종역을 나오면 공항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해서 자연대로를 따라 하늘도시로 가게 돼.

영종역-하늘도시 구간 자연대로는 전부 내리막이라 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

(=하늘도시->영종역은 죽을 맛)

다만, 자전거도로와 금산IC 진출입로가 평면교차(...) 하는 지점이 2번(...)이나 있어서 조심해야 해.

심지어 영종IC에도 고속도로 진입로가 횡단보도와 평면교차하는 지점이 있어. 지금이야 통행량 적어서 괜찮지만, 아마 인구가 늘면 이것 때문에 또 홍역을 치를 거야. 


영종하늘도시

오후 2시 10분경 하늘도시에 도착했어. 3시간 약간 안 걸렸는데, 중간에 헤메지 않고/사진 안 찍고/체인 빠지지 않는다면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공항<->하늘도시 왕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물론 복편은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는 전제 하에)

하늘정원까지 찍고 온다면 왕복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


추천 루트

내가 간 영종대로 시점-삼목1사거리-인천공항 자전거도로 루트는 그리 추천하지 않아.

영종대로 구간에서 볼 게 별로 없고, 공항 자전거도로도 BMW 드라이빙 센터 전까지는 볼거리가 없기 때문이야.

내가 추천하는 루트는, 너희가 영종도 외부에서 들어오고/인천공항 하늘정원을 경유한다는 가정 하에 크게 3가지야.


1. (올 11월 이후) 씨사이드파크 자전거도로 - 하늘바다길(영종해안남로) - 인천공항 자전거도로 - 공항화물청사역

 이 루트가 가장 좋은 루트야. 씨사이드파크 구간은 일반차량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차와 사고 날 위험도 없고, 곳곳에 화장실도 많아. 매점도 2곳 있고, 카페도 2곳 있어.  해안을 따라 일주하기 때문에 바다와 청라/월미도/송도/인천대교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라이딩 할 수 있어. 잠깐 인천대교 기념관에 들를 수도 있고.  문제가 하나 있다면, 영종해안남로-인천공항을 연계하는 하늘바다길이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는 거야. 올 5월 착공해서 11월 개통한다고 하니, 11월 이후에는 이 루트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해. 

 외부에서 들어올 때는 아마 공항철도 영종역/구읍뱃터 페리 중 두 가지 중 한 방법을 이용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월미도에서 페리를 타는 것을 추천해. 배를 타면 갈매기도 많고, 내려서 씨사이드파크로 접근하기도 용이해. 다만 인천역에서 월미도로 가는 길은 자전거를 타기 그리 좋지 않으니까 그 점은 참고해. 만약 영종역에서 온다면, 자연대로를 종점까지 쭉 탄 다음 동보노빌리티 아파트 쪽으로 가면 씨사이드파크 진입로가 보일 거야. 


2. 운서역-영종대로-인천공항자전거도로 루트

지루한 영종대로 하늘도시 구간은 스킵해버리고 운서역부터 시작하는 루트야. 내가 간 루트에서 하늘정원을 경유해 국제업무단지로 빠져나오는 루트인데,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자전거 승차가 안 되면 화물청사역까지 되돌아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 만약 1터미널역에서 자전거 승차를 할 수 있다면, 다시 운서역으로 돌아가서 삼목선착장에서 신도/시도/모도/장봉도로 가는 페리를 타서 북도면 섬 일주를 해 볼 수도 있어. 나는 차를 타고만 가 봤지만, 자전거 타기도 꽤 괜찮다고 하더라고. 비행기도 많이 볼 수 있고 예쁜 섬이니까 한번 가 보는 걸 추천해.


3. 씨사이드파크 자전거도로-하늘대로-영종대로-인천공항자전거도로 루트

1번과 2번의 절충안이야. 1번처럼 씨사이드파크 자전거도로를 타서 해안을 경유하고, 숨겨진 자전거도로를 통해 하늘대로로 빠진 후, 다시 영종대로 갈아타서 운서역까지 간 후 2번과 똑같이 가.

거리상으로는 좀 돌아가는 경로이지만, 예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야.

사실 이 루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텐데, 씨사이드파크-하늘대로를 잇는 자전거도로는 지도에 안 나오기 때문이야. 


인천대교 기념관 진입 직전에 있는 광장에 보라색으로 줄을 그은 정체불명의 자전거도로가 하나 있을 거야. 위성 지도로 확인해 본 결과 이 자전거도로를 쭉 타고 가면 영종119구조대 옆으로 나와. 여기서 하늘대로를 타고 하늘도시 쪽으로 가다 영종대로로 갈아타면 돼. 지난 여름에 이 자전거도로 초입 구간을 잠깐 타 봤는데 거기는 노면 상태가 꽤 괜찮았어. 다만 현재는 어떨지 불확실하기에, 실제로 이 루트를 이용하게 된다면 유의해야 해. 만약 이 도로 사용이 불가능할 경우, 옆의 인도로 빠져. 그럼 텅 빈 단독주택지구로 나오게 되는데,  여기서 영종대로462번길을 통해 영종대로로 들어가면 돼. 이 구간은 자전거도로 부설이 안 되어 있지만, 건물이 하나도 없어서 차도를 타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