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현천 복개구간 답사 (1편)

요즘 하천답사에 관심이 생겨 처음으로 당현천 복개구간 답사를 갔습니다. 집 바로 앞이기도 하고 설연휴라 시간도 남아서 구간별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당현천은 당현(堂峴)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고개에서 발원하는 하천입니다. 주변 산들이 화강암 기반 바위산인지라 본래 바닥을 보이던 건천이였으나 2010년 경 들어 정비를 시작하고 노원역 등에서 지하수를 끌어 와 유량을 유지하는 식으로 복원되었습니다. 수락산, 불암산 쪽으로 움푹 들어간 상계 3,4동 특성상 당고개 부근에 지류가 몰려 있습니다.  


https://potter1007.tistory.com/  답사에는 이분 블로그를 많이 참조했습니다. 하천답사도 이 블로그 보고 시작하기도 했고요. 

서울 복개천&박스 경로 현황   위 사람이 찾은 서울시내 PC박스 지도입니다. '서울 북부 지역' 문단을 보면 당현천 근처 박스 선형이 나옵니다.


복개천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어떤 도로 자리에 하천이 흘렀는지는 알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무심코 지나가면 이 도로 밑에 하천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복개천임을 알게 해주는 단서가 나오기도 합니다. 크게 보자면


1. 지도 상에서 어떤 도로가 지속적으로 굽어 있는 모습이 보임. 특히 골목길에서 주변 도로가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한데 혼자 굽이치는 도로가 있다면 하천이 흘렀을 가능성이 높음.

2. 길 위에 지나치게 많은 맨홀이나 배수구(사각 철망으로 된 우수관 덮개)가 있다. 맨홀이야 어느 도로에 없겠냐만 작은 길에서 지나치게 많이 있다면 의심해 볼 수 있음. 

3. 뜬금없이 도로 한복판에 이음매가 있다거나 나란한 균열이 존재한다. 이음매라면 교량 방식의 복개일 가능성이 크고(청계천이 이렇게 복개되었다.) 이음매 부근이나 PC박스를 이어붙인 자리에 균열이 생기는 경우도 있음.  

4. PC박스 보수를 위한 자재투입구 철판. 저 네모난 철판이 있으면 빼박 복개천이 있다고 봐도 좋음. 


이런 단서들을 조합해 복개구간을 찾아나갑니다. 요즘엔 도로를 자주 정비하고 재포장하면서 이런 흔적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과거 항공사진과 도로 선형만으로 유추해야 하므로 답사 난이도가 올라가지요.


간혹 하천 산책로에서 산책을 하면 복개천 토출구를 볼 수도 있는데, 거의 물이 안 나오고 말라 있습니다. 이는 복개천을 합류식 하수도로 사용하기 때문인데 합류 직전, 토출구 바로 뒤에 하수처리장과 연결된 취수구를 놓아 폭우 때가 아니면 하천으로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때문에 가까히 가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하천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도시화 당시 하천에 하수를 방류하던 것을 고려해 정화 대신 하수도로 복개하는 것을 선택한 사회적인 맥락도 관련 있습니다.


전체구간 지도

하늘색이 본류, 빨간색이 복개구간, 주황색은 PC박스 암거가 묻혀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입니다. 

핀을 찍은 곳은 복개 시점이 명확한 곳만 찍어 두었습니다.


복개구간을 조사하던 중 신기한 건 하류로 갈수록 계곡수가 없이 하수만 흐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비중이 많아지는데, 당고개 쪽은 골짜기 지형인 데 반해 하계동 쪽에 있는 지류 두 개는 원래 허허벌판인 곳에 택지개발을 마친 데다 주변에 산도 없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이거나, 원래 하천이였으나 주변지역 개발중에 발원지가 소멸하고 하수도가 된 하천이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합니다.


주황색은 위에 소개한 블로그에서 당현천 근처 박스선형을 보고 추측한 겁니다. 중계동에만 10년 넘게 살아서 딱 보고  '아 저기 은행사거리구나' 하고 감이 왔습니다. 지도 켜서 대조해 봐도 위치상으로나 도로 모양으로 봐서나 은행사거리일 가능성이 크고요...




