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냥 대충 띵가띵가하다가 어디서 세계도시 관련한 글을 봐서 그냥 오 이걸로 글써볼까 싶어서 쓰는 글임


 세계도시(Global City)라는 개념은 지리학과 도시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개념으로, 20세기 이후 전세계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경제 기능이 어느 한 도시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것, 또는 그 현상을 칭하기 위해 나온 그다지 오래된 개념은 아님. 세계도시에 대한 개념은 1986년 존 프리드먼(John Friedman)이 『The World City Hypothesis』에서 조정과 통제의 고차기능을 강조하면서 추론적인 개념으로 소개되었고, 이후 1991년 미국의 사회학자 사스키아 사센(Saskia Sassen)이 구체적으로 정립시키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음.


 프리드먼은 주요 금융 중심지, 초국적기업의 본사, 국제기구의 위치, 주요 교통 중심지, 인구규모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하여 세계 국가를 중심부 국가와 반주변부 국가로 분류하는 동시에 각각의 도시를 1차, 2차 도시로 분류하였고, 1980년대까지는 아직 세계화의 수준이 2020년대보다 낮았기 때문에 유럽/아프리카 & 아메리카 & 아시아/오세아니아 총 세 군데로 크게 분류해서 세계도시 계층체계를 제시했음.


 요것이 바로 프리드먼이 분류한 세계도시 체계 되시겠다. 보면 크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아메리카 지역, 유럽&아프리카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고, 당시에는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산권 국가과 제3세계 국가들의 도시들은 제외된 것을 볼 수 있음. 


 프리드먼의 세계도시 계층체계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바로 각 대륙의 내부적인 연계 강도가 현대에 만들어지는 계층체계보다 높다는 것임.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냉전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과 아직 교통&통신 기술이 현대만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 때문에 프리드먼의 세계도시 계층체계는 여전히 중심지모형적이고, 중심국가의 1차 도시가 대륙 전체를 배후지로서 아우르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


 이러한 세계도시체계는 1991년 사센의 세계도시 가설에 의해 더 세부적으로 정립되는데, 사센은 세계도시의 형성에 있어서 생산자서비스와 세계화를 강조했음. 그녀는 세계화 이후 생산자서비스가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였고, 이러한 생산자서비스들이 가장 접근성이 좋고 연결성이 좋은 도시에 입지, 집중되면서 도시체계에서의 계층성이 나타난다고 했음. 그녀는 세계도시의 등장에서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서의 차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보았는데, 왜냐하면 아시아의 대표 세계도시인 도쿄, 아메리카의 대표 세계도시인 뉴욕, 유럽의 대표 세계도시인 런던에서 비슷한 양상의 경제 발전과 인구 집중이 이루어졌기 때문임.


 사센의 이러한 가설의 바탕에는 1990년대부터 등장한 범세계경제가 그 기반인데, 사센은 이 범세계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 40개를 선정해서 네트워크화 시키고 이를 개념화시켰음. 그녀가 세계도시를 선정한 기준은 프리드먼과 유사하면서도 약간 다른데, 프리드먼이 세계도시를 선정할 때 교통, 인구 등 통계적인 지표를 통해 접근한 것과는 달리 사센은 생산자서비스 기업들의 수, 자산관리기간의 수 등 경제 지표와 거기서 나오는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세계도시를 선정하였음. 즉, 사센은 세계도시가 단순히 접근성이 좋은 그 자리에 있어서,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높아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서비스들의 선택과 집중이 현재의 세계도시를 만들어냈다는 경제결정론적인 입장을 세계도시 가설에서 보여주고 있음.


 이러한 사센의 관점은 현재까지도 세계도시를 선정하고 그 체계를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길이 되고 있는데, 1998년 피터 J. 테일러(Peter J. Taylor)는 사센의 가설을 계승하면서도 각 세계도시의 개별 도시 차원에서의 분석이 아닌 세계도시의 중추가 되는 기업들이 공간상에서 다른 곳에 위치한 지사, 협력업체들과 맺고 있는 연계의 강도를 강조하였음.


 그는 관계적 관점에서 세계도시 네트워크를 분석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으며, 기업들 간의 연계를 강조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형을 개발하는 동시에 그 유명한 GaWC, 세계도시 연구네트워크 체계를 개발함. GaWC 체계의 개발에 있어서는 사센의 관점과 동일하게 각 도시의 초국적 생산자서비스기업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거기에 초국적 생산자서비스기업의 지사 수를 추가로 집계하여 각 기업 별로 두 도시간의 본사-지사간 연계성, 지사-지사간 연계성 등을 모두 구하여 연계강도를 통해 체계를 구축하였음.


