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지 전개에 앞서 밑에 한 줄 요약 써놓았음을 알린다.)


나는 솔직히 도시·지리 채널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지알못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는 창원 같은 대도시도 제대로 알지도 못했고,

고속도로 얘기하다가 무식을 뽐냈으며,

전철 직결 드립치다가 욕을 먹기도 했다.

이를 반증하듯, 내 글의 대다수는 뻘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곳에서 나름 고닉까지 파고 놀 수 있었던 건, (다만, 취지를 고려, 본글은 익명으로 작성하였다.) 이곳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식한 발언에는 점잖은 태도로

첨예한 토론에는 정중한 태도로

대응하는 도시·지리 채널.


서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냉정히 말해 나무라이브라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도지챈은 나 같은 사람도 배려 해주며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

이와 더불어 주변에서 '식물갤러리급'이라는 표현을 듣기도 하는 등,

건전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최근 그런 배려의 분위기가 깨지는 것 아닌가하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 생기고 있다.


공격적인 문체, 빈정대는 태도, 역정적인 욕설 등이 보인다는 느낌이 들며 일부 다른 유저들도 그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기에 나는 내 부족한 식견을 앞세워

'타인을 존중하는 어구 사용의 지향'을 호소하는 바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 비하면 나의 역량은 고래 앞의 피라미 수준으로 보잘 것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퇴계 이황이 자신보다 한참 어리고 경력도 적었던 기대승을 예우하고 중국 역사상 최고의 군사가로 꼽히는 한신이 이좌거에게 가르침을 청한 바와 같이, 이 부족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 덕택에 하나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북한, 소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압도적으로 능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앙집권 국가를 주장하든지, 지방분권 국가를 주장하든지

결국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 논리가 탄탄한 것과 빈약한 것, 우수한 것과 빈약한 것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최종적인 지향점은 '더 좋은 사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더불어 각자의 주장은 그 최종적인 지향점에 하자가 없는 한 존중받아야 하며, 하자있는 지향점에도 최소한의 예의와 품위를 지켜 비난('건전한 비판'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 하더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최근의 게시글에는 그런 모습이 아주 미세하게 나마 사라져가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


물론 필자가 쓴 글의 경우, 사람으로서 대접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의미없고, 잘못된 내용이 많은 글이었기에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 솔직히 본인이 봐도 '그래도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하게 지역 얘기를 하거나 그저 몰라서 질문하는 글에조차 비아냥과 공격이 난무하는 것은 상당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네가 그 모양이다.'라는 식의 반응이나 뜬금없는 고인 드립, 근거 없는 정치분쟁성 글은 필경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불쾌감을 줬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 보다는 심각성이 덜하지만, 문체의 공격성 역시 조심스럽게 지적해야 하는 부분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 알고 보면 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럼 어쩌자는 건데, 다 때려치자고?'


라는 표현과


'그러면 막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음.'


이라는 표현은 독자들에게 다른 인상을 준다.


필자의 경우 게시글 혹은 댓글 작성 시

이미 알던 정보도 다시 찾아 맞는지 확인해보고,

최소 4~5회는 문체를 수정하고

작성 후에도 둘 중 한 번은 기작성된 글을 수정한다.

(이건 필자가 별나서가 아니라 원체 글을 못 써서 필자의 어리석음과 공격성이 너무 잘 드러나는데다가 비판이나 비난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여서이다. 이 때문에 주변인으로부터 의도치 않은 오해와 갈등을 빚은 경험도 많고, 10년이 지난 사건에도 죄의식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최고의 경우라면 중등교육(즉,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손성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https://m.terms.naver.com/entry.nhn?docId=939129&cid=47319&categoryId=47319

(요령의 격률, 관용의 격률, 찬동의 격률, 겸양의 격률, 동의의 격률)


그러나 모두가 이런 식으로 이것저것 다 따질 수는 없다.

그러면 이른바 '커뮤질'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 가정, 소속 조직,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개인의 삶과 시간을 낭비하라고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공문서 작성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리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가?


그래도 최소한 '작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이 글 보고 기분 X같진 않을까?'


라는 정도의 생각을 딱 한 번만 해줬으면 한다.


정 어려우면


'그 말도 맞지만'

'미안한데'

'이해는 하는데'

'취지는 알겠는데'


같은 표현만 문두에 쓰고, 여기에 글의 호응만 대강 맞춰도 어느 정도 괜찮아진다.


위의 표현을 재사용하자면


'그럼 어쩌자는 건데, 다 때려치자고?'


'취지는 알겠는데, 그럼 어쩌자는 거임?'


수준으로 확 불편함이 적어진다.




사실 본 글의 내용은 의미없다. 필자의 이런 주제넘은 호소보다는 이 글을 보는 이들의 자유가 더 소중하고, 가치 있으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라는 인식을 가지고 5,000만 명 중 하나의 의견정도론 인정해줬으면 하는 작은 욕심을 부려본다. 끝으로 이런 쓸데 없는 글을 읽어준 배려를 보여준 당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다.


(完)


한줄요약 :  싸우지 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