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랑 헤어지던 그날, '그런 여혐사이트 왜 하냐'라는 소리를 들은 게 기억이 난다. 안 그래도 다른 일로 빡돌아서 말다툼하던 와중에, 이 발언은 정말로 나의 모든 것을 짓밟는 것같이 느껴져, 헤어진지 1년이 되는 와중에도 결코 하루도 기억에서 가시지 않는다.
일단 나무위키가 여혐사이트라는 인식이 박혀있기에 저런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인데, 나무위키의 문서를 실제로 까보면 여혐의 온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친페미적 서술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심지어 '이갈리아의 딸들' 검색하면 좋은 책이라고 칭송하고 있는 와중에, 나무위키를 여혐사이트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내가 나무위키에서 손댄 문서들 일체는 젠더 문제와 관련 자체가 없는 지리, 교통, 잡학 관련 문서다.
그리고 나무라이브는 나무위키와 운영사가 같은 사이트일 뿐이지 나무위키와는 별개의 사이트이다. 이제는 나무위키 노출도 끊겼고, 나무위키가 나무라이브의 내용적 측면에서 영향을 끼친 적은 없다.
그리고 나무라이브 전체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관리를 안 하는 수준이며, 채널 운영은 채널별로 국장을 두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디시도 갤러리별로 다 분위기가 다르듯이, 나무라이브고 채널별로 다 분위기가 다르다. 이걸 무시하는 것은, 식물갤을 했는데 디시 한다고 욕하는 격이다.
하물며 그때 도지챈 국장은 다름아닌 나다. 그리고 나는 도지챈에 혐오표현이 날뛰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혐오표현 금지라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을 내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오히려 편향 아니냐고 하는 소리까지 나왔던 것을 다들 알 거다. 이 얘기를 왜 하냐면, 결국 내가 있는 동안 도지챈 관리 성향에 여혐은 하나도 포함 안 돼있었다는 거다.
그리고 도지챈은 대체재가 없다. 지금까지 지리덕후들을 위한 커뮤니티는 실질적으로 여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나무라이브를 뜨고 싶어도 못 뜨는 거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무라이브를 하는 걸 비방한다는 건, 지리덕질 하지 말라는 소리 아니냐?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면, 남간이랑 남라 인식이 안 좋은 와중에도 도지챈만큼은 클린한 커뮤이고 또 앞으로도 클린할 것이므로 가외로 비방당하지 않고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내게 있었다는 거다.
근데, 각성챈 사건과 안일한 사측의 반응 때문에 결국 허사가 되게 생겼다. 그리고 내게는, 1년 전에 들었던 저 발언이 또다시 들려올 듯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대체 남라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도지챈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른 유저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내 자존심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제발 도지챈의 존재가 땅속으로 파묻히게 하지는 않게 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