 이게 바로 1998년의 GaWC 네트워크 모형임. 다만, 현재의 GaWC 네트워크 모형과는 사뭇 다른데, 1998년 당시에는 세계도시를 알파, 베타, 감마급으로만 분류하였고, 1998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


 GaWC 체계는 2018년에 또 다시 세분화되게 되는데, 알파급, 베타급, 감마급으로 분류된 세계도시를 다시 각 계층별로 +와 -로 세분화시켰음. 또한, 1998년에서 2018년까지 세계의 정세가 많이 급변했기 때문에 도시들의 계층도 많이 바뀌었는데, 1998년 베타급으로 분류된 서울은 2018년에는 알파급으로 상승하였고, 더불어 중화권 도시과 동구권 주요 도시들이 1998년에 비해서 베타급, 감마급으로 많이 올라왔음. 베이징, 상하이 같은 경우에는 알파+급으로 성장했고. 그에 반해 유럽의 중소도시들은 계층 하락을 경험했는데, 원래부터 알파급에 짱박혀있던 대도시들을 제외하고 비교적 경제 규모가 작은 도시들은 감마급으로 하락하였음.


 2020년에도 GaWC 보고서가 발간되었는데, 여기서 서울은 알파-급으로 하락해 타이페이, 바르샤바, 뮌헨, 이스탄불, 멜버른, 샌프란시스코, 델리, 리스본, 마닐라, 스톡홀름, 비엔나, 더블린, 요하네스버그 등과 같은 계층이 위치하게 되었음.

 

 이제 GaWC 체계에 관해서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있는게, '아니 우리나라는 저 나라보다 경제적 규모도 크고 우리 도시는 인구도 많고 수입수출도 많은데 왜 같은 계층임????' 이런 뉘앙스의 글들이 조금 보임. 아니면 그 반대거나. 근데 GaWC 체계는 앞서 말했듯이 인구나 수입의 절대적인 통계 지표로 결정되지 않음. 다국적 기업의 본사수와, 생산자서비스업 간의 연결성 그리고 한 초국적기업의 본사-지사-협력업체 간의 연결성이 중요한 선정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단순히 인구가 얼마고, 수입수출이 얼마고 이런 요소들로는 GaWC 체계를 파악할 수 없음. 물론 인구랑 수입수출 이런게 GaWC에도 영향을 주고, 계층이 높을 수록 앞서 말한 지표들이 높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건 주객이 전도된거랑 같다는 말.


 대표적인 예시가 모스크바인데, 2020년 GaWC 네트워크를 보면 서울은 알파-급인데 모스크바는 한 단계 높은 알파급으로 분류됨. 근데 2020년의 러시아는 경제제재 맞고, 각종 경제 정책 실패에, EU랑 기싸움, 크림반도 합병 등등의 각종 악영향으로 국가가 그렇게 건실하진 못한 상황이고, 이는 모스크바도 마찬가지임. 근데 왜 모스크바가 서울보다 더 높은 계층에 위치하였느냐, 그야 모스크바에 다국적 기업의 수가 많고 이들 간의 연계성이 확실하니까. 모스카바는 구 소련의 수도이고, 이 때 당시 형성된 모스크바 중심의 공산권 경제 블록은 현재까지도 유효함. 즉, 모스크바는 아직도 동유럽에서 강력한 도시 중심지의 역할을 하고 있음. 


 이제 모스크바, 서울의 예를 약간 제물로 삼아서 하고 싶은 얘기는 세계도시 체계는 단순히 경제 연결성 측면에서 본 네트워크 체계이지 그 등급 자체가 도시의 미관이 어떻니, 도시 민도가 어떻니, 이 도시보다 저 도시가 낫니 이런 걸 판단하기엔 부적합하다는거임. 일반적인 인식을 잠깐 빌려왔을 때, 2020년 기준 서울은 쿠알라 룸푸르보다는 낮고, 베를린보다는 높음. 이거만 봐도 세계도시가 일반적인 인식에서 사용되기에는 무리라는 걸 알 수 있음. 그냥 세계도시 계층체계는 단순히 여기가 다국적기업본사 수가 많아요 여기가 이 지역 경제의 중심이에요 여기가 국가간 연결 네트워크에서 이러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어요 이런거를 보기에 적합하다는 것. 그러니까 GaWC의 알파급, 베타급, 감마급 분류는 도시의 종합적인 평가에 의한 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음.


 어쩌다보니 얘기가 길어졌는데, 바로 위의 문단과 관련해서 세계도시 체계에 대한 비판들이 여럿 있음. 세계도시론 자체는 현황을 보여주는 재현의 과정일 뿐이지, 세계도시론 자체로 세계경제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있고, 이러한 세계도시론이 다분히 경제결정론적이라는 비판이 있음. 봤듯이 세계도시론은 경제적인 요소만 중요하게 여기지 세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영향력은 평가하지 않거나 과소평가하고 있으니까..  또한, 세계도시론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세계도시론의 이러한 계층화 자체가 도시간의 경쟁을 부추길 수 있고, 이 때문에 지역성이 사라지고 세계의 모든 도시들이 동질화, 획일화 될 수 있음.


 새벽에 쓴 글이 너무 길어졌지 않나 싶은데 마지막으로 2020년 GaWC 세계도시 계층 분류표 보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