편의를 위해 당현천 본류와의 합류지점에 번호를 매겼습니다. 몇 번 지류 이런 식으로 부르니 갑자기 지류들도 복개 전에는 이름이 있었을지 궁금해집니다...

서론이 좀 긴 것 같았습니다. 그럼 답사 시작입니다.



2번 지천 답사

1번부터 답사하기에는 지천이 꽤 많고 길이도 길어 시간상 2번 지천부터 답사하였습니다. 

하천 경로는 네이버 지도에 나타난 도로명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경로: '덕릉로94길' (전구간)


당현천과의 합류부입니다. 1번과 2번 지천이 같은 곳에서 합류합니다. 당고개입구오거리 바로 밑에 자리잡아 있습니다.


1번 지천이 본류라 계곡수가 흘러 나오지만 2번 지천은 말라 있습니다. 원래 커튼이 있었지만 하수냄새를 막기 위해 철판으로 막아 두었습니다. 

하수 차집관거가 있는지 내려오는 물도 하수도 냄새는 거의 안납니다. 

밑에 있는 돌무더기에서 노원역, 마들역에서 뽑아낸 지하수가 뿜어져 나옵니다.

이 물이 당현천 수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지천에서 나오는 물에 비해 콸콸 나오는 모습이 대조됩니다.


산책로에서 나와서 2번 지류가 묻힌 도로를 찍었습니다.

최근에 도로를 정비한 곳이라 흔적이 거의 안 보였습니다.


지류는 2시 방향 도로를 따라 흐릅니다. 직진하면 불암산 등산로가 나옵니다. 


조금 올라가면 공영주차장이 나옵니다. 

바닥의 아스팔트 균열이 박스의 경계를 나타내는 듯 합니다. 정황상 균열 오른쪽에 박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배수구입니다. 복개가 풀리는 지점 바로 앞에 있습니다.


복개 시점의 모습입니다. 


날이 추워서 하천이 얼어 있습니다. 철망 같은건 나뭇가지 같은 이물질을 거르는 역할을 하는 듯 합니다.

하천 옆으로 석축을 쌓아 정비를 해 두었습니다.


위의 시설물은 다시 복개되는 것은 아니고 등산로가 있는 다리입니다. 참고로 위로 가면 등산로를 따라 하천이 이어져 있습니다. 


등산하는 것은 고되기에 2번 지천 답사는 여기서 끝냅니다. 덕릉로94길의 거리뷰로 등산로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3번 지천 답사


경로: '상계로' -> '한글비석로24마길' -> '수락산로8길'


3번 지류의 합류지점입니다. 3열박스인 듯 합니다. 

경사져서 합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역시 계곡물은 하수관로로 빼기에 나오는 물은 없습니다.


여기에 왠 4차선 도로가 있나? 싶었는데 공영주차장으로 사용 중입니다.  


공영주차장에서 발견한 철판입니다. 복개천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류는 GS25와 약국 사이 골목길로 흐릅니다. 4차선 도로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 신기합니다. 사거리 좌우 도로에도 PC박스가 있나..?


골목길에 있는 철판입니다.


박스 연결부위로 추정되는 균열.


하천은 골목길을 따라갑니다. 


사각형 빗물받이. 지류와 연결되는 듯 하여 찍어 보았습니다.


계속 걷다가 하류방향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왼쪽이 하류방향이고 오른쪽이 교차하는 도로입니다.

하천이 솟아 있는 것이 신기해서 찍었는데 과거에 천정천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수락산로와의 교차로입니다. 하천은 앞의 골목길에서 흘러나옵니다. 


길을 건너던 중 PC박스 공사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박스 유로를 옮기거나 보수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박스 모습입니다. 1열박스네요. 접근해보니 위에서 하수를 흘려보내는지 하수도 냄새가 살짝 났습니다. 


수락산 스포츠타운 공사현장이라 더 이상 접근할 수 없습니다. 

3번 지천 답사도 마무리합니다. 철판도 그렇고 2번 지천보다 흔적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파트로 재개발 된다면 사라질 수도 있겠네요...


다음번에는 당고개 쪽 지천(1번 지천) 을 답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