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From Sea to Shining Sea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짧은 시일에 이렇게 반응이 좋다는 것에 압도적 감사를 드리며, 기세를 몰아 시작한 날에 2편까지 써 보았습니다. 지난번에 처음 쓸 때는 진짜 약식으로 썼는데 이번에는 거의 하루치에 한 편 정도를 배정해서 기대할 만한 디테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암튼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한 돚붕이는 샌타모니카까지 우버로 이동한 다음 어제 본 경전철을 타고 중장년층은 '남가주대'라 부르는 USC로 이동합니다. LA도 이른 아침만큼은 참 매체에서 보던 것과 다르게 우중충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마 바다 근처라서 그게 날씨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날 USC 다니는 친구와 함께 캠퍼스 잠깐 둘러보고 다저스 경기장 투어를 잡아놔서 다저스 경기장을 찍은 다음 LACMA에 갈 생각이었는데, 이날 아침 갑자기 같은 주에 있는 폴 매카트니 콘서트 때문에 투어가 전부 취소되었다는 비보가 들어와서 다저스 경기장 가는 건은 취소했습니다. 대신 비게 된 오전은 USC 캠퍼스도 보고 그 남쪽에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관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충 유구한 역사 콘)



가는 날이 장날인지, 7월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아침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알고 보니 이 날이 다가오는 가을학기 신입생들 OT 날이었더군요. 



USC 캠퍼스 자체는 이제는 도심지 한복판에 있어 미국에 있는 다른 대학들만큼 크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데, 날씨가 지금은 좀 그래서 그렇지 캠퍼스가 참 고풍스럽고 간지납니다. 전반적으로 아치 양식을 널리널리 사용한 게 로마네스크 양식을 나름 따르려 했던 걸까 하네요. 



대학 한복판에 웬 그리스 전사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USC 마스코트가 Trojans라서 그렇다는 후문.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USC가 생각보다 우중충해 보였는데, 오늘의 첫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겠습니다. USC 캠퍼스에서 바로 남쪽으로 걸어가면 있는 캘리포니아 과학관입니다. 



들어가기 전 가까이는 못 갔지만 1932년, 1984년, 그리고 다가올 2028년 LA 올림픽 주경기장 잠깐 보고 가십시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아마 저기가 올림픽 주경기장만 3번 한 세계 최초의 올림픽 주경기장이 될 겁니다. 



시작부터 포스가 넘치게 해군 F/A-18C 호넷과 공군 A-12 복좌형 (그 마하 3짜리 정찰기 SR-71의 조상님 맞습니다)이 지키고 있는 과학관... 아직 하이라이트도 아닌데도 벌써부터 마음 속 밀덕을 자극하는군요. 



아... 아니! 최근에 추락한 F-5를 기반으로 노스롭 사에서 만든 염가형 4세대 전투기 F-20 타이거샤크가, 뒤의 공군 T-38기를 배경으로 여기 올라와 있군요. 원래 한국에도 F-16 대신 대규모로 도입될 뻔했습니다만, 1984년 수원 에어쇼에서, 하필이면 전두환 대통령 면전에서 추락해 버려 도입에 실패하고 결과적으로는 사업 자체가 사장되어 노스롭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뒤 한국은 미국에서 피스브릿지 사업으로 F-16C/D Block 30/32를 도입합니다) 한국과 인연(?)이 꽤나 깊은 기종이 여기 보존되어 있는데, 아마 캘리포니아 남부의, 예전 항공기 제조 및 방위산업 허브로서의 명성을 어느 정도 방증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첫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우주왕복선, OV-105 엔데버였습니다! STS-134를 마지막으로 퇴역한 엔데버는 캘리포니아에 들어왔는데, 과학관에서 다른 부분은 전부 무료이나 여기만 별도로 2019년 기준 3달러의 입장료를 받고 있더군요. 격납고 코너에서 찍어도 화면에 겨우 다 들어오는 엔데버 앞에 미국뽕 오늘도 차오릅니다 (?)


전시관 안에는 엔데버뿐만 아니라 우주왕복선으로 수행한 모든 미션들 (챌린저랑 컬럼비아가 사라진 두 미션 모두 포함)과 그 성과를 이렇게 한쪽 벽에 전시했습니다. 이외에도 생각보다 격납고가 작아 보이지만 되게 알차게 전시를 구성해 놨기 때문에, LA 방문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나오면 웬 오렌지색 탱크가 보이는데, 얘는 우주왕복선 외부연료탱크가 되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얘를 안에 있는 엔데버랑 합쳐서, 발사 직전 상태의 엔데버를 구현하고 그렇게 세운 엔데버를 넣을 전시관을 새로 짓는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링크). 2017년에 이미 부스터 로켓 2개까지 확보는 했다는데,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발사 직전의, 완성된 엔데버를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엔데버를 끝으로 과학관을 나오니, 날씨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LA 광역권 날씨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이, 이른 아침까지는 꽤나 우중충했다가 오전 10-11시만 되면 구름이 걷히고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아는 캘리포니아 하늘이 됩니다. 슬슬 지중해성 기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USC에 계속 있기에는 일정이 많으니 LACMA로 이동해 봅니다. 런던에는 오이스터, 뉴욕엔 노란색 메트로카드가 있다면 LA에는 탭 카드가 있습니다.  버스랑 전철이 전부 $1.75인데, 종일권이 7달러라 종일권을 구매해서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7월 4일 근처라 저런 버젼을 팔더군요. 



