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私人)들끼리 정치 토론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겁니다.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자신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나라의 일들을 운영해야 좋은 나라가 될지 생각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모의로 펼쳐보는 거죠. 근데 다들 수준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현재 처한 상황도 다르고, 더욱 중요시하는 가치도 서로 다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개개인의 인지도식(schema)이 다 같을 순 없습니다. 그래서 주장하는 바도 다릅니다.

물론 그 주장 중에서도 더 타당하고 덜 타당한 주장이 갈리기 마련입니다. 근데 상대의 주장이 자신보다 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상대방을 대가리 빠가난 새끼처럼 여기고 깔보는 건 토론하는 자의 예의가 아닙니다. 모자라보이는 주장이라도 그게 어떤 면이 됐든지 어떻게든지 최소한의 근거는 갖고 있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왜 저런 주장을 할까 잘 분석해서 추론해내고, 원만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토론하는 자로서의 자세가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인들끼리 토론해서 이겨봤자 권력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져봤자 권력 뺏기는 것도 아닌데 죽기살기로 달려들 거 있겠습니까? 또 고작 코딱지만한 도지챈에서 한두 명 이겨먹는다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바뀝니까? 설득해야 할 사람은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나아가, 정치는 단순히 타당하지 않은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을 빠가사리로 낙인찍고 욕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시민들의 정서 또한 분명히 정치적으로 중요한 요인입니다. 혹시 누군가의 주장이 고작 심리적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고 해도, 감성충이라고 비하할 게 아니라 그 심리마저도 되돌려놓을 수 있어야 능력 있는 정치가가 아닐까요. 그니까, 누가 봐도 허무맹랑한 수준의 의견이 아닌 이상, 쓰레기 같은 의견은 없습니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이라고, 하나하나가 시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내가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자세로 토론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리하자면, 좋자고 하는 토론 죽기살기로 덤벼들기는 서로 삼가자는 겁니다. 단지 토론이니까 최대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거지, 최종적인 목적은 양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는 거지, 한쪽을 욕하고 삿대질하고 뚜드러 패서 이기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앞으로 정치 토론 글이 더 많아질 거 같은데, 상황이 커지기 전에 토론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 정도는 마련해놓고자 합니다.


물론, 사인들끼리 정치 토론을 하는 두 번째 이유도 있습니다. 뭐냐면 처음부터 자기 의견을 모든 사람이 그대로 들어먹기를 원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뚜드러 패고자 하는 겁니다. 근데, 이런 이유로 정치 토론 걸 거라면 괜히 도지챈 와서 서성이지 말고 싸움에 특화된 다른 창구로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