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과 평택항은 수도권이라는 비교가 안되는 배후지를 두고 있음에도 동남해안에 물동량이 크게 뒤지고 있는데 그건 서해안이 애초에 무역항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임.  서해안과 동해안은 무역항으로 입지 조건이 아주 나쁘기 때문에 사실 인천, 평택항이 저렇게 커진 것 자체가 우리나라가 극단적인 중앙집권 국가임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임.

 

서해안의 입지가 나쁜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 있는데,

 

첫째, 황해는 내해임. 따라서 선박들이 서해안 쪽 항구에 들르면 왔던 항로로 다시 되돌아 나가는 수밖에 없음. 이건 동해안도 같음. 즉 경제지리적 입지에서 동남해안이 월등히 유리함.

 

둘째, 서해안과 동해안은 자연 조건도 아주 안 좋음. 그것도 정반대의 방향으로. 항구를 짓기 좋은 해안선은 너무 복잡해서도, 단순해서도 안됨. 너무 복잡하면 배가 드나들기 어렵고 너무 단순하면 배를 정박시킬 공간이 나오지 않음. 서해안은 너무 복잡하고 동해안은 너무 단순함. 또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아서 역시 또 천연항구의 입지가 아님. 거기에 더해서 목포나 군산은 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거 정기적으로 준설하지 않으면 항구로 못 쓰게 됨. 군산, 목포가 일제 시대에 항구로 쓰인 건 오직 하나 쌀을 실어나르는 용도로 커진 거임. 남포, 인천은 서울, 평양이라는 배후지 덕분에 커진 거고.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무역항으로 쓸 만한 곳은 포항에서 여수까지의 동남해안밖에 없음. 딴 데를 무역항으로 키우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인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역 안배라는 이유로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임. 특히 호남에서 여수, 광양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군산, 목포도 키우려는 건 아주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