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 단위의 지명은 적어도 그 지역 주민들에겐 많이 알려져있기 때문에, 도로명주소에서 동리 단위가 사라진 걸 꽤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음. 나 또한 그 중 하나긴 한데, 사실 법정동리를 명기하는 게 유용할 때도 있지만 그닥 쓸모없는 경우도 많은 거 같다.

일례로, 일반적으로 이 동네를 '첨단'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법정동은 월계동•쌍암동•산월동임. 첨단동이란 법정동은 없음. 물론 옛 광산군 시절 법정리를 접미어만 바꾼 거라 이 법정동들의 인지도는 그리 좋지 못함. 그나마 첨단지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월계동은 인지도가 좋은 거 같기도 한데... 어쨌든 이렇게 대규모 택지개발이 된 곳인데 단지명과 법정동명이 따로 노는 경우, 시민들에게는 단지명이 더 친숙할 수밖에 없다 보니 법정동명을 쓰는 게 상대적으로 덜 유용함.

수완지구 같은 경우도 풍영정천 동쪽 중에서도 일부만 법정동 수완동에 속해있지, 풍영정천 서쪽은 법정동으로 장덕동과 흑석동에 속해있지만 누구도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굳이 법정동을 구분해서 부르지 않음. 그냥 다 수완지구지. 심지어 풍영정천 동쪽 중에 남쪽인 아름마을 일대는 아예 법정동 신가동에 들어가 있는데, 신가동은 수완지구가 생기기 훨씬 오래 전부터 통칭 '신가리'라고 불리며 개발이 돼있던 곳인데 좀 옛날 주거지라는 인상이 있어서 수완지구 중 신가동에 속하는 부분을 신가동이라고 부르기가 좀 애매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분야 끝판왕은 아마 여기일 듯.
그 이름도 크고 아름다운 장-유. 하다못해 읍으로도 승격을 안 한 채로 면인 상태로 인구가 13만까지 갔던 웃기는 동네로 더 유명한 이곳은 장유면 시절에는 장유 전체가 장유면이었으나 장유1~3동으로 분동되고 장유면에 존재하던 법정리들이 죄다 법정동이 되면서 더이상 장유 전체를 아우르는 지역단위가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음. 법정동 장유동이 있긴 한데, 그건 장유면 안에 있던 법정리 장유리를 계승한 건데다가 장유 내에서도 끄트머리 지역임 ㅋㅋㅋㅋㅋ 거기다가 택지개발 전부터 면 중심지였던 곳은 장유리가 아니라 무계리였기 때문에 뭔가 단단히 꼬인 듯한 인상을 줌.

여러 법정동에 걸치는 대규모 택지지구인 경우와 함께, 법정동리 사용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한 법정동리 안에 여러 자연마을들이 존재하는 경우. 원래 자연마을마다 다 제각기 리가 따로였는데(애초에 법정리라는 개념이 있긴 있었을까) 일제가 어떤 이유에선지 부군면 통폐합 할 때 여러 마을을 하나의 법정리에 속하게 통폐합시켜버림. 근데 어차피 원래 별개의 마을이었던 데다가 현재는 웬만한 마을은 자연마을 별로 행정리를 나눠서 운영하는 게 보통이라, 법정리가 그닥 의미가 없음.


벌교읍 칠동리의 모습. 2번 국도 북측에는 원당, 구정, 칠동, 금곡 마을이 있고 남측에는 온동, 춘정 마을이 있음. 법정리로 쓴다면 6개 마을이 전부 다 칠동 마을의 이름으로 통일되는 셈임. 옆에 척령리도 만만찮게 신기, 척령, 백천, 금평, 원동 5개 마을이 있는데 왠지 척령이라 하면 보성소방서 있는 쪽이 떠오르기 마련이라 읍내 도보권인 원동을 보고 척령리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함.

이런 지역들은 오히려 도로명주소를 시행함에 따라서 단지 이름이나 자연마을 이름을 살려쓸 수 있게 되어 개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음.


다만 도로명을 잘못 설정하면...
녹색로 5147-25라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벌교금곡길'이라는 도로명을 따로 주면 안 됐던 건가. 근처에 금평 마을도 이따구로 돼있음. 참고로 녹색로는 저멀리 목포에서 시작해서 순천까지 이어지는데 그나마 목포에서 시작해서 영암-강진 군계 넘을 때랑 장흥-보성 군계 넘을 때 번호가 1로 돌아감. 만약 리셋 안 했으면 10000번 넘겼을 듯.