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12] 시카고 - The Windy City

[13] 워싱턴 DC - 미합중국의 심장

[14] 보스턴 - 미합중국의 근본

[15] 뉴욕 - 세계의 심장 (1)

[16] 뉴욕 - 세계의 수도 (1)

[17] 뉴욕 - 세계의 수도 (2)


[18, 完] 돌아오는 길 및 후기


원래 설 쯤에 완결을 낼려고 했습니다만, 이것저것 일이 생겨서 늦어졌네요. 전반적인 후기랑 개인적으로 꼽아 본 베스트 사진 몇 장을 첨부하면서 답사기 시리즈를 끝낼가 합니다. 


2019년 7월 어느 날, LAX에 처음 발을 딛은 지 20일 만에 마지막 행선지(?)인 JFK에 도착했으니, 이제 답사기를 끝내야겠지요. 



다행히도 코로나 이전이라 대한항공이 JFK에도 A380을 넣던 시절인지라, A380 우측 창가 자리를 가져갑니다. 00시 50분에 JFK에서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4시경 ICN에 돌아가는 항공편인지라, 뉴욕에서 이륙한 지 얼마 안 되어 잠을 청했다 일어나니 시간이 저렇더군요. 


분명 자기 시작할 때쯤 몬트리올 상공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다롄 남동쪽을 지나 인천까지 동진하고 있습니다. 



인천까지는 260 km, 뉴욕까지는 14035 km... AVOD의 포시가 그간 날아온 거리를 더더욱 체감하게 해 줍니다. 



눈을 부비며 공항철도 일반열차 첫차를 타고 공덕역에서 환승을 하려는데, 공항철도 역인지라 대한항공의 광고를 그냥 지나갈 수가 없더군요. 가장 미국다운 미국, 보스턴이라... 보스턴 스카이라인이 저랬나? 


전염병으로 요상한 시대가 될 줄 알았다면 인천공항이든, JFK든, 오는 길이든 사진을 더 찍어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심야편이랍시고 귀국하면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려 하니 막상 이럴 때 사진이 없는 게 참 비극입니다. 


"나는 어둠 속에서 태어났다가 광명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나는 내가 갈 길을 분명하게 내다볼 수가 없으나, 머지않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민영익, 1883년 보빙사로 미국에 파견되었다 돌아온 후 주조선 미국 공사 푸트에게


작년 여름, 여유롭겠다 싶어서 약간씩 쓰기 시작했다가 엎어진 글을 다시 부여잡고 해가 바뀐 뒤에 다시 쓴 글이 어언 18개입니다.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요상한 시기인지라 각 잡고 여행을 간 것이 저렇게 미 대륙횡단을 한 것이 마지막인지라, 마음 속에 더욱 특별히 남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답사기를 도지챈에 쓰고 공유함으로써 미국 곳곳이 어떠한지를 도지챈 여러분께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저 또한 3주간의 답사기를 이렇게 정리하면서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들과 미국에서 얻은 깨달음이 저에게 어떠한 의미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본 기회였습니다. 


'미국' 하면 보통 무엇이 먼저 떠오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미국의 다양한 면모를 답할 것입니다 - 현재 도전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의 패권국이라는 사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테슬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과 첨단산업의 선두주자 오브 선두주자, 처음으로 안정적인 대통령제를 연방 규모에서 확립한 현대 민주주의의 역사 그 자체, 이민자들이 주체적으로 건설한 세계 최강국 같은 밝은 면모부터, 여전한 인종갈등과 총기사고와 마약 등 범죄 문제, 대도시마다 넘치는 노숙인들, 스프롤 현상과 거대한 배기량의 자동차들로 대표되는 기후변화의 일등 공신까지, 굉장히 다양한 면모를 가진 곳이죠.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전부 예시일 뿐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여러 모습들 중 일부인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저 역시도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한 마디로 정리하기엔 힘들 것 같네요. 


이렇게 3주간 미국 답사를 하는 것이 미국 땅을 처음 밟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곳들을 처음 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3주간 완전히 혼자 미국을 답사하면서 이러한 미국의 많은 면모들을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 자차가 없으면 진짜 다니기 힘든 열악한 대중교통 사정과 대도시 곳곳에 있는 노숙인들, 대놓고 나타나진 않지만 은연중에 보였던 인종차별적인 태도 (물론 대도시 위주로 다니다 보니 별로 많지 않긴 했습니다)처럼 그닥 밝지 않은 모습들도 있었지만, 동시에 같은 땅에서 현대 민주주의의 역사 그 자체의 현장과, 이민자들의 천신만고 끝에 이룩한, 가히 세계에서 가장 찬란하다 할 만한 나라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찬란한 해변과 전과 같은 고향에서는 예전의 삶의 터전을 되돌아 보았고, 시애틀과 레이니어 산에선 격이 다른 신대륙의 자연을 마주했으며, 시카고와 뉴욕의 마천루 숲에서는 동쪽의 반도국가가 전근대라는 잠에서 잠을 깨기 전부터 격이 다른 마천루를 건설하던 미합중국의 기상을 느끼고, 보스턴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미국의 첫 나날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모습이 광명만 가득했던 것응 아니었지만, 보빙사로 다녀온 민영익의 말을 빌리면 "광명 속으로 들어가" 본 셈이지요.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한참 전에 도지챈에서 누군가가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한때 세계 최강국의 자리를 겨뤘던 국가들은 꼭 가볼 필요가 있다"는 약간 치기어릴 수 있는 이야기를 한 일이 있는데, 러시아 땅에 발을 디딘 적은 없으나 미국만큼은 가 볼 가치가 있다고 가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행에 으레 따라오는 즐거움과 별개로, 20세기 세계를 조각하고 지금도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세계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의 다양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좀 쉬워질지 모르겠습니다만, 후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진도 정말, 정말 많고 여담을 많이 넣어 읽기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봐 주시고 자주 념글까지 보내 주신 도지챈 여러분, 그리고 특히 이 글이 오기까지 유무형의 영감과 도움을 주신 @Mariners_Seattle 님께 이 자리를 빌려 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기서 끝내도 됩니다만, 이렇게 끝내면 심심하니 (약간의 편집을 거친), 답사기를 쓰다 찾은 베스트 사진 몇 개로 답사기를 마칩니다. 답사기를 봐 주신 도지챈 여러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일차,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내려다본 LA와 그 광역권. 



4일차, 뉴포트 비치에서 바라본 백 베이 (보스턴에도 동명의 지명이 있는데, 내륙으로 들어온 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 멀리 태평양이 보이는 게 포인트. 



4일차, 진짜 라라랜드 한 장면을 따온 듯한 일몰 한 장면. 



8일차, 샌프란시스코 롬바드 가. 



8일차,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정경. 



9일차, 금문교 서쪽 태평양 방향에서 바라본 금문교와 마린 카운티. 



11일차: 레이니어 산 북단. 



13일차: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 한복판 클라우드 게이트. 



15일차, 링컨 기념관 바로 앞에서 내셔널 몰 방면으로. 마틴 루터 킹의 연설 구도 오마주. 



18일차, 록펠러 센터 "Top of the Rock" 위에서 남쪽으로 바라본 맨해튼 스카이라인. 


예전에 약속했던 대로, 답사기가 끝났으니 시간 나는 대로 다른 알찬 글 (가령, 캘리포니아 남부 해변 리뷰, 뉴욕 전망대 리뷰 및 소개 등등)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