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만 해도 서울에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살기에는 너저분한 동네가 한둘이 아니었는데 일산, 분당 등지에 쌈박한 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들어서니 신도시 열풍이 시작됨. 그리고 상권도 너저분한 동네슈퍼, 재래시장 대신에 최신식 대형마트인 것도 매력포인트였고. 당시 일산, 분당 집값은 서울의 웬만한 동네 좆까라하던 수준이었다고 함. 물론 신도시 조성 초창기에는 서울행 시내버스 확충, 서울전화(02) 편입 요구 시위가 일어났을 정도로 고충은 컸긴 했음.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중반까지 이어짐. 그 시절 용인 수지 집값이 서울급이었던거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거야. 버블세븐이라면서. 그리고 일산, 분당의 성공을 경험한터라 당시 2기 신도시 선정 당시에 지역주민들과 청약자들이 우리들도 멋진 신도시가 되리라는 장밋빛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로 부동산 거품은 꺼져버렸고, 이명박, 오세훈은 뉴타운이니 재건축이니하며 서울시내 정비작업에 적극적이었음. 1990년대만 해도 너저분함의 상징이었던 서울 도심풍경이 지금처럼 쌈박해진 건 그 두 인물의 작품.


한편 지방자치제 정착으로 지자체 이기주의가 심해지자 광역행정을 두고 서울시-경기도 간 마찰이 더 자주 일어나게 됨. 서울시는 자기 세금이 경기도에 쓰여지길 원치 않아서 광명, 안양권을 제외하고는 서울시내버스 시외구간, 노선을 대대적으로 숙청해오고 서울시내혼잡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서울진입 광역버스노선 증차, 신설을 억제하고 있음. 경기도는 거기에 반발하지만 서울시의 고집은 여전. 그리고 서울 지하철의 시외구간 연장은 현재는 7호선만 이루어졌고 나머지 노선은 티스푼 공사. 그래서 경기도 신도시에서 서울로 통근하던 사람은 점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함. 그런데 때마침 서울시내가 재건축, 뉴타운으로 쌈박한 주거지가 생겨나자 서울시내로 수요가 변하기 시작. 아무리 서울 변두리여도 서울시 행정구역 경계 안이면 서울시의 행정력이 책임지는 데라 경기도에 비해서는 서울시내버스 잘 들어오긴 하니까. 서울 바깥이라고 기존 서울 지하철 연장사업에서 배제, 지연당하는 일도 없을거고.


그리고 2기 신도시에 들어간 사람들은 교통인프라분담금까지 내서 서울행 전철을 기다렸는데, 어이 ㅅㅂ? 백지화 내지는 티스푼 공사. 내가 언제까지 비싼요금내며 빨간색 광역버스 짐짝 신세를 몇년이나 버텨야하냐.


이와중에 서울변두리 코앞이지만 경기도 딱지 때문에 소외당하던 광명, 하남 같은 초근접 근교지역은 인서울 열풍의 낙수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됨. 특히 광명은 서울 지하철 7호선, 서울시내버스, 서울택시가 들어가는 동네이니까.


이 와중에 결정적인 사건이 터짐. 바로 세월호 후속 안전책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광역버스 입석금지. 빨간버스 짐짝신세는 그래도 버틸 수 있었는데 입석금지 이후로 만석이 된 빨간버스를 정류장에서 타보지 못하고 몇대나 떠나보내야 하니 정말 환장하지. 그래서 사람들은 아! 경기도 신도시는 더이상 못버티겠어. 무조건 인서울 Go!


그 결과로 서울 아파트는 지속적 우상향, 반면에 경기 외곽 신도시는 미분양 속출이러다가 작년에 서울 부동산 대폭등이 터져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