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제대로 사용한 경우인 건지 모르겠음.

잘못된 거라면 내가 망신당하면서

반면교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썼음.

 

늘 그랬듯이 맨 밑에 한 줄 요약 있음.

 

오늘 지하철 타고 집에 가던 중의 일이었음.

 

쎄울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 열차타고 가고 있었는데,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취객 아저씨가 정말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더라.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음과 같음.

 

 

그림 때문에 더 기묘해졌지만,

그 아재는 머리를 팔걸이 사이에 넣은 채로(!) 

자고 있던 거임.

 

처음에는 별 ♡친 X 다 보겠네 하고 신경 끄고 있었음.

 

 

근데 조금 뒤 명동 쯤 지나니까

 

이 술 취한 아재가 문자 그대로 물흐르듯이 내려오더니 바닥에서 자더라.
 

취객 옆에 앉아 있던 중국 관광객 여성 두 분은 엄청 불쾌한 눈치였음.

이 분들도 처음엔 떨어뜨린 폰 주워주는 등 도와줬는데,

취객이 드러누운 순간 지하철에서 강아지 응가라도 본 양 역겨워 하고 피함. 나라 망신이 따로 없음.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손가락으로 OK 그리고 그대로 자더라. 뭐가 OK인지 모르겠음.

 

암튼 그대로 두긴 좀 그래서 신고하려는데

하필 오늘 폰을 집에 두고 온 거임. 근데 켜서 이 글 쓰니까 84%

 

아무튼 그래서 별 수 없이 내 옆자리 아저씨한테 저거 신고 좀 대신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비상통화장치 이용하라더라. 즉, 내가 신고하기 싫다

 

그거 쓸 만 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방법은 없고 외국인들은 엄청 기분 나빠하고,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고 해서

 

찜찜하지만 별 수 없어서 비상통화장치 썼음.

 

무전기에 대고

지금 44XX호인데 한 명이 쓰러져 있다고 말했는데

계속 43XX호로 듣더라.

 

아무튼 겨우 44XX호라고 인식시켰는데, 진작 '넷넷XX'로 부를 걸 그랬음. 군대에서 배운 것 중 유일하게 유용한 거

 

바로 다음 DDM역에서 중국인 관광객 여성 두 분이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면서 내리면서 나라 망신에 정점을 찍고,

 

내가 민원 넣은 것 때문에 열차가 정차됨(...)

기관사 아저씨가 '사람이 쓰러져 있대서 정차했다.', '민원 처리를 위해 정차했다'라고 하는데,

내가 잘못한 기분이더라.

옆에 아저씨는 '이거 (보다시피) 되게 빨리 조치된다'면서 경험자인 것 처럼 말함.

 

근데 여기서 기적이 일어남.

 

그 취객 아저씨가 일어나더니 다시 자리로 올라가서 자는 거임....

 

이 아저씨가 자리에 올라가자마자 직원이 왔고....

 

내가 방금까지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서교공 아재는 취객이 손가락으로 OK하는 거 보더니

 

다음 역에서 조치할 테니까 잘 보고 있으라며 나한테 짬 때리고 가버림.

 

근데, 혜화는 커녕 삼선교, 그 보다 한참 지나도 안 오더라.

 

서교공 아저씨 입장에서는 의자에서 자는 매일의 흔한 취객이라 신경 쓸 가치가 없고, 내가 호들갑 떤 걸로 본 듯.

 

그래서 걍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종점에서 처리하게 내비두라고 한 것 같음.

 

그 와중에 나는 취객 보라는 서교공 아저씨 말에 우리집 지나쳤다는..... ㅠ

 

그 취객 때문에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고 집에 10분은 더 늦게 도착함. 끄에엑

 

진짜 어지간한 건 방관자 마인드로 나섰는데, 한 번 오지랖 부렸다가 개 손해 봄. 여윽시 조선은 오지랖 떨면 손해본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느꼈음.

 

한 줄 요약 : 불이 나거나 앞에 IS 수괴가 앉아 있어도 비상통화장치는 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