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브리튼 섬) 기차일주 답사기 시리즈

1편: 대서양 건너

2편: 우중충한 런던

3편: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

4편: 버킹엄 궁전

5편: 시티 오브 런던

6편: 카나리 워프&그리니치 천문대

7편: 언더그라운드&2층버스

8편: 런던 기차역들

9편: 이스트본

10편: 세븐 시스터즈

11편: 브라이튼 앤 호브

12편: 웨일스행 기차

13편: 카디프

14편: 카디프 성


이번에도 노래와 함께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맨체스터 출신의 전설적인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불후의 명곡이자 이 지역에선 가끔 God Save the Queen을 대신해서 국가로도 불린다는 Don't Look Back In Anger를 가지고 와 봤습니다.


오랜만에 올려보는 브리튼 섬 기차일주 답사기군요. 저번 두 편에서는 연합 왕국의 네 구성국들 중 하나인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의 모습을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엔 또 다른 구성국인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를 가기 위해 카디프에서 쭉 기차를 타고 약 7시간 정도 올라갈 예정... 이었습니다만.


브리튼 섬의 도시간 철도는 런던으로 가는 것 아니면 서로에서 서로간에는 꽤 불편한 편인데, 카디프에서 에든버러로 가는 직통열차는 당연히 없고, 크게 3가지의 소요시간이 엇비슷한 선택지들이 있습니다.

1. 카디프 센트럴(Cardiff Central)-크루(Crewe)-에든버러 웨이벌리(Edinburgh Waverley)

2. 카디프 센트럴-맨체스터 피카딜리(Manchester Piccadilly) -에든버러 웨이벌리

3. 카디프 센트럴-런던 패딩턴 역-런던 킹스크로스 역-에든버러 웨이벌리

이렇게 3개가 있겠네요.

이 중에서 이미 런던을 다녀왔고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내려올 때 동북간선을 이용하기로 결정한 저는 3번은 과감히 포기하고, 크루는 한국으로 치면 오송급 역에 주변에 작은 마을 말고는 별 볼일이 없는 역이어서 1번도 소거하고 나니 자연스레 남은 선택지는 2번밖에 없게 됩니다. 에든버러 올라가는 길에 축구와 브릿팝으로 유명한 맨체스터 지역을 눈으로 구경하며 지나가자+브리튼 섬 서해안도 구경하자는 계산이었죠.


하지만 이 시점만 해도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던 돚붕이 1인...


카디프를 떠나기 위해 짐을 챙기고 다시 찾은 카디프 센트럴 역.


낮에 보는 플랫폼은 또 다른 느낌을 주는군요.


Transport of Wales를 타고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까지 달려봅시다. 사진은 기차 내부인데 영국 기차에서는 기내식처럼 철도회사 직원이 카트를 끌며 마실 것 및 음식과 주전부리르 팔고 다닙니다. 장시간 기차를 타야하지만 배 곯을 일은 없겠군요.

그나저나 바로 앞자리에 빡빡머리를 하신 험상궂게 생긴 백인 형님들이 탔는데, 저 분들 친구들끼리 술 먹다가 옆자리 승객이랑 시비가 붙어 ㄹㅇ 피 튀기는 현피를 뜨더군요;;; 영국 전체가 사람들 기질이 좀 거칠기로 유명하지만 특히나 맨체스터-리버풀을 위시로 한 노스웨스트 잉글랜드 지역은 그 정도가 남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잘 상상이 안간다면 유명 축구팀들의 열광적인 훌리건들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대충 여기쯤이 웨일스-잉글랜드의 북부 국경 쯤 되는 곳인데, 확실히 웨일스 남부보다는 더 언덕지고 산세도 조금 더 험해 보입니다. 웨일스어의 원형도 북부가 더 잘 보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진 기차역(;;)이 웨일스 북부에 있다네요. 굳이 가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지나오면서 찍은 잉글랜드 쪽의 역 사진들. 이거 찍을때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싱글벙글 대던 1인...


영화나 보면서 도착 때까지 시간이나 때워야지 하고 있을 쯤, 갑자기 앞자리에 현피뜨던 백인 형님들이 내리라는 겁니다. 안내방송을 못 들어서 무슨일이지 하고 있었는데, 맨체스터 다 와가서 맨체스터 공항선 근처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기차가 줄연착 되었다고 근교에 윔슬로우(Wilmslow) 역에 내려준다고 합니다.

열차 놓칠까봐 이때 1차 멘붕... 이 열차를 놓치면 에든버러에 상당히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윔슬로우 역은 보다시피 주변에 휑하니 아무것도 없는 맨체스터의 근교 지역 중 하나입니다. 저 승객분들 전부 다 맨체스터 피카딜리로 가기위한 열차를 다시 탑승하기 위해 대기타시는 분들...


일단 저를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으로 데려다 주기 위한 Avanti West Coast 열차가 도착.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 도착. 이때만 해도 열차가 줄연착 되던 진상을 몰랐으니...


바로 열광적인 축구팬들(이라고 쓰고 훌리건들)이 워낙 많은 인파를 몰고 역사까지 와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역에서 이 많은 인파를 감당을 못하고 열차들을 줄연착 및 줄취소 시키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주 술 마시고 춤추고 옷 벗고 난리가 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옆에 일반인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얘네들 볼턴 원더러스 팬이라고 하더군요. 한때 이청용이 뛰던 그 팀 맞습니다. 한때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위권은 달리던 팀이었지만 지금은 재정난 끝에 3부따리 팀이 되어버린...


이 새기들 때문에 제가 타고 올라가야 할 열차까지 취소크리를 먹는 바람에, 결국 다른 도시로 이동해서 거기서 환승하는 방법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이젠 도착 시간따윈 중요하지 않아요.

뭐 이 새기들 덕분에 원하던 맨체스터 구경은 실컷 하게 되었네요. 뭔가 도시의 첫 인상은 여느 영국 도시랑은 확실히 다른, 보다 미국 초기 도시들인 보스턴과 필라델피아의 모습을 더 닮은 듯한 느낌? 아무래도 빨간 벽돌을 쓴 건물이 많아서일까요...


이제 플랜 B인 어떻게든 프레스턴(Preston)까지 올라가서 에든버러 행 막차를 타는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열차마저도 연착 크리를 먹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이 날 안에 에든버러로 향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최후의 수단인 이 근처에서 빠르게 숙소를 구해 하룻밤을 보내는 방법밖엔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머가리를 최대한 빠르게 회전시켜 나온 결론은 대도시인 맨체스터로 돌아가긴 이미 늦었고, 그 다음가는 대도시인 리버풀에서 하루 자고가기로 결정합니다.이를 위해선 프레스턴 행 열차를 위건(Wigan)에서 리버풀 라임가 역(Liverpool Lime Street Station) 행 열차를 또 갈아타야 하겠습니다 ㅠㅠ


워낙 예상치 못한 상태여서 멘탈이 바사삭 되어 리버풀의 밤 사진은 없습니다... 다만 굉장히 거친 항구 도시의 느낌이 났어요.


다음날, 하루빨리 머지사이드를 탈출하기 위해 아침 일찍 라임가 역으로 향하는 돚붕이. 저 전망 타워는 리버풀 라디오 시티의 St. Johns Beacon. 나름? 리버풀의 상징 역할을 하는 건물 중 하나죠. 시간만 많았다면 비틀즈 관련 건물, 워터프론트, 그리고 콥들의 성지 안필드를 갔겠지만, 에든버러에서 숙소를 미리 예약해둔 저로써는 빨리 그리로 향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분명 밤에는 광란의 파티가 벌어지던 리버풀의 거리인데, 아침이 되니 귀신같이 한산해진 거리.





아침 이른 시각의 리버풀 라임가 역 앞의 모습. 기껏 아침 일찍 일어나 열차를 타려고 왔지만 역이 아침에는 폐쇄;;를 하더군요. 딱히 쉴 데가 없던 저로서는 주변 편의점에 들어가 핫초코라도 먹는 수밖에...


다행히 역 문은 열렸고, 다시 에든버러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다만 이제는 수정된 루트인 리버풀 라임가 역-크루-에든버러 웨이벌리 역 순으로 향하게 되었네요.





열차를 타면서 여러번 스쳐가게 되는 맨체스터 시내의 풍경. 낮에 보니 더더욱 미국의 보스턴이 생각나는 건축 양식이군요. 영국 도시들은 각 지역별로 개성이 확실해서 좋아요.


다만 저에게는 악몽으로 남은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 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은 이 역은 절대 피해주시길...


마침 역 바로 근처에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모습도 보입니다.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의 이 역의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 합니다.


여기가 나름 영국 철도에서는 오송(?)급의 중요한(?) 역인 크루(Crewe) 역입니다. 처음부터 여기서 경유를 했어야 된다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좋은 경험 했다 퉁치죠 뭐...


2022년 3월 시점인지라 영국 뉴스 가판대에선 온통 푸틴 얘기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열차를 쭉 타고 올라가 보니 여기는 노스웨스트 잉글랜드의 전통적인 거점도시 랭커스터(Lancaster).


도시 한복판에 이렇게 룬 강(Lune River)의 하구가 흐르고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저 멀리 희미하게나마 브리튼 섬의 서해안이 보입니다. 저 바다에서 조금 넘어가면 섬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맨 섬(Isles of Man)이라는 영국 왕실령 지역 중 하나입니다. 저기도 맨어(Manx)라는 독특한 도서켈트계 언어가 쓰이는 곳인데,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시간상 ㅠㅠ



열차 타고 올라가면서 질리도록 볼 잉글랜드의 시골 풍경. 참 나라 전체가 골프장이라고 해도 될 수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국경을 넘으니 나무의 식생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네요. 시애틀 마냥 잉글랜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침엽수가 자라는 모습...

제 앞자리엔 한국에서 학원 영어교사를 하셨다는 하프 스코티쉬 영국인이 계셨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국경을 넘으니 '동무, 려권내라우' 농담을 시전하시는...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여권은 연합왕국 안에선 쉥겐 존처럼 당연히 필요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온갖 갖은 개고생을 하며 도착한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다만 내린 역은 에든버러의 중심역이 아닌 한 정거장 전인 헤이마켓(Haymarket) 역. 첫 인상은 굉장히 깔끔하다?에 잉글랜드/웨일스보다 춥다? 정도가 되겠네요.


즉 여태까지의 여정을 정리하자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워낙 풀 썰이 많았던 이번 편이라 예상 못하게 상당히 길어졌지만, 이런 두서없는 글이라도 봐주신다면 저야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 편은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든버러에서 뵙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