USC에서 경전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해서 간 LA 미술관 (LACMA). LA 대중교통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서울과 달리 LA 시내와 그 근처 한정으로 적절한 곳으로 대중교통이 다니는 구조라 대중교통이 유리한 곳이 대도시치콘 꽤나 한정적인 편. 번외로 경전철 타고 오면서 한 흑인 아재가 Thirty-Mile Zone과 인종차별주의의 관련성에 관해 옆에 탄 백인 아주머니에게 설교하고 있었는데, 서울에도 다이나믹 수도권 1호선 전철이 있듯 어딜 가든 대중교통에는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 듯. 



이렇게 위태위태한 돌 (LACMA 설치 전시물의 일종이라고 함)을 지나가고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인근의 브라질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휴식을 취한 1인이었습니다. 



누가 엔터테인먼트의 도시 아니랄까, 광고판부터 거창한 곳. 번외로 심야 토크쇼에서 James Corden Show에서 Crosswalk Musical이라고 해서, '횡단보도에서 뮤지컬 넘버 하나씩 공연하기'를 토크쇼 콘텐츠로 선보인 일이 있었는데, 이 인근 거리로 추정. 



꽤나 핫플이라는 폴 스미스 핑크빛 벽 찍고 바로 LA의 뭐같은 대중교통을 뚫고 할리우드로 직행... 


했는데 이날이 라이온킹 실사판 월드 프리미어 날이라 거리가 통제되었고, 그래서 버스가 할리우드 Walk of Fame 진입하기 직전에 끊김. 대신 할리우드 Walk of Fame 거의 전 구간 바닥의 스타들을 꽤나 찍었는데, 너무 많으니 대표사진 세 장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왜 우주인들이 나오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폴로 11호 착륙이 생중계되었기 때문...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도널드 J. 트럼프 (전직 방송인, 전직 미국 대통령)



(한참 뒤 시리즈를 위한 떡밥. 답은 아마 빠르면 6-7부쯤 나올 예정.)


[할리우드에서 찾은 만 원의 가치] 

번외로 사진은 없지만 할리우드 거리에는 코스프레를 하고 관광객과 사진을 (반강제로) 찍어주는 대신 돈을 뜯는 사람들이 심히 많음. 미키마우스와 스파이더맨 복장의 2인조가 본인에게 접근하던데, 처음엔 거부하려 하다 쪽수로 밀릴 것 같아 마지못해 찍었음. 당연히 팁을 요구하는데, 이 사람들이 인당 20불을 요구하길래 지갑을 열었는데 다행히도 지갑에 있는 것은 한국에서 미처 환전하지 않은 만 원짜리 세 장. 결국 현장에서 만 원짜리 한 장 = 20불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선보이며 탈-출한 1인... 돚붕이 여러분은 이런 데 혼자 다니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뒤로 하고 TCL 차이니즈 시어터 (중국식 건물같이 생긴 극장. 아이언맨 3에서 만다린이 처음으로 테러하는 곳 맞습니다). 여기 방문한 배우들이 저렇게 손과 신발 자국을 남기는 게 전통인데, LA 하면 또 라라랜드인지라 (?) 다른 분들도 많지만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남긴 판 찍어둡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찾은 태국식 식당. 보기엔 안 그래 보여도 양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가격은 10불 근처였을 텐데 양은 2.5인분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군요. 그리고 그걸 또 거의 안 남긴 당신은 도대체... 



할리우드를 뒤로 하고 올라간 곳은, 안 그래도 유명했는데 라라랜드로 더 유명해진 그리피스 천문대. 당연히 지금은 LA 빛공해 때문에 천문대 기능은 상실했고 지금은 꽤나 유명한 관광지. GTA V에도 고증되어 있고, 영화 '라라랜드' Planetarium 씬으로 유명해진 천체 쇼도 압권이지만...



여기 와야 하는 또다른 이유는 LA 북서쪽에서 LA 광역권 전체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 LA의 조막만한 CBD/다운타운을 둘러싸는, 도합 인구 1800만의 어마무시한 LA 광역권의 바둑판 스프롤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음. 


밖을 둘러본 뒤 천문대 안으로 들어가서는 



테슬라 코일, 푸코의 진자 등등 전시물이 많았지만 이때쯤 휴대폰 배터리가 14%였다는 비극. 실제로 천문대에서 한 건 훨씬 많았지만 때문에 사진은 안타깝게도 남기지 못했다는 후문. 



당신이 LA에 오면 그리피스 천문대에 올라와야 하는 이유 (3). 저 멀리 할리우드 글자가 일몰 옆으로 미약하게 보임. 딱 이 사진까지 찍으니 10퍼센트를 부르는 배터리. 이러다 집에 못 돌아가겠다 싶어 휴대폰을 잠깐이나마 끄고, 그 날 마지막 천체쇼 후 배터리가 1퍼센트쯤 남은 폰으로 가까스로 Lyft (우버와 비슷)를 불러 USC 인근 숙소로 돌아가며, 2일차 끝. 


3부 예고) LA 시내를 서성이다 탈출한 건에 관하여

1부, 2부를 당일에 클리어해서 아마 3부도 빠르면 내일 오전 중으로 올라올 각. 


참고) 코멘트, 추천, 질문 등등 대환영! 중간중간에 정확한 위치 안 나오는 곳 (식당 등) 이름이라든가 궁금하신 게 있으면 기억하고 있는 선에서 최대한 